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킹은 평생 친구
베이킹은 재밌다. 즐겁고 행복하다. 달콤하고 설렌다. 체력이 필요하기도 하지만 섬세한 미적 감각도 집중할 수 있는 끈기도 부지런함도 필요하다. 어쩌면 베이킹하는 일을 선택한 덕에 나는 평범한 회사원 생활을 벗어나 새로운 삶을 접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어서 감사한 마음까지 든다. 그리고 모든 업무를 내가 다 해내야 했으니 회사로 치면 나는 홍보, 마케팅, 구매, 영업, 생산, CS, 개발, 기획 모든 분야를 혼자 다 해냈다.
말이 좋아 사장이지, 1인 회사, 대표, 아니 그냥 나는 혼자 일하는 버둥거리는 프리랜서 자영업자였다.
혼자 12년 동안 일했던 시간들을 돌이켜보는 지금 가장 힘들었던 것은 이따금씩 찾아오던 외로움이었던 것 같다. 의견을 나눌 동료도 없었고 오롯이 나 혼자 일들을 처리해야 했으니 모든 일에 대한 책임도 내가 져야 했으니 몸은 늘 고되었고 마음은 바빴다. 뇌가 쉬지 않고 움직였던 것도 사실이었다.
그동안 취미가 일이 되어 베이킹하는 일을 하는 사람으로 살아왔다. 그 세월이 무려 12년. 그전에 회사 생활하던 생활패턴과는 너무도 달라도 달랐기 때문에, 게다가 혼자 했기에 죽을 것처럼 힘들기도 했지만, 한편 내가 하는 일이 너무 좋아 행복했으며, 무엇보다도 수업에서, 주문 주시는 고객들로부터 좋은 에너지를 듬뿍 받을 수 있어서 행복했다.
나는 사람과의 관계를 소중히 생각하고, 내가 좋은 사람이 되면 상대방에게도 좋은 에너지가 분명히 전달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 내가 조금 힘들고 피곤하더라도, 온 힘을 다해서 최선을 다한다면 분명 그 꾸준함은 빛을 발할 것이라는 생각도 있다. 나도 사람인지라 비록 모두에게 친절하고 좋은 사람이 되지는 못했겠지만 적어도 베이킹 일을 하는 동안에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오는 적잖은 피곤함 대신에 달콤한 추억을 오히려 더 선물 받은 듯했다.
베이킹하는 삶을 선택해 지내왔던 지난 시간들을 회상해보며 그 시간들이 결코 그냥 흘러가버린 시간들이 아니었어서 참 다행이다 싶다.
엄청난 성공가도를 달리는 파티셰가 된 것도, 돈을 많이 번 것도 아니고, 줄을 서서 사 먹는 맛집이 된 것도 아니었으며, 잘 나가는 유명한 강사가 된 것도 아니지만, 내 나름 업계에서는 그래도 베이킹 강사로 입에 오르내릴 수 있는 사람이 되어 있으니, 나를 '선생님~선생님~'하고 불러주는 그동안 배출한 수많은 수강생들이 있으니 이 정도로도 충분히 만족한다.
사실 최근, 이토록 사랑하는 베이킹하는 일을 내려놓을까 라는 고민에 빠지기도 했었다.
최근 엄청난 물가상승으로 인해 '빵 플레이션'이라는 단어까지 생길 정도로 베이킹을 하는 데 있어 들어가는 모든 재료비와 포장재 비용이 급상승했다. 문화센터 베이킹 강사 특성상 개인 공방을 운영할 때보다는 수업료와 재료비 측정이 다소 저렴해지기 마련인데, 아무리 재료비를 올린다 하더라도 요즘의 터무니없이 고공 상승하는 빵 재료비의 물가 상승분까지 반영해서 올릴리는 만무했다.
베이킹 강사를 찾는 문의는 쇄도하는데, 나 정도 되는 경력의 베이킹 강사를 구하기가 어렵다고 여기저기에서 러브콜이 오는 마당에서 나는 고민에 휩싸이게 된다. 강의를 많이 하면 할수록 재료는 더 많이 쓰게 되는데, 재료비를 올려서 받는 데에는 어느 정도 한계가 있다. 그렇다고 수강생을 늘려 받을 수도 없기도 하고, 인원 모강 현황도 늘 일정하지 못하다는 리스크도 있다. 밀가루, 치즈, 생크림, 우유, 계란, 설탕 등 베이킹에 들어가는 모든 재료들이 다 올랐다. 게다가 내가 쓰는 재료들은 퀄리티가 높은 편인 버터와 크림들을 사용하기에 말해 뭐할까.
