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아웃(burnout)
: 어떤 활동이 끝난 후 심신이 지친 상태. 과도한 훈련에 의하거나 경기가 원하는 대로 풀리지 않아 쌓인 스트레스를 해결하지 못하여 심리적, 생리적으로 지친 상태.
번아웃 증후군(burnout syndrome)
: 일에 몰두하던 사람이 극도의 스트레스로 인하여 정신적, 육체적으로 기력이 소진되어 무기력증, 우울증 따위에 빠지는 현상, 어떤 활동이 끝난 후 심신이 지친 상태.
SNS를 통해 번아웃에 빠진 사람들을 만난다.
나 역시 그랬다. 매일이 새벽이었고, 그 새벽을 버티고자 자주 술을 비웠다. 잠시 숨을 쉬어야 할 때면 내 손엔 담배가 있었고, 그러다 고개 들면 또 새벽이었다. 그런 날의 연속이던 어느 날 내 뒷목을 차갑게 타고 오르는 뭔가를 느꼈다. 그 때 깨달았다.
'아~ 이렇게 다들 뒷목 잡고 넘어지는구나.'
그리고 얼마 후 23년을 피웠던 담배를 끊었다. 10여 년이 지난 지금, 여전히 내 옆에 담배는 없다.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제발). 지금은 술도 멀리 있다. 아예 금주를 선언할까도 했지만, 그러기는 여러모로 어렵다. 반주 정도는 허용하기로 했다.
'번아웃 금지'.
2022년 우리 회사의 슬로건 중 하나는 '번아웃 금지'였다. 나머지 하나는 '핵심업무 집중'. 쓸데없는 일, 부수적인 일, 안해도 되는 일, 일을 위한 일, 프로세스가 제대로 잡혀 있지 않아 반복 또는 비효율적으로 처리되는 일들을 다 걷어내고, 오로지 핵심업무에만 집중하자. 그렇게 옹골지게 각자의 업무시간을 활용하고, 남는 시간에는 휴가를 가자. 자신의 핵심업무가 무엇인 지를 이해하고, 거기에 집중하면 회사의 성과는 자연스럽게 높아질 것이다. 그러니 눈치 보느라 야근하지 말고, 핵심업무에만 집중하자. 그럼 성과는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이것이 우리 회사가 업무 하는 방식이다.(아직까지는 안망했다)
제주도.
올해 들어 벌써 네 번째 제주도 여행이다. 2박 3일 일정도 있고, 당일치기도 있고, 이번처럼 4박 5일도 있다. '정신적 탈진상태'인 번아웃에 빠지지 않기 위해 나는 여행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어디에 있던 시간의 양은 동일하지만, 멘탈의 충전 게이지를 높이는 동력은 다르다. 같은 브랜드, 같은 음악, 같은 커피를 마셔도 그 장소가 어디냐에 따라 충전값은 다르다.
사실, 여행은 넘치는 돈이 있어서가 아니라, 시간이 많아서가 아니라 돈을 쪼개고, 시간을 쪼개서 가는 것이 아닐까. 과정이 행복해야 결과도 행복한 것 아닐까? 그래야 내가 원하는 행복을 얻을 수 있다. 하루 종일, 일주일 내내 몰입해야 하는 일, 그 일에서 빠져 나와야 몰입할 대상을 제대로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아니면 안되는 1인 사업가나 사업장인 경우에도 '충전 없이는 오래 하기 힘들다'는 것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수 년 간 음식업을 하다 최근에 문을 닫은 지인이 있다. 사업장이 '삶을 풍요롭게 하고, 행복으로 인도하는 도구'가 아닌 '3억 짜리 감옥'이 되어 있었다. 1주일에 하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을 한다. 마감도 직접 한다. 건강도, 가족과의 관계도, 매출도 좋지 않았다. 결국 문을 닫았는데, 투자한 수 년 간의 시간을 아파한다. 곁에서 보기에 과정이 너무 안쓰럽다.
곁에서 보기에 번아웃인데, 본인은 "답이 없다"며 패턴을 반복했다. 그렇게라도 해서 나아졌으면 좋았으련만 결론은 'close' 였다. 건강도, 관계도, 경제도, 그리고 과정도 결국 수렁이었다. 그래도 다시 일어나리라 믿고, 응원한다.
번아웃인 지 확인할 수 있는 여러 테스트들이 있던데, 내가 가장 공감이 되는 것은 '정서적으로 지쳐있음을 느낄 때'이다. 내가 정서적으로 지쳐있다면 새로운 동력을 만들어내기 어렵다. 아니, 현재의 생동감도 유지하기 어렵다. 신체적인 피로와 불안, 우울감, 집중력 저하, 업무에 대한 동기부여와 책임감 부족, 인간 관계나 사회적인 고립감, 건강의 이슈 등이 생기면 번아웃인지 테스트해 볼 필요가 있다.
정서적으로 지쳐있다는 느낌이 생긴다면 의도적으로 '즉시 충전'을 하는 게 어떨까. 역시 가장 좋은 것은 여행이다. 먼 곳이 아니면 어떻고, 멋진 곳이 아니면 어떤가. 내 시간이 소비될 환경을 바꿔보자.
내 주변 사람 중 가장 치열하게 사는 또 다른 지인이 있다. 스트레스로 고생하다 의사의 권고를 받고 지금은 미술, 음악, 승마, 골프 등 누가 봐도 부러운 여가생활을 즐긴다. 일도 치열하게 하고, SNS도 치열하게 한다(조금 과하긴 하다). 이런 모습 나쁘지 않다.
번아웃에 빠져 있는 사람들, 그렇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잠시 쉬라'고 이야기 하고 싶다. 멈추라고. 그래도 세상 큰 일 일어나지 않는다고. 잠시 쉬면서 내 곁에 있어준 사람들, 특히 나를 도와주는 사람들을 돌아보라고 말하고 싶다. 내 삶이 얼마나 감사한 일로 가득한 지 하나하나 살펴보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다. 나 역시 사업이 어려울 때 돈이 없어 오랜 기간 점심을 걸러야 했던 시간들이 있었지만, 돌아보면 지금의 내가 있는 이유는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 덕분이었다. 그들에게 감사함을 잊지 않는다. 감사하다고 소리내어 말한다.
'즉시 충천'. 번아웃에 빠지지 않는 아주 좋은 방법이다. 사람에 지치면 사람에게서 벗어나보고, 회사 일에 지치면 회사에서 벗어나 보자. 돈으로 지쳐있으면 어디 가서든 그냥 멍 때리고 있어보자(나도 캠핑 불멍으로 4년을 버텼다). '시간이 답이다'는 말은 진심 진리다.
지치고, 힘들면 멈춰 보자. 잠시 멈춰보자.
그래도 괜찮다.
(우린 너무 치열하게 사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