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즈베이킹의 매력
쇼핑몰 문화센터 강의를 오래 하다 보니 귀여운 아이들과 수업하는 시간이 많다. 강의 경력이 어느 정도 쌓이다 보니 나는 센터로부터 성인 베이킹, 키즈 베이킹 클래스 두 가지를 모두 의뢰를 받곤 하는데, 성인 클래스를 준비할 때와 키즈 베이킹 클래스를 준비할 때의 마음가짐과 수업이 끝난 후의 여운이 조금 다르다.
성인 클래스를 진행할 때에는 자신감 있게 카리스마 있어 보이는 강사의 면모를 보여주려고 노력한다. 당차게 또렷한 말투와 익숙한 손놀림으로 설명하고 시연을 한다. 수강생들에게 하나라도 더 베이킹 기술을 가르쳐 드리려고 노력하고, 각자의 수준이 다르기 때문에 또한 개인 실습이 많다 보니 혹시 실수하지는 않나 신경 써가며 들여다본다. 하지만 키즈 베이킹은 다르다.
내 수업에서는 아이들에게 늘 강조하는 것이 있다. 선생님은 시범을 보여주고 만드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거라고, 작품이 선생님하고 똑같지 않아도 괜찮다고. 너희들이 만들고 싶은 대로 창의적으로 만들어도 괜찮다고 늘 말해준다.
한 번은 시연을 하고 아이들 실습이 시작되었는데 한쪽에서 엄마와 딸아이의 실랑이 소리가 들려온다. 끝내 아이는 울음을 터트린다. 조용히 다가가 어떻게 해주면 좋을지 어떤 상황인지 물었더니, 아이는 완벽한 성향의 아이였는데 선생님 케이크처럼 매끈하게 아이싱이 되지 않아서, 엄마가 도와주는데도 엄마도 처음이라 깔끔하게 안 되니까 결국 울음을 터트린 것이었다. 아이의 세계에서는 일생일대의 중요한 사건이다. 아이에게는 아이싱이 깔끔히 안되는 것이 너무도 화가 나고 속상하고 잘하고 싶은데 왜 잘 안될까. 복합적인 감정들이 서려있다. 완벽주의적인 성향의 아이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 나는 아이에게 말해주었다.
“우리 친구, 오늘 케이크 처음 만드는 건데도 이렇게 해낸 거야? 정말 잘했는걸! 선생님은 정말 오랫동안 매일매일 케이크를 만들어서 지금처럼 이렇게 만들 수 있게 되었어요. 우리 친구는 오늘 처음 했는데 이만큼이나 예쁘게 만들어 냈잖아? 앞으로 좀 더 연습하면 분명히 선생님처럼 깔끔한 케이크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거예요! 선생님은 이만큼 해낸 우리 친구를 칭찬해요.”
아이는 금세 울음을 뚝 그치고, 어머니는 아이에게 “선생님이 칭찬해 주셨네~거봐 잘했다고 했잖아. “라며 함박웃음을 지어 주신다. 모녀의 기분이 나아져 보였고, 아이는 눈물을 뚝 그치고 케이크를 끝까지 즐겁게, 완성해갔다. 이후로 나는 키즈베이킹 수업을 시작하기 전, 똘망똘망한 눈망울들이 모두 나를 바라볼 때, 아이들에 이 한마디를 덧붙여 말해준다.
“선생님은 그동안 연습을 많이 해서 이렇게 깔끔한 케이크를 만들어낼 수 있었어요. 우리 친구들 케이크는 선생님하고 똑같지 않아도 괜찮아요! 깔끔한 아이싱이 어려운 게 당연하니까. 그리고 혹시 잘 안되도 우리는 크림을 짜거나 재미있게 토핑을 붙여서 꾸며줄 수 있으니 걱정 말고 즐겁게 만들어보자고요!.”
같은 수업 품목을 가지고 유아부터 성인까지 진행을 해보면, 예를 들어 케이크 수업 같은 것도 어릴수록 아이들은 거침없이 만들어내는 반면, 어른들은 스마트폰부터 꺼내 검색을 시작한다. 내가 만들고자 하는 케이크 사진을 찾거나 디자인을 검색해 펼쳐놓고 고민한다. 즉, 어른은 그동안 살아오면서 너무나도 예쁘고 멋진 케이크들을 봐왔기 때문에, 내 작품이 그 정도는 나와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기대치가 있다. 우리는 커가면서 점점 다양성에서 획일화된 평범한 인간이 되어가는 것 같다. 잘하고 싶은 욕구는 당연한데, 남들과 똑같이 만들 필요는 없는데 말이다. 나만의 색깔, 표현. 그게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웬만하면 수강생이 원하지 않는다면 작품에 손대지 않는다. 아이들 작품에는 특히, 아이들만의 색깔이 묻어있는 작품에 나의 손길이 들어가지 않는 편이 좋다고 생각해서이다.
키즈베이킹 수업을 하면서 정말 다채로운 성향의 아이들을 만났고, 그에 맞게 아이들을 어떻게 대해줘야 할지에 대해서도 깨닫게 되었다. 아이들에게는 아이들만의 언어로 너무 어렵지 않고 재미있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공정위주의 수업들로 화제 전환을 적절히 해가면서 아이 눈높이에 맞는 수업을 기획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이를 키워보지 않은 사람들이나, 아이들을 많이 다뤄보지 못한 강사라면 키즈베이킹 수업을 진행하기 상당히 어려움을 느낄 수 있다.