사실, 취미로 시작했기에 수지타산을 잘 따져보지 않고 베이킹 일에 빠져들었다. 내가 좀 손해를 보더라도 일이 좋아서, 사람들이 내 작품을 인정해주고, 나를 찾아주는 사람들이 있어서 좋아서 해왔다. 멈추지 않고 계속. 그런데 이렇게 지속적인 물가상승은 베이킹 일을 한 지 13년 차가 되는 내 시점에서도 좀 버겁다.
기회가 닿아 평일에는 잠시 다른 일을 하기로 해서 요즘은 주말에만 베이킹 강의들을 하고 있다.
처음에는 강의마저도 접어야 하나 망설였지만, 아직은 내 마음이, 내 머리가 처음 베이킹에 발을 들였을 때의 설렘과 기쁨, 행복했던 순간들이 교차되면서 베이킹하는 삶을 내려놓을 수가 없다.
가까운 지인은 내가 집 문제로 고민하던 시기에 베이킹하는 공간과 향후 방향에 대해서까지 폭넓게 여러 가지로 고민에 휩싸여 있을 때, 조용히 안부를 물으며 이런 말을 건넸다.
"나는 네가 어디 수도권 외곽 쪽에 마당 딸린 주택을 짓고 리틀 포레스트 영화처럼 베이킹하며 수업도 하고 자연 속에서 평온하게 사는 삶은 어떠냐고 묻고 싶었어."
아. 나는 아직 그러기에 자연친화적인 인간도, 도시보다는 시골을 좋아하는 인간도 못된다.
나는 여전히 카페 투어와 디저트 샵 투어를 좋아하고, 예쁜 것들을 보는 것들을 좋아한다.
새로 생긴 곳엔 꼭 가보고 싶고, 트렌디한 것들을 여전히 좋아한다.
리틀 포레스트 영화와 같은 삶을 살며 내 공간에 들르는 사람들을 위해 따듯한 커피와 디저트를 내어주는 일. 아직은 내가 그 삶을 선택하기에 퍼즐이 이상하게 끼워 맞춰지지 않는다. 내 옷이 아닌 것 같다.
그래, 그럴 수 있다. 사람마다 타인에게 보이는 삶과, 정작 내가 꿈꾸는 삶은 다르기에. 또 모르지 내가 언젠가 10년 후에 그렇게 살고 있을지도.-
내 공간에 들러주는 사람들에게 아기자기한 디저트와 커피를 내려주는 일은 좋은데, 늘 그렇게 살지는 못할 것 같다. 유유자적 여유롭게 식물을 기르고 빵을 굽고 졸졸졸 흐르는 시냇가 물소리를 들으며 한 권의 책을 읽으며 나는 그렇게 여유를 즐기기에 이미 지난 12년 동안 너무 바쁘고 치열하게 살아와서 일까..
나는 여전히 베이킹 강사이다. 앞으로도 사람들에게 베이킹의 즐거움과 응용의 묘미를 알아가는, 창의성을 북돋아주는 그런 수업들을 꾸려나가고 싶다.
그동안 베이킹하며 쌓여왔던 많은 에피소드들을 추억하며, 또 앞으로 쌓일 추억들을 기대하면서, 주말이지만 나는 또 내일의 베이킹 수업을 준비하고 아이들을 만나러 나설 예정이다
내일은 또 어떤 친구들을 만나 어떤 작품들을 만들어 낼까. 기대하면서.
그리고, 나는 베이킹을 평생 친구로 삼기로 했다. 취미가 일이 되었고, 행여 다시 일이 취미가 되는 날이 온다 하더라도 나는 늘 최선을 다했고 지금도 달리고 있기 때문에 후회는 없다.
사람들에게 힐링의 시간, 행복을 안겨줄 수 있는 베이킹하는 시간은 정말 아름답지 않은가!
베이킹이 주는 힐링을 함께 느끼고 싶으신 분들을 위해 그 맛을 가르쳐 드리고 싶어서라도 베이킹을 가르치는 일을 당분간은 놓지 못할 것 같다.
함께 구워보실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