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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망함 속에서 멈춘 마음

폭우 같은 이별, 더 맑아진 하늘처럼

by 킴미맘


오늘은 다른 이야기를 꺼내봅니다.

삶은 늘 새로운 시작과 이별을 함께 안겨주네요.

그리고 그 순간마다 저는 여전히, 많이 서툽니다.




한동안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갑작스럽게 떠난 그 친구가 자꾸 떠올라 허망했고,

밝게 웃고 있던 영정사진을 바라보며 이젠 이 세상에 없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습니다.


10여 년을 함께했던 전 직장 동료이자 후배였던 그 친구는 평소 당뇨가 있었지만, 합병증으로 갑자기 세상을 떠났습니다. 옆 동네에 살며, 눈이 많이 오는 날이면 먼저 연락해 주던 친구였습니다.

“언니, 눈길 위험하니까 제 차 같이 타고 가요.”

그 다정한 말이 아직도 귓가에 생생합니다.


장례식장으로 향하는 길, 연차를 내고 부랴부랴 달려갔습니다.

먼저 와 있던 옛 동료들과 눈이 마주쳤을 때,

반가움보다 눈물이 먼저 흘렀습니다.

결혼 전 술잔을 기울이며 밤늦도록 수다를 떨고,

퇴근 후 집 앞에서 서성이며 웃던 그날들이 자꾸만 떠올라 가슴을 더욱 아리게 했습니다.


영정사진 속에서 여전히 환하게 웃고 있는 얼굴을 보며, 더 허망했습니다.

이제 그 웃음을 추억 속에서만 만날 수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았습니다.


그 친구가 떠나던 날,

제주에는 거짓말처럼 갑자기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마치 하늘마저 그 이별을 알고 있는 듯,

끝없이 울어주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요즘 들어,

오히려 하늘이 더 예쁘게 보입니다.

비로소 잊지 말아야 할 것들을 바라보라는 듯,

매일 다른 빛깔로 제 마음을 두드립니다.


아이들을 재우고 난 고요한 밤,

저는 다시 제 자신에게 묻습니다.

“나는 지금, 소중한 이들에게 충분히 마음을 건네며 살고 있을까.”

그 질문이 제 안에서 쉽게 흩어지지 않습니다.


친구의 부재는 여전히 깊은 슬픔이지만,

동시에 저를 조금 더 단단하게 이끌어주는 힘이 되었습니다.

그 힘 덕분에 오늘 하루를 더 다정하게,

더 진심으로 살아보려 합니다.


그리고 눈길마다, 하늘의 빛깔마다,

속으로 조용히 속삭입니다.

“고마웠어. 네가 있어서 내가 따뜻할 수 있었어.”




그곳에서는 부디,

편히 잠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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