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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봄, 너희의 우주를 함께 걸으며

린둥이들의 두 번째 생일 이야기

by 킴미맘

2023년 5월 3일,

우리가 처음 만난 날.

두 쌍의 눈동자가 세상에 첫인사를 건넨 그날로부터

어느새 두 번째 봄이 찾아왔습니다.


올해 생일은 조금 조용하게 보내기로 했어요.

거창한 이벤트도, 반짝이는 케이크도 없지만

엄마는 마음속으로 조용히 다짐했어요.

작은 선물 하나 없이도

이 하루가 너희에게 세상에서 제일 신나는 날이 되기를.


그래서 고른 곳이 바로 제주 항공우주박물관이었어요.


아이들이 좋아하는 공간은 많지만

엄마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너희가 앞으로 마주할 세상은

아직 가보지 않은 우주처럼 넓고도 신비로운 곳이라는 걸

작은 몸으로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요.


하늘을 나는 비행기와

별을 향해 나아가는 로켓들,

빛과 그림자가 어우러진 전시관 속을

너희가 자유롭게 뛰노는 모습을 상상하니

그 공간만큼 오늘을 위한 곳이 없겠다 싶었지요.


박물관에 들어서자

아이들의 눈빛이 달라졌습니다.

컸던 비행기 앞에 멈춰 서서

“와~” 하고 감탄하는 그 모습,

빛나는 신발 불빛을 따라

복도를 달리며 깔깔 웃던 뒷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해요.


우주에서 몸무게를 재보는 체험존에서는

서로를 바라보며 까르르 웃었고,

전투기의 속 안을 유심히 들여다보며

무언가를 알아가는 듯한 표정도 지었지요.

엄마로서는 그 어떤 생일파티보다

이 하루가 더 값지고 더 오래 기억될 것만 같았습니다.


그렇게 박물관에서 즐겁게 하루를 보내고

이제 집으로 돌아가려던 길,

아이들이 주차장에서 내릴 생각을 하지 않았어요.

조금 더 놀고 싶어 하는 마음을 그대로 받아 안아

결국 동네 키즈카페로 방향을 돌렸습니다.

익숙한 공간에서도 마음껏 뛰고

반가운 장난감들과 놀며


아이들은 두 돌 생일의 마지막 순간을

가장 신나게 마무리했어요.


사실은요,

이 하루를 준비하면서

엄마는 참 많은 생각이 들었어요.


두 살이 된 너희를 바라보며

기쁨도, 뿌듯함도 크지만

그만큼 지난 시간을 견뎌낸

나 자신에게도 조용히 말해주고 싶었거든요.

“정말 잘 버텼다고, 수고 많았다고.”


이 생일은

아이들만을 위한 날이 아니었어요.

엄마도 엄마로 살아낸 두 해를

기억하고 싶은 날이었어요.


그래서 하늘을 보고 싶었고,

더 넓은 세상을 같이 걸어보고 싶었어요.

아직 어린 너희는 잘 모르겠지만,

언젠가 이 하루를 기억해 줄 날이 올까요?

“우리 두 번째 생일엔 비행기를 보러 갔었지.”

그 말만 꺼내도 웃음이 나올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답니다.


오늘 하루도,

너희 덕분에 엄마는 조금 더 자랐어요.

함께 걷고 함께 뛰어줘서 고마워.

우리 린둥이들,

두 번째 생일, 정말 축하해.

우리 같이, 앞으로도 오래오래

천천히 자라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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