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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음식문화기록자 Aug 20. 2019

새로운 종손과 종부가 탄생하다 #2

안동 권씨 충재 권벌 종가


축관이 길제의 시작을 알린다.

진설(陳設), 음식을 차리다.


준비된 음식을 불천위 제사상부터 차례대로 차린다. 차리는 음식은 첫 번째 열(列)과 두 번째 열에 해당하는 음식만 우선 차린다. 첫 번째 열에 서쪽부터 대추, 밤, 배, 감, 삼색다식, 달실한과, 호두, 땅콩, 사과 순으로 차린다. 두 번째 열은 청장(간장), 숙채(박나물, 콩나물, 무나물, 고사리나물, 도라지나물, 토란대나물), 청채(얼갈이배추), 침채(물김치)를 올린다. 설소과(設蔬果)라 해서 과실(果實)과 소채(蔬菜) 등 기본적인 음식을 차리는 1차 진설인 것이다.


진설(陳設), 제사상에 음식을 차리는 것부터 시작이 된다.

출주(出主), 신위를 모시다.


1차 진설이 끝나면 사당에서 출주(出主) 의식을 고하고 신위를 모셔와 제사상 북쪽 방향에 놓는다. 축관의 지시에 따라 신위의 문을 열어 계독(啓櫝)한다.                                                    


사당에서 불천위를 포함해 6개 신위를 가져오는 출주(出主) 의식이 진행된다.

사당에서 출주해서 제사상에 올리고 계독(啓櫝)한다.

참신례(參神禮), 강신례(降神禮), 조상을 모시고 잔을 올리다.


조상 신위를 제사상에 모시면 종손 이하 모두 참신(參神)의 예를 갖춰 재배(再拜)한다. 이어 하늘의 혼(양기)과 땅의 백(음기)을 불러 조상의 혼백(魂魄)을 합치시키는 상징적 의례인 강신(降神)의 예를 올린다. 종손은 불천위 신위 앞에 나가 향을 피우고 술잔에 술을 따라 올린다.


권용철 종손이 제사상에 나가 향을 피우고 술잔에 술을 따라 조상에게 강신(降神)의 예를 올린다.

진찬(進饌), 따뜻한 음식을 올리다.


조상을 부르는 강신례를 다하면 따뜻한 음식을 올리는 진찬(進饌) 순서를 갖는다. 진설 순서에 올렸던 음식 외에 적(炙), 편(䭏), 반(飯), 갱(羹), 면(麵), 탕(湯)을 올렸다. 불천위 제사상에 동곳떡과 적(적첩)을 올리고 5대조부터 1대조는 적(가적)과 사각 형태의 편(䭏)을 올렸다.


불천위 제사상에 조금 더 많이 쌓은 적(炙)을 올리고 다른 제사상에는 조금 적게 쌓은 적을 올렸다.

불천위 제사상에는 동곳떡을 올리고 나머지 5개 제사상에는 절편을 쌓은 사각 편(䭏)을 올렸다.


불천위 제사상에 차린 동곳떡은 충재 종가의 대표적인 내림음식이다. 동곳떡은 예로부터 남자들이 상투를 튼 후 고정시키기 위해 꽂는 장신구인 '동곳'을 닮아 붙여진 이름으로 아래쪽 본편과 위쪽 웃기편으로 구분할 수 있다. 본편은 흰 절편을 사용하고 손가락 굵기로 '잘게 썰어진' 뜻의 잔절편이라 부른다. 웃기편은 청절편, 밀비지, 송기송편, 경단, 쑥단자, 부편, 잡과편, 전, 산심, 조악, 깨구리 순으로 쌓는다. 동곳떡을 만들 때는 혼자의 힘으로는 역부족이다. 제삿날 시간에 맞춰 떡을 쌓으려면 최소 8명 이상이 필요하다. 우선 몇 명이 쌀반죽에서 지름 1cm, 길이 5cm 크기로 자르고, 다른 몇 명은 떼어낸 반죽을 손으로 밀어 머리가 굵고, 꼬리가 가는 '동곳' 모양의 잔절편을 만들어 최종적으로 쌓는 이에게 넘겨준다. 사각형이 아닌 지름 28cm, 높이 8cm 크기의 원형 편틀에 '동곳'의 둥근 부분이 바깥쪽으로 두고 가느다란 부분을 안으로 향하도록 한 후 가운데를 눌러 고정시켜 시계방향으로 돌려가며 쌓는다. 이때 편틀의 가장자리를 1~1.5cm 정도 남겨두는데, 쌓는 잔절편 수가 많아질수록 떡이 밖으로 밀리는 것을 미리 염두하고 만들기 때문이다.


