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키미 작가의 '오늘부터 나는 브랜드가 되기로 했다'를 읽고
지난 달 말, 주말을 혼자 어떻게 알차게 보낼까 고민하다 오랜만에 하루를 온전히 좋아하는 동네에서 보내보기로 했다. 이따금씩 그런 날을 홀로 보내곤 하는데, 예를 들어 점심-전시-카페-저녁 코스를 모두 한 동네에서 해결하는 것이다. 시작부터 딴길로 잠깐 새자면, 북촌에서 좋아하는 요거트 집인 땡스오트로 점심을 해결하고, 냄새에 이끌려 마칸틴 스콘을 사고, 서울교육박물관에서 전시회를 보고, 우연히 들어간 카페에서 맛있는 커피 한 잔에 좋아하는 브랜드인 팬톤편 매거진B를 완독한 날을 잊을 수 없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5월의 마지막 주말 하루를 합정에서 보냈다. 그 날 마침 내가 좋아하는 피자집이 리뉴얼 오픈을 하여 들러보기로 했는데, 그 전에 시간이 떠서 간만에 당인리 책발전소를 방문. 그곳에서 책 한 권을 사야겠다 마음을 먹고 둘러보는데, 안쪽에 이 책이 있었다.
- 김키미 저, whales books
사실 마케팅을 하는 사람들이 마케팅 관련 책 읽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뭔가 마케터인게 대단한 일인 것처럼 행동하는 기분이라... '마케팅이 뭐 책 읽어서 돼?' 이런 반항심에 멀리한 것도 있다.
하지만 '브랜드'라는 단어가 들어있음에도 내가 거부감 없이 이 책을 들 수 있었던 것은, 다른 브랜드가 아닌 나 자신을 브랜딩한다는 컨셉이 좋아서였다. 다른 브랜드가 어떻게 성공했는지에 대한 저서들은 많지만, 최근에 눈에 들어오는 퍼스널 브랜딩 관련 저서는 많이 없어 이 책을 당장 구입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에 책 한 권을 다 읽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이 책을 읽고 브런치 작가가 되어보기로 결심했다. 이 책의 저자인 김키미님은 브런치팀의 브랜드 마케터이다. 나는 김키미님이 이 책을 통해 브런치라는 브랜드를 정말 훌륭하게 브랜딩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어떻게 하면 본인이 멋진 브랜드가 될 수 있는지를 설명하는 방법서이고, 각 챕터별로 김키미 작가 본인의 경험담과, 본받을만한 브랜드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모든 챕터에 이마를 탁 칠만한 이야기들이 많아 거의 공부하듯 읽었지만, 그 중에서도 결과적으로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4부의 첫 장 '브랜디드 콘텐츠로서의 글쓰기'이다.
고집스럽게 느리지만 전세계 어느 지점을 가도 같은 커피 맛을 내야 하는 브랜드 철칙을 가진 블루보틀의 이야기로 시작하는 이 장은 김키미 작가가 어떻게 글쓰기를 시작하게 되었는지, 어떻게하면 꾸준히 글을 잘 쓸 수 있는지를 설명한다.
블루보틀의 이야기로 시작하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 상인정신보다 장인정신으로 승부하는 블루보틀과 마찬가지로, 글을 쓸 때에도 '인기 있을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쓰고싶은 글'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선 글을 쓸 때에 반드시 상기해야 할 세 가지에 대해 얘기한다.
글쓰기는 훈련이다.
필력보다 기획력이 우선이다.
공개적으로 써야 한다.
나는 꽤 오래전부터 인스타그램을 통해 가끔 짧게 글을 썼고, 틈틈히 생각나는 글감들과 생각에 대해 휴대폰 메모장에 기록해 두었다. 세상에 공유하고 싶은 생각들이 많았지만 정리된 글로 정제하기엔 귀차니즘이 나를 압도했다. (아무래도 대성할 사람은 아닌가보다.)
