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 태어난 아름다운 당신은 눈처럼 깨끗한 나만의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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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당신의 생일을 Happy Birthday to you.~”
오후, 저녁 강의를 마치고 러시아워에 꽉 막힌 도로 위에서 듣는 누군가의 신청곡, 수지의 ‘겨울아이’였다. 마침 전날이 생일이었어서, 누군가 나를 위해 신청곡을 보내준 것으로 생각하며 들어본다. 지인이 보내준 생일 축하 메시지에서 ‘겨울아이 민숙님’이라는 단어를 처음 보았다.
‘겨울아이’.
나에게 이런 말을 해주는 사람이 없었던 것 같은데, 괜히 이 노래 가사에 이입이 되어 나는 노래 가사처럼 ‘겨울에 태어난 아름다운 사람’이 된 것 같았다. 감정이입이 되고 눈물이 핑 돌았다. 슬프지도 않은데 말이다.
이 노래를 잊고 살았는데, 이 노래가 이렇게 예쁜 가사였구나. 문득 가사가 주옥같던 옛 가요들의 제목들이 기억이 나지는 않으면서 이따금씩 라디오에 흘러나오면 어느새 흥얼거리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목청껏 노래를 따라 부르다 보니 어느새 꽉 막힌 도로를 빠져나와 쌩쌩 달리고 있다.
바로 전날이 생일이었고, 다음날이 결혼기념일이다 보니 12월 중순은 기분이 몰랑몰랑하다고 해야 할까. 그렇게 쭉 크리스마스에 연말에 새해까지 즐거운 모임, 여행들을 계획하거나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이하는 계획을 짜곤 하는 그런 시간들이 나에게는 잘 허용되지 않았다. 늘 겨울이 바쁜 이 직업을 시작하기 전에는 내가 이런 삶을 살게 될 줄은 전혀 몰랐다.
직업을 180도 바꿔서 하고 싶었던 베이킹 관련 일을 선택하고 한 해 두 해 하면서 느끼는 것은 내 생일이 있는 12월의 중순은 1년 중 베이킹하는 일을 업으로 하는 사람이라면 가장 바쁜 시즌이다 보니 다소 정신없이 보낸다는 것이었다. 이렇게 무려 15년이 흐르고 있다.
생일이 지나면 크리스마스가 가까워지는 주에는 거의 매일 크리스마스 베이킹 강의가 있곤 한다. 내 공간을 운영할 때에는 수업도 하루 종일 꽉 차고, 외부 출강에 케이크와 크리스마스쿠키 주문량을 맞추느라 며칠 동안 철야를 했다. 베이킹 관련 일을 하는 분들의 크리스마스 시즌은 대부분 이렇다. 따라서 정작 크리스마스 당일에는 베이커리 운영하시는 분들은 대부분 문을 닫고 쉰다는 사실도 이 일을 하기 전에는 몰랐던 점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크리스마스에는 평소에 안 사던 케이크를 다들 사니까. 즐거운 파티를 계획하고 케이크를 사고 선물을 하니까. 크리스마스는 베이킹하는 사람들에게는 피크 시즌이라 돈을 많이 벌기도 하지만 쉴 틈이 없어 체력이 고갈되는 잔인한 시즌이기도 하다는 것..
늘 그렇게 헐레벌떡 12월의 기념일들을 맞이하고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가면 엉덩이 붙일 새 없이 가족들을 챙기고 집안일을 한다. 물론 집안일은 가족들이 도와주기도 하지만 혼자 내 일을 하는 프리랜서인 나로서는 내 일에 관해서는 어느 누구에게도 부탁하거나 맡길 수가 없다. 1인 프리랜서의 장점은 자유롭다는 것과 단점은 대체할 사람이 없다는 것. 이 양면성을 알면서 결국 챙겨야 할 것이 뭐냐 하면 체력을 기르는 것과, 소화 가능한 적절한 스케줄을 잡는 것. 이 두 가지였다. 지금까지는 살얼음판을 걷는 듯 버텨왔는데, 해가 갈수록 체력적인 부분에 무리가 올까 싶어 늘 12월은 최상의 건강상태이길 바라며 조심히 지내곤 한다.
우연히 들었던 ‘겨울아이’ 가사처럼 평온한 겨울의 생일을 맞이하는 아름다운 사람이 되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가족들과 지인들로부터의 따뜻한 생일축하 메시지로 위로를 받으면서 12월을 버텨본다.
나도 누군가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인사를 건넬 수 있는 사람으로 살아야 하는데 12월은 바쁘다는 핑계로 그동안 잘하지 못한 것 같다. 그래서 올해는 과감히 12월의 마지막 주에 강의를 다 빼버렸다. 남편도 나도 조용히 올 해를 정리하고 2024년을 잘 맞이하고 싶어서이다.
올해의 마지막주에도 즐거운 크리스마스를 맞이하기 위해 나의 강의를 선택한 많은 사람들을 만날 예정이고, 만나고 있다. 올해의 마지막 주 수업들을 잘 준비해서 많은 사람들을 베이킹으로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 그리고 나도 일주일의 휴가를 잘 맞이해야지.
‘겨울아이’인 나는 나의 삶에서 행복과 여유, 바쁨과 설렘이 공존하는 12월을 앞으로 어떻게 맞이할지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결론은 없다. 아마 내년 12월도 또 이렇게 바쁘게 보내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앞으로는 12월마다 이 ‘겨울 아이’를 챙겨 듣고 있을 것만은 확실하다.
행복한 겨울을 보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