동곳떡은 오방색(五方色)이 차례대로 들어가서 색의 조화가 아름답다. 조상들이 후손들에게 서로 조화를 이루며 살라는 메시지를 전달해주는 매개체 역할을 하는 동시에, 전체가 모여 한 개의 우주를 상징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동곳떡을 만들 때는 참여하는 사람들 모두의 마음이 하나가 돼야만 떡을 일정한 모양으로 빚을 수 있습니다. 모양이 일정해야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으면서 정해진 시간에 맞춰 쌓을 수 있습니다. 또한 동곳떡을 고일 때 떡 외에 다른 도구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본편은 잔절편의 찰기로, 웃기편은 각 떡의 방향을 다르게 겹쳐 고임으로써 단단한 형태를 완성할 수 있습니다." (권재정 종부)
충재 종가의 대표적인 내림음식 동곳떡

초헌례(初獻禮), 주인이 첫 잔을 올리다.


초헌(初獻)은 신위에 첫 번째 잔을 올리는 순서다. 초헌관(初獻官)은 주인(主人)인 종손이 된다. 술잔을 올리는 헌작, 축을 읊는 독축, 절을 올리는 재배 순서로 진행된다. 종손이 앞에 꿇어앉으면 축관이 왼쪽에 앉아 축문을 낭독한다. 불천위 조상께 길사 내용을 고하는 오늘의 핵심이 되는 장면이다. 종손은 불천위 신위를 시작으로 부모 신위까지 6번 초헌례를 진행한다.                                                    

권용철 종손이 불천위 신위에 초헌례(初獻禮)를 올리고 있다.

아헌례(亞獻禮), 주부가 두 번째 잔을 올리다.
종헌례(終獻禮), 세 번째 잔을 올리다.


초헌에 이어 아헌과 종헌례가 진행된다. 아헌은 두 번째 잔을 올리는 순서로 주부(主婦)가 되는 종부가 올린다. 초헌과 같이 불천위 신위부터 부모 신위까지 6차례 순서대로 술잔을 올리고 여자이므로 네 번 절하는 사배(四拜)를 한다. 세 번째 잔을 올리는 종헌관은 가문의 다른 분께서 맡았다.


조상에게 두 번째 잔을 올리는 아헌례(亞獻禮)를 주부인 종부가 올렸다.

유식(侑食), 음식을 드시도록 권하다.


유식은 조상에게 음식을 드시도록 권하는 순서다. 헌작에 올렸던 술잔에 첨작하고 삽시정저(揷匙正著)한다. 삽시정저는 젓가락을 시접에 가지런히 놓고 숟가락을 밥에 꽂는 과정을 말한다.                                                    

숟가락을 밥에 꽂고 젓가락을 시접에 가지런히 놓는 삽시정저를 한다.

합문(闔門), 계문(啓門), 진다(進茶), 식사를 하고 차를 낸다.                                                                                                      

조상에게 음식을 권하는 유식례를 마치면 문을 닫고 나가는 합문의 순서다. 보통 병풍으로 앞을 가리고 조상이 식사를 할 수 있는 시간 동안 참사자들은 모두 엎드려 부복한다. 축관이 식사의 끝을 알리면 문을 여는 계문 순서로 이어진다. 조상의 식사 후 차를 올리는 진다 순서에는 보통 숭늉을 올리는데, 제사상에 국(갱)을 물리고 물을 담은 접시에 숟가락으로 밥을 조금 떠서 담는 것으로 대신했다.


조상께서 음식을 드시는 동안 합문하고 참사자 모두 엎드려 부복한다.

진다 순서로 물을 올리기 위해 준비한다.

사신(辭神), 조상을 보내다.
납주(納主), 조상을 사당에 모시다.                                                                                                      

길제가 모두 끝나고 조상을 보내드리는 절차가 남았다. 길제에 참여한 참사자 모두 재배하고 축문을 불사르는 분축으로 마무리한다. 이어 5대조를 제외하고 불천위부터 부모 신위까지 사당에 있는 감실에 다시 모시게 된다. 5대조 신위는 종손이 묘소 옆에 묻게 된다.

                                                   

조상 신위를 사당에 납주(納主)하는 모습이다.

철찬(撤饌), 음식을 물리다.


제사상의 음식을 모두 치우는 과정만 남았다. 제사상을 물리는 철상(撤床)이라고도 한다. 제사음식을 모두 걷어 참사자들과 나눠 먹는 음복(飮福)을 하면 모든 제사 순서를 마치게 된다.


불천위 조상인 충재 선생의 제사상이다.

5대조 제사상

4대조 제사상

3대조 제사상

2대조 제사상

삼년상을 마치고 사당으로 모시는 부모 제사상




길제는 한 세대에 한 번 밖에 없는 귀한 제사였다. 늘 높은 담장으로 가리어진 종가였는데, 젊은 종손 부부가 종가의 미래를 위해 스스로 고민하고 선택한 변화의 시작을 함께 했다. 대단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새롭게 탄생한 종손, 종부가 앞으로 종가문화를 어떻게 가꾸고 만들어갈지 무척이나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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