그리고 작년부터 언젠가는 독립출판 등을 통해 책을 한 권 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생각이 비슷한 친구와 함께 여행을 가서 어떤 책을 쓸지 함께 논의하며 대략적인 청사진을 그린 적도 있다. 그것에서 비롯하여 틈날 때마다 내가 쓰고싶은 책과 글들에 대한 방향성을 기획했다.
위의 두 가지를 통해 완성형은 아니지만 어쨌든 김키미 작가의 글쓰기 철칙 3가지 중 1번과 2번은 어느정도 지키고 있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마지막, '공개적으로 써야 한다.'
이 문단은 이렇게 시작한다.
'이는 작가들이 열이면 열 입을 모아 말하는 글쓰기 원칙. ~ 서랍에 담아두고 혼자만 보는 글이 있다면, 지금 바로 발행 버튼을 눌러 공개하기 바란다.'
이 문장을 읽자마자 브런치 작가가 되어 내가 써뒀던 기록들을 세상에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솟구쳤다. 나 혼자만 쓰고 읽을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피드백도 받아보고, 이 생각들을 모아 나를 표현하는 브랜디드 콘텐츠로 활용해야겠구나. 또 어디서 언제 어떤 기회가 올지 모르니, 늘 공개적으로 글을 발행하여 기회에 열려 있어야겠다.
사실 지금까지 공개적으로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은 수도없이 많이 해왔다. 하지만 맞는 플랫폼을 찾지 못했다. 인스타그램은 사진 중심이라 긴 글을 올리면 가독성이 떨어졌고, 블로그는 생각보다는 일상을 공유하는 것이 맞다고 느껴져 잘 안하게 되었다.
왜 그동안 브런치는 도전해 볼 생각을 못했는지 모르겠다. 그저 다른 사람들의 글을 읽기만 했을 뿐 여기에 글을 쓰겠다는 생각은 못했는데, 아무래도 필력 좋은 분이 너무 많아 용기가 안났던 듯하다.
하지만 이 책의 이 챕터를 읽고 그런 겁이 싹 사라졌다. 필력이 문제가 아니라 어떤 글을 쓸지 나의 생각이 중요했고, 꾸준히 글쓰기 연습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뿐만 아니라 지금은 이렇게 멋진 책을 낸 김키미 작가도 처음엔 글쓰기가 어려웠다거나, 임홍택 작가가 브런치북 수상으로 <90년생이 온다>를 세상에 알리게 됐다는 이야기는 브런치라는 플랫폼의 매력도를 끌어올렸다.
매주 브런치 한 편 쓰기로 훈련을 하고, 글을 쓰며 하는 많은 생각을 통해 기획을 하고, 마지막으로 공개적으로 글을 발행한다면 내가 꿈꾸는 '언젠가 독립출판'을 이루는 것의 첫걸음이 될 수 있겠구나. 나 브런치 써야겠다.
이 챕터뿐만 아니라 책의 곳곳에는 브런치에 대한 이야기들이 숨어있다. 작가가 의도한 것이었는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잘 몰랐던 브런치의 매력에 대해 알 수 있었고, 생각보다 훨씬 더 글쓰기에 적합한 플랫폼이라는 걸 느꼈다. 브런치 브랜드 마케터가 한 가망고객을 이렇게 혹하게 만들어 실제 작가가 되게 만들었다면, 그야말로 정말 훌륭한 브랜드 마케팅이 아닐까?
책을 읽는 중 내내 수첩을 꺼내들어 여러 문장을 받아 적었다. 그리고 책을 모두 읽은 후 나라는 브랜드를 어떻게 키울 수 있을지를 끄적였고, 어쩌면 그 시작이 브런치 작가가 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 글을 쓰는 중에도 글이 두서가 없고 딴 얘기가 많이 섞여 조금 부끄럽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자면 앞으로 얼마나 꾸준히 할 수 있을지도 장담 못하겠다! 하지만 글쓰기, 더 나아가 퍼스널 브랜딩을 훈련하는 단계라 생각하고 당당히 이 글을 발행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