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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걍귤 Mar 28. 2022

미니멀리스트에겐 무슨 선물을 줘야 할까?

미니멀리스트의 선물 리뷰


 저 사람에게 뭘 줘야 좋아할까. 살면서 이 고민을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거다. 게다가 그 대상이 '쓸모없는 선물 주고받기'를 세상 최악의 이벤트로 손꼽고, 길에서 나눠주는 물티슈와 구입하면 끼워주는 사은품도 기어코 거절하는 지독한 미니멀리스트라면? 골치 아프겠지.


 그래서 매년 주변 사람들을 괴롭히는 미니멀리스트로서 부채 의식을 갖고 <미니멀리스트를 위한 선물 추천>을 해보려 한다. 나 같은 사람의 생일이 다가올 때마다 고민에 빠진다면 참고해보시길 바라며.






 올해 생일 선물은 전부 비대면으로 전달되었다. 하나도 빠짐없이. 카카오톡 선물하기 서비스가 없었으면 어쩔 뻔했을까. 코로나 발생 이후 서비스 거래액이 어마어마하게 증가했음을 굳이 찾아보지 않아도 피부로 느껴졌다. 그렇게 받은 선물들을 크게 3종류로 분류했다.




 가장 적게 들어온 것은 [있으면 좋은 물건]이다. 귀여운 잠옷 세트, 감성적인 페이퍼 인센스, 예쁜 대용량 텀블러. 없어도 살아갈 수 있지만 받으니까 좋다. 미니멀리스트라고 해서 필요하지 않다고 당장 처분해버리는 냉혈한은 아니다. 눈을 씻고 찾아봐도 내 공간 한 켠을 내어줄 이유가 없거나 부피가 무지막지하게 크지 않은 이상!


 일단 잠옷은 보편적인 생활용품이니 선물로도 안전한 편이다. 특히 나는 실내복과 잠옷을 구분해서 입는데(먹으면 묻히고 씻으면 쫄딱 젖기 때문), 잠옷 세트는 1개가 전부라 환영이었다. 목 늘어난 반팔티와 짝 안 맞는 바지보다는 잠옷 세트가 삶의 질을 높여준다. 나를 잘 대해주는 방법 중 하나다.


 인센스는 처음으로 사용해보았는데 불멍이니 물멍이니 그런 걸 왜 하는지 이해가 갔다. 열어둔 창문을 향해 스멀스멀 피어나는 연기를 바라보고 있으면 잡생각도 함께 흐려진다. 타닥타닥 타들어가다 마지막엔 약간의 흔적만 남기고 사라져 버리는 모습이 마음에 든다. (카카오톡 선물하기로 받아 향 옵션을 선택할 수 있어서 더 좋았다)


 텀블러는 보통 미니멀리스트가 선호하는 선물은 아니다. 다만 나는 4년째 플라스틱 콜드컵을 쓰고 있었는데 차를 마시기 시작하면서 스테인리스 텀블러의 필요성을 느끼던 상황이었다. 이번에도 역시 오래오래 함께할 생각으로 용량과 구조, 디자인을 따져서 골랐다. 텀블러는 거의 매일 사용하는 용품이기 때문에 한번 살 때 아주 신중하게 골라야 한다. 선물하기 전에 받는 사람이 필요로 하는지 꼭 확인해보기를 추천한다.



 

그다음은 [관심 있는 분야의 소모되는 물건]이다. 그 사람이 좋아하는 카테고리 안에서 소모품을 찾으면 된다. 혹시 그게 싫다면 대놓고 '이거 어때?'라고 물어봐주는 것이 좋다. 빨리 닳아 없어지는 물건도 아닌데 내 취향과 전혀 다르면 마음은 고맙지만 곤란하다. 그런 미니멀리스트들이 파기 좋은 분야가 바로 '향'이다.


 나는 어릴 때부터 향에 약간의 집착을 곁들인 관심을 갖고 있었는데, 사실 그것도 언젠가는 사라진다는 유한함에서 비롯된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한다. 그런 내가 특히 시트러스 계열만 주구장창 판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알아서 내가 좋아할 만한 핸드크림과 핸드워시를 골라 선물해주었다. 선물해주는 사람이 '너 선물 못 고르겠어!' 하는 경우에는 갖고 싶은 향수와 핸드크림으로 직접 골랐다.



 가장 많이 받은 것은 [음식]이다. 종류도 다양했다. 다양한 카페 프랜차이즈, 케이크, 치킨, 피자 등. 아직 서로 취향을 알지 못하는 분들은 기프티콘으로 마음을 써주었고, 반대로 내 속성을 너무 잘 알아서 기프티콘을 보낸 이들도 많았다. 그동안 느낀 미니멀 라이프를 향한 당신의 광기가 대단해서 도저히 물건을 줄 수가 없다는 말과 함께. 특히 가장 좋아하는 음식인 피자의 지분이 상당했다. (도미노피자 기프티콘의 메뉴 변경이 가능해지는 날이 하루빨리 오길 바란다)



 추가로 이전에 받은 [미니멀리스트로서 좋았던 선물]을 남긴다. 개인적으로 물건보단 경험이 남는 체험형 선물이 최고다.


- 전시 관람 3회 무료 멤버십 카드

- 달마다 영화관 가던 시절에 받은 영화 관람권

- 비타민계의 에르메스라는 멀티 비타민


 언질도 없이 마음에  드는 선물을 받게 되면  사람과의 관계를 되돌아본다.  취향을 파악했을 정도로 나와의 대화에 집중했다는 뜻이니까. 스쳐 지나갈 수도 있었을 말을 기억하고 고민해준 사람들에게 고맙다. 주변 사람들을 괴롭힌 부채가  글로써 조금 덜어지길 바라며. 미니멀리스트들아, 웬만하면 선물은 직접 고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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