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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성빈 Mar 26. 2020

관객들을 전쟁터 한가운데로 데려다준다

영화 "1917"

영화 "1917"은 샘 멘데스 감독 작품으로 제1차 세계 대전에 관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하지만 이 영화는 평소에 보던 전쟁 영화들과는 뭔가 다르다. 이 영화를 관람하려고 했던 거의 모든 사람들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덩케르크"가 떠올랐을 것이다. "덩케르크"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시점의 변화였다. 하늘, 바다, 그리고 "덩케르크"에서 일어났던 일들이 서로서로 맞물려가며 교차적으로 편집되었고, 그 연출은 자연스럽게 긴장감과 분위기를 조성하였다. 1917의 특징도 바로 시점이다. 그러나 이 영화는 시점의 '변화'가 아닌, 시점의 '고정'으로 이야기를 진행시킨다.


one-shot film 혹은 continuous shot feature film은 한 개의 롱 테이크로 이루어진, 혹은 그렇게 보이게 만든, 영화를 지칭한다. "1917"도 one-shot film에 해당된다. 이 촬영 기법은 한 사람의 시점으로 영화 전체를 보여준다. 덩케르크가 사용한 기법과는 꽤 상반된다. 주인공의 시점을 따라가며, 주인공이 각박한 전쟁터에서 가진 긴장감과 감정들이 잘 드러났다. 사실 이 부분은 주인공 캐릭터를 연기한 조지 맥케이의 공이 컸다. 세세한 감정 변화가 잘 드러나, 스토리에 잘 몰입하게 해 주었다. 또한 쟁쟁한 영국 배우들도 많이 출연하였다. 콜린 퍼스, 마크 스트롱, 베네딕트 컴버배치, 앤드류 스캇, 리차드 매든등이 출연하였지만, 그들은 영화의 큰 비중을 차지하진 않는다. 영화의 주인공은 조지 맥케이이다.


이 영화가 게임 같다는 평을 많이 본 것 같다. 내가 생각하기도 정말 게임 같다. 특히 한 개의 롱 테이크로 진행되니, 보통 한 캐릭터의 시점으로 진행되는 게임과 아주 비슷한 점이 많았다. 이것을 부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겠지만, 나는 만족하였다. 게임의 가장 큰 요소 중의 하나는 '체험'이다. 게임을 하는 사람이 실제로 게임에 들어와서 게임 캐릭터가 되어 적들과 싸우는 느낌이 나게 하는 것이 게임의 많은 목표 중 하나이다. 그게 VR 게임이 더욱더 발전하고 활성화되어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1917"도 '체험'에 초점을 맞춘 것 같다. 영화는 관객들은 전쟁터 한가운데로 데려다준다. 그리고 관객들은 주인공과 함께 고난을 겪어나가며,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개연성도 증가하게 된다. 이 점이 "1917"이 가진 최대의 장점이자, 전쟁 영화의 판도를 바꿀 만한 요소이다.


가장 아쉬웠던 부분은 다름 아닌 스토리였다. 조금 단순하다. 개인적으로 기승전결이 있는 간단한 스토리 구조를 좋아하는 편이지만, 그 간단한 구조안에서도 깊은 갈등, 복잡한 사건들이 배치되어 있어야지, 그 간단한 스토리 구조가 이득이 된다. 만약 그런 갈등이나 사건들이 없다면, 그저 '단순한' 스토리가 될 뿐이다.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가 필자가 말하는 그 스토리 구조를 가진 것 같다. 그러나 "1917"의 스토리는 너무 일직선으로 진행된다. 하지만 그 간단한 스토리에 들어있는 메시지와 캐릭터들은 그렇게 간단하고 평면적이지 않다. 일부로 이런 '체험'과 메시지, 그리고 캐릭터들에게 초점을 맞추려고 스토리가 조금은 단순하게 진행된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영화 "1917"은 관객들을 전쟁터 한가운데로 데려다주고, 메시지와 캐릭터에 집중하게 해 준다. 신선한 촬영기법과 조금은 단순한 스토리로 영화를 체험하게 해 주었고, 전쟁 영화의 판도를 바꾸었다. 샘 멘데스는 또 하나의 걸작을 자신의 필모그래피에 남겼다. 사실 이 영화가 골든 글로브, BAFTA, 오스카에서 다크호스로 등장했을 때, 그저 그런 전쟁영화인 줄만 알았다. 그저 그러기는 무슨. 정말 잘 만들었다. IMAX로 관람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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