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년간 전국을 찾아 종가음식과 이야기를 기록했다. 기록에 부족한 부분도 많았지만 음식 조사는 온전히 '만드는 사람'에게 집중해야 되고 출발점이라는 중요한 사실을 온몸으로 느끼는 시간이었다. 그래서 새벽녘 차를 몰고 잠을 뒤로한 채 종가를 오가던 발걸음은 늘 가벼웠다. 종가에서 오늘은 어떤 음식이, 어떤 이야기가, 어떤 사람들의 삶 속에 녹아나는지 난 늘 궁금했다. 항상 첫 만남은 나를 거절하면 어쩌나 하는 두렵기도 한 난처함과 마주하지만, 한 번이 두 번되고, 두 번이 자주가 되면 종부와 종손 어르신들은 빈틈없이 한 상 가득 음식을 차려 두 팔 벌려 맞아주셨다. 결국 기록의 시작은 만남이었다. 그런데 만나서 내가 원하는 답만 들으려 했다면, 그들의 삶에 들어가지도 그들의 삶을 기록하지도 못 했을 것이다.
현장조사를 위한 중요한 훈련 아닌 훈련을 하게 된 5년이 몸과 마음을 단단하게 만들었고, 난 새 직장을 찾아 옮겼다. 그동안 한식 전체를 봐왔다면, 이제는 김치에 집중하게 됐다. 주제가 단순해졌을지 몰라도 오히려 더 깊어졌다. 종가에서도 김치를 조사했지만, 다른 음식과 조화 속에 바라보기만 했다. 하지만 이제는 김치에 담긴 이야기는 물론 삶, 문화, 정서, 공감까지 이해해야 한다. 한식의 유형은 궁중음식, 반가음식, 종가음식, 향토음식, 전통음식, 사찰음식 등 음식을 만들거나 먹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다양하게 구분된다. 한식에서 한 부분을 차지하는 김치 또한 다양한 유형으로 구분되며 특징이 존재한다. 이제 그 특징을 하나씩 찾아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