예전에 미혼이신 어떤 강사님께서 나에게 물어보셨다.
“선생님 어떻게 그렇게 아이들 수업을 해요~ 저는 아이들 수업하면 정신이 없어서 너무 어렵던데.”
아이들 수업을 하려면 먼저 아이를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아이들의 말에 귀 기울여줘야 하는데 솔직히 아이들을 많이 접해 보지 못한 사람들은 당연히 어려울 수 있겠다. 나 역시도 내 아들을 키워보지 않았더라면. 그동안 수많은 아이들을 수업에서 만나보지 않았더라면 못해봤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문화센터에서 맡는 키즈 베이킹 수업은 4~7세 아이들이 엄마나 아빠와 함께 들어야 하는 수업이다.
이 말인즉슨, 아이들만 케어해야 되는 것이 아닌 부모님의 심리도 파악해가며 수업을 진행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키즈베이킹 수업이 시작되면 한껏 기대에 부푼 아이들이 엄마 아빠 손을 잡고 들어선다.
나는 정작 아들과 함께 베이킹이나 요리 수업을 다녀본 적이 없다 보니, 살뜰하게 아이들을 챙기는 요즘 엄마 아빠들이 참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주말에는 아빠와 함께 베이킹 수업에 오는 아이들이 유독 보이는데, 아빠들도 생각보다 참 섬세하게 아이들을 잘 챙긴다 싶다.
“우리 친구들, 선생님과 인사하고 시작해볼까요? 배꼽 손~ 안녕하세요!”
내 목소리는 어느새 하이톤으로 업될 수밖에 없다.
한 팀 두 팀 쿠킹스튜디오에 들어서 손을 씻고 앞치마를 하고 자리에 앉는 아이들을 향해 가볍게 눈인사도 해주고, 관심을 가져주는 행위는 아이들에게 큰 기쁨이라는 생각이 든다.
선생님과 힘차게 인사를 하는 아이들. 출석을 부를 때 아이 이름을 불러주고 아이가 수줍게 대답을 하거나 손 만들어도 이름을 말해주며 잘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엄마들도 기분이 좋고 아이들도 수줍지만 뿌듯해 보이는 표정이다.
수업이 시작되면 아이들은 집중해서 선생님의 시연을 바라봐준다. 물론 집중하지 못하는 아이들도 간혹 있는데, 이럴 때에는 나만의 방식대로 목소리를 더 크게 낸다거나, 교묘하게 화제를 전환해 아이가 잠깐이라도 집중해 선생님을 볼 수 있도록 한다.
끊임없이 선생님에게 말을 걸고 싶어 하고, 칭찬을 갈구하는 아이들도 있는데, 이런 친구들에게는 아이들이 원하는 대로 나 역시도 관심 갖고 말을 걸어주고 작품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말없이 조용히 작품에 몰두하는 친구에게도, 집중하기 어려워하는 친구에게도 모두에게 똑같이 계속 들여다보면서 아이들을 북돋아주고 칭찬해주고 격려해주는 말을 건넨다.
선생님이 수다쟁이라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나는 수업 중에도 계속 아이들을 살펴보며 돌아다니고 필요한 것은 없는지 체크하고 관리한다.
언젠가 쿠킹스튜디오에서 도와주시는 여사님께서 하신 말씀이 생각난다.
“선생님, 선생님은 다른 선생님들과 다르게 수업 준비도 철저히 해오시고 손도 빠르시고 무엇보다도 아이들을 계속 들여다보시는 것이 힘드실 텐데, 그렇게까지 하세요~대단하세요~”
대단한 건가. 그냥 나는 당연한 것을 하는 건데. 내 수업에 온 친구들이 즐겁고 행복한 추억만을 가지고 가면 좋겠다. 그 시절 겪었던 추억들은 나중에 크면 어렴풋이 기억이 날락 말락 할 텐데, 적어도 내 수업을 거쳐간 아이들이 '베이킹 수업 때 선생님이랑 즐거웠었지. 베이킹은 재미있고 행복했어. 그리고 맛있었어!'라는 달콤한 추억들을 안고 갔으면 좋겠다.
오늘도 아이 들과 함께 했던 시간들을 되새기면서, 살뜰히 아이들을 챙기던 엄마 아빠들을 보며 많이 커버린 나의 아들을 바라보며, 또 한 번 되새긴다.
내가 앞으로 더욱더 좋은 선생님이 되어서 우리 아이들이 엄마 아빠 손잡고 나선 쇼핑몰에서 만난 베이킹 선생님과의 시간이 참 행복했다고, 좋은 추억이었다고 어렴풋이라도 기억해주었으면 좋겠다.
얼마 전 수업을 마치고 수줍게 앞으로 나와 짧은 두 팔로 내 허리를 감싸주던 한 꼬마 남자아이의 따스함과, 좋아하는 사탕 한 개를 쭈뼛쭈뼛 들고 나와 선생님 선물이라고 손바닥 위에 살포시 건네주고 간 귀여운 친구의 미소가 떠오른다.
귀여운 동심의 세계 속으로 풍덩 빠질 수 있는 키즈베이킹 수업의 매력.
주말마다 아이들과 만날 수 있음에 행복하고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