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권쯤 되는 일기장을 자주 들춰본다. 때론 보낸 이메일 함을 열어 다시 읽어본다.
아, 그랬지. 나는 내가 쓴 글을 좋아한다.
어느 날, 내 옆에 있던 꼬마가 유리창에 비친 자기 얼굴을 보며 소리친다.
“참 잘~생겼다”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다.
나 역시 내가 쓴 글을 아끼고 있다.
맥락 없는 글, 문맥에 어울리지 않는 표현, 아직도 나를 드러내기 어색해하는 엉성한 글을 쓰면서 말이다.
아주 예전에는 더 자주 이메일을, 또 손편지를 썼다. 이제는 만나지 못하는 누군가에게 보낸 그 글이 궁금해진다. 지금보다 어리던 그때, 내 글에는 어떤 모습을 한 내가 있을까?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기에 더욱 애절한 요하네스 브람스와 클라라 슈만은 많은 편지를 주고받았다고 한다. 애달픈 그 편지를 언젠가 클라라는 브람스에게 되돌려 달라고 했다. 클라라 본인이 써서 브람스에게 준 편지를 말이다. 그녀가 브람스에게 가졌던 마음을 되돌리며 했던 말로 알고 있다.
클라라가 그러한 것처럼 내 편지를 받았던 그 사람에게 그것을 되돌려 받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다시 읽어도 이미 차고 넘칠 그리운 마음, 유치한 표현에 낯간지럽겠지만 그렇게라도 해서 찾고 싶은 기억이 하나 있다. 그래서 끝이 날 수 있다면 이제는 그러고 싶은 그런 슬픔 하나가 내게 있다.
누구보다 내 마음을 알아주고 보듬어 주어야 할 나를, 여전히 나는 많이 괴롭히지만 그럼에도 내 글을 읽고 있으면 내가 좋아진다.
이러한 글을 올리는 것은 참 부끄러운 일이다. 그런데도 나를 위해 오늘은 용기 내본다.
저 멀리 봄이 오고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