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3년 차 학예연구원이다. 전에는 고분(古墳)으로 둘러싸인 박물관에서 일했다. 그 후에는 무속전문박물관에서 학예사로 일했다. 어느 쪽이든 죽음과 관련된 곳이라 그런지 “박물관에서 일하기 무섭지 않으세요?”라는 말이 계속해서 따라붙었다.
주로 이야기할 무속박물관인 이곳은 조선시대 때부터 궁중에서 후원하던 신당을 개조해 사용하고 있다. 당시 궁에서 일하던 궁인들이 죽으면 이곳에서 망자(亡者)를 위로하고 이말산(莉茉山)에 묻었다. 관람객들은 이곳 건물 자체가 오래된 한옥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공간이 쓰인 신당이라는 용도, 그리고 각 전시실에 놓인 무속 관련 자료들 때문에 귀신이라도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 그게 아니라도 으스스하다고 느끼는지 아이나 어른이나 곧잘 두려움을 느끼는 장소이기도 하다. 인근에 사는 시민 중에 우연히 방문하는 때도 있는데, 한옥 건물이라 무당집 또는 대감집인 줄 알았다고 한다. 박물관을 관리하는 직원들마저 처마에 매달아 놓은 풍경소리가 밤마다 나는 날이면 무섭다고 했다. 과연 보통 한옥이었어도 그냥 무섭다고 했을까?
무속박물관에 일하다 보면 나를 박물관에서 일하는 학예사가 아니라, 포교나 전도하려는 사이비처럼 바라보는 사람들이 간혹 있다. 나를 자원봉사자로 생각하기도 했다. 관람객이 박물관에서 정확히 어떤 일을 하는지 알기 힘든 건 이해하지만.
젊은층의 관람객들은 드라마나 만화 등 익숙한 창작물을 통해 보던 무속의 일면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정말 무당이 작두를 타는지, 신병이라는 게 있는지, 어느 곳을 가야 점을 잘 보는지. 반면, 중년층의 관람객들은 본인의 어린 시절 추억을 되짚어보는 경우가 많았다. 전시실에서 커다란 항아리나 쌀독, 소줏고리 등을 발견하면 자신들의 추억과 이야기를 조금씩 내게 나누어줬다. 그럴 때면 내가 전시해설을 할 필요가 없어진다. 사람들에게 무속에 관해 설명하는 일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도 모두 재밌었다.
무속박물관 관람은 무속에 익숙한 사람들끼리 혹은 혼자서 관람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물론 설명을 들으며 관람하면 더 유익하다는 것은 다른 박물관도 마찬가지겠지만, 대부분 설명을 원하는 분들은 먼저 내게 해설을 요청해왔다.
내 설명이 필요하지 않는 것과 수상한 사람 취급하며 거리감을 두는 것은 차이가 있는데, 종종 후자의 취급을 받아 상처받을 때도 있었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서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만 설명하면 되는 거라고 마음을 다잡았지만 말이다. 원래도 모든 사람에게 전시 설명을 해줘야 하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는 내가 원하는 무속에 관한 이야기를 할 수 있으니 너무 재밌었다. 그렇지만 전시 설명을 들으면 더 재밌게 관람할 수 있다고 점잖게 권한 뒤, 필요할 때 불러달라고 하고 물러섰다. ‘건조한 친절’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도 나는 계속 사람들에게 다가가고 싶었다. 민속을 이야기하는 이야기꾼이 되고 싶기 때문이다.
박물관에 전시된 자료들은 어떤 설명이 없이는 그냥 지나치기 쉬우므로 관람객이 궁금해하는 것들이나, 내가 재밌어하는 부분을 중심으로 설명한다. 박물관에 있는 자료를 설명 할 때는 최대한 객관적인 용어를 쓰려고 노력했다. 신의 명칭을 높이지 않는 식으로 말이다. 무당들은 ‘신령님(神靈님)’이라는 호칭을 신에게 사용하지만 내가 “신령님”이라고 입에 올리는 순간 관람객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모를 일이다. 그러니 신에 대해 설명할 때는 조심하려고 했다.
사실 박물관에서 일하기 무섭냐는 질문은 내게 어떤 의미도 갖지 못한다. 초년생 직장인이라면 처음 맡은 일 자체가 무서울 수는 있겠다. 나는 귀신보다는 사람이 더 무서운 사람이다. 박물관에서 맡은 일들을 하다 보면 박물관에 있는 전시물이 무섭다 아니다 판단하는 것도 무의미하다. 어느 쪽이냐고 굳이 묻는다면, 전시물을 너무도 사랑한다. 공산품으로 단순히 사들여온 것이 아니라, 어느 만신이 사용한 것들과 같이 이야기가 있는 자료들이기 때문이다. 이야기가 있는 것은 힘이 세다.
무속박물관은 주제도, 운영방식도 조금 특이해서 완전한 사립박물관이 아니라 구청과 MOU를 맺어 함께 운영하는 곳이다. 때문에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배포하는 유물관리 프로그램인 <문화유산표준관리시스템>도 사용할 수 없다. 기존에 있던 자료 목록을 검토하고, 신규로 들어오는 자료를 추가하고, 박물관 전시를 여는 날이면 다른 업무들을 하면서 전시해설을 요청하는 관람객에게 전시해설을 했다. 방문객의 사진도 찍어야 하고, 외국인이 왔을 때는 최대한 번역 앱을 사용해서라도 설명하려고 노력했다. 또 필름 사진을 스캔하고, 상·하반기 두 차례 진행하는 교육프로그램을 준비했다. 하반기에 있을 문화공연의 사업계획서를 작성하고 e나라도움을 통해 사업 변경 신청을 하고 정산 작업을 했다. 그 와중에 틈틈이 무속 자료에 관한 공부도 해야만 했다. 관람객들이 물었을 때 대답해 줄 수 있어야 하니까. 나는 학예사를 도와 학예 업무 보조를 하는 학예연구원으로 들어왔지만, 학예사로 일하고 있었기 때문에 내가 느끼는 부담감이 꽤 컸다. 그렇게 고대하던 학예사가 되었지만 이름뿐인 학예사였기에 아는 사람이 방문하면 조금 민망했다.
밖에서 보는 박물관은 휴관인 날은 아무것도 안 하는 것 같고, 정확히 사람들은 박물관에서 어떤 업무들을 하는지 모르기 때문에 일이 쉽다고 생각하는데 그건 오해다. 이전에 일하던 고고학 유물을 다루던 박물관은 공립 박물관이었기에 <문화유산표준관리시스템>을 사용해서 유물 정보를 등록하고, 이를 통해서 박물관마다 어떤 자료가 있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하여 박물관끼리 전시유물 대여를 하는 데 도움을 준다. 국가귀속문화재를 받아오고, 기존에 있던 유물을 관리하고 기증, 기탁유물도 관리해야 한다.
코로나로 인해 긴 휴관일이 생겼을 때는 전시를 개편하느라 유물을 나르고 유물을 보관하는 수장고도 정리했다. 유물에 유물번호를 붓이나 펜을 이용해 붙이는 넘버링 작업도 했다. 전시물의 정보까지 공부하려면 업무시간은 훌쩍 지나고 만다. 휴관을 하는 날에도 이렇게 쉴 새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런 작업을 사랑한다. 또 박물관에서 일을 할 수 있을까. 그건 아직 알 수 없다. 나는 박물관을 무서워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