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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아라 Dec 02. 2021

진정한 자유를 아시나요

소극적 자유일까 예속 상태의 부재일까

 언제부터였을까, 자유란 의미가 이토록 크게 느껴질 줄이야.


 초등학생 시절에 나는 모 사이트의 새로운 아이디도 자유란 단어에서 연상해서 만들고, 내적으로 방황하던 고등학교 시절에도 대체 뭐하면서 살고 싶은지, 원하는 대로 되는 삶이란 무엇일까 하고 혼자 진지한 척 자유에 대한 의미에 대해 여러 생각을 했었다. 당연히 답을 찾지 못한 채, 보통의 삶을 살면서 시간이 흘러 20대 중후반의 어른이 되어서도 그 아이는 여전히 자유에 대해 궁금증을 가지며 자유를 갈망하고 있다.


 어릴 때는 막연히 ‘나는 자유로워질 거야! 하고 싶은 것 마음대로 하며, 내 이름을 어딘가에 뚜렷하게 남겨 내가 이룬 것을 널리 알릴 거야.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 말하며 추상적인 큰 꿈을 꿨던 것 같다.

그렇지만 남들보다 조금은 돌아서 대학에 들어오고, 이런저런 경험들을 하면서 현실에 더욱더 가까워져서 그런가. 결국은 돌고 돌아 내가 생각하던 것들을 이루는 과정에서 아직 이루지 못한 채 취준생을 전전하고 있는 한 사람은 자유를 찾지 못하며 그렇고 그런 삶을 살고 있다. 그럼 여기서 말하는 자유는 과연 무엇일까?


아름다운 탁 트인 풍경을 보며 드는 생각은 저마다 다르지만, 아름다운 것을 보며 아름답다는 생각은 비슷할 것이다.


 예로부터 여러 철학가들은 자유에 대해 다양한 생각을 하고 그것을 책으로 남겼다. 다 각자의 생각이 다른 주장으로 자신만의 철학을 논했지만, 대체적으로 모두들 ‘자유’에 대해 그들만의 다른 생각을 꼭 덧붙였다. 그만큼 그들에게 있어서 자신의 이론을 저술할 때 자유가 중요한 요소이였나 보다.

 

 그중에서도 고대의 서양 논변가들로 이루어진 스토아학파가 생각하던 자유는 신체적이거나 정치적 의미의 자유가 아니었다. 그것은 정신적인 내면적 자유로서, 인간에게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사건들에 대한 자신의 생각, 판단, 태도나 행동 등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의 자유였다. 어떻게 보면 이런 자유는 외적인 것들이 정해져 있는 상태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마음껏 할 수 있어서 삶에 순응하는 것보다 개척하는 것일 수 있다.



 “자신에게 주어진 것들을 십분 활용해서 보다 나은 삶을 살려고 고군분투하는 태도. “

 그런 태도를 어느 순간부터 내 삶의 신조로 선택했던 것 같다. 나이가 들수록 현실에 순응하는 태도를  유지하면서 마지막까지 저버리지 않으려고 노력했는데, 그런 것이 한몫했던 것일까. 하고 싶었던 것들이 제대로 되지 않아서 실망하고 좌절할 때에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내 마음가짐에 따라 달라질 거야 하면서 자기 주문했던 것도 다 이런 것에서 비롯되었던 것 같다.

 그렇지만 이런 건 어찌 보면 자유에 대한 내 소극적인 태도에 불과한 것 같다. 내게 주어진 환경을 바꿔보거나 아예 다른 삶을 살아보려고 행동으로 옮기는 것을 포기한 채, 생각이나 상상 속에서의 자유만 누리고 있으니 말이다.

 

 대학 생활 중에서 제일 기억에 남고 스스로에게 많은 의미가 있던 1년 동안의 프랑스에서의 생활도 이에 해당된다. 난 고등학생 때부터 막연하게 ‘난 대학생이 되어서 교환학생을 갈 거야.’를 입에 달고 다녔다. 하지만 그 후에 무얼 해야 할지는 제대로 생각을 못했던 것 같다. 현실로 이뤄지니까 막상 그 후에 가서 무얼 해야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부족했던 것일까. 가서 여행만 열심히 다녔던 것 같다. 스스로에 대한 성찰을 잘하지 못한 채 말이다.


 돌이켜볼 때 생각보다 꽤 보람 있던 교환학생 생활을 보내지 못한 것 같아서 두고두고 아쉬움이 든다. 본 전공이 아닌 다른 길을 가서 찾아서 해외에서 사는 삶을 이룰 거야 하던 꿈은 어느새 잊혔으니까. 교환학생 생활이 끝날 즘에 제대로 자아실현하지 못한 나를 자책하면서, 그냥 전공 살려서 임용고시 보지 뭐 했으니 말이다. 이런 게 바로 주어진 일에 순응하고 그 안에서 자유롭게 선택하는 것을 말하지 않을까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n년 동안 제일 행복했던 시간으로 기억하는 시절



 한국에 돌아오고 나서부터 그거에 나름 만족하며 개인적으로 잘 선택했다고 스스로를 위로하면서, 그게 나의 길인 줄 알았다. 하지만 시원하게 내 상황을 바꿔보려는 의지가 강하지 못하고 그런 것들이 다 내 책임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서부터 내면에서의 자유는 온데간데없이 무엇인가에 매몰되어 구속된 기분이 들었다. 공화주의자인 키케로가 말하던 자유는 예속 상태에서의 부재였는데, 내 상태가 예속 상태에 있는 것 아닐까 하던 생각이 슬금슬금 나오기 시작했다. 내가 진짜 꿈꾸는 것은 무엇일까?


 물론 이런 태도가 각자의 현생을 열심히 살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주말이 끝나고 평일에 매일 출근하는 사람들부터 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 이른 새벽부터 매일 제과점에서 빵을 굽는 사람들까지. 그 이외에도 다양한 사람들이 각자의 행복을 생각하며 하루를 보낸다.


 그 행복 안에는 여러 외적인 요소들이 있지만, 무엇보다도 다들 자유가 없다면 그들이 모든 것들을 가져도 그건 진정한 행복이 아닐 것이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것들을 마음껏 하면서도 경제적으로 독립되어 자신들이 먹고 싶거나 사고 싶은 것들을 할 수 있을 때 그들은 자유를 느낄 것이다. 물론 여기에 자아실현으로 성취할 수 있는 자유까지 있으면 더욱 좋겠지만 말이다.


 그렇게 보통의 사람들 중에 한 사람으로서, 진정한 자유가 무엇일까에 대한 생각은 답을 아직 찾지 못한 채 현생 속에서 답을 찾아가며 살고 있다.

 

2년 동안 임용을 준비하면서 유독 철학가들의 자유와 행복에 대한 여러 가지 생각들이 와닿았다. 지친 공부 속에서도 즐거움을 찾는 기분이랄까. 소극적 자유와 적극적 자유 중에서 무엇을 선택할래? 하면 선뜻 답을 쉽게 하지 못하겠지만, 그 누구보다도 마음 편히 하고 싶은 것들 다 하면서 내가 누리고 싶은 권리들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 안에서의 자유 그런 거를 원하는 게 아닐까 싶다. 아, 경제적 자유도 함께 말이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이 답을 찾으려면 시간이 꽤 걸릴 것 같다. 그럼에도 찾고자 계속 스스로에 대해 물어볼 것이다.


“자유를 아시나요? 생각하는 자유는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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