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중에 내가 보려고 대충 끄적여둔 독립출판 후기
버킷리스트에 오래묵어두었던 "독립출판 하기"에 줄을 그을 수 있게 되었다. 올해 초에 지금 안하면 언제할거냐 싶어서 갑자기 기획안같은 걸 만들고. 기획안에 맞게 바로 떠오르는 사람들에게 그냥 바로 보내주면서 같이 책을 쓰자고 했다. 대부분이 재밌겠다는 반응이었고, 순식간에 스무명이 넘는 인원이 모였다. 사실 이렇게 많이 모을 생각이었다기보다는 떠오르는 사람이 많았을 뿐이다.
어쨌든 그래서 3월부터 구체적인 계획을 전달하고 글을 받고 피드백을 해주고 퇴고를 여러차례 하고 편집, 인쇄, 배송까지 해 드디어 5월 말 너시나시가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졌다.
우선 글쓰기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도 아닌 나의 피드백을 수용해주고 함께 열심히 참여해준 스물 한명에게 너무 고마웠다. 나를 매개로 모인 사람들이라 서로끼리는 접점이 없었어도 한 톡방에서 의견도 열심히 나눠주고 정신없는 공지사항을 잘 따라줬다. (공지가 하도 산만해서 죄송스러워 죽을뻔) 다른 것보다도 같이 쓴 사람들에게 좋은 추억으로 남았으면 좋겠다.
또, 우리 스물 두명의 이름을 보고 책을 구매해준 사람들한테 고마웠다. 솔직히 여타 책들처럼 책의 줄거리가 있던 것도 아니었고, 디자인도 투박했는데도 선뜻 구매해줘서 너무 신기하고 감사했다. 내가 10권 구매한 걸 빼면 총 123권이다. (오 123권!)
뭔 갑자기 수상소감 마냥 쓰게 됐는데.. 이게 아니라 대충 독립출판 어떻게 했는지 적어두면 미래의 나에게도, 누군가에게도 도움이 될 듯해서.. 암튼 적어봄
1. 일단 사람을 모았다. 혼자 쓸 생각은 절대 없었고, 걍 사람들이랑 같이 하고 싶어서 인당 1~2만원 든다고 얘기하고 모았음. 왜냐면 사람들이 안살 수도 있어서 최소 금액은 투자해야했음.
2. 책 주제, 세부 구성 어떻게 할 지를 전하고 초고와 마감 기한을 정해 글을 받았다. (1.5달 정도 시간을 줬던 것 같음)
※여기서!!! 글 받기 전에 양식을 미리 만들어둬서 거기에 맞춰 써달라고 하는게 좋다. 나는 걍 분량도 대충 정해 말해줬는데 그러면 나중에 쓰는 사람도, 나도 수정하기가 힘들다. 그리고 맞춤법 검사 필수로 해달라고 양식에 적어두기
3. 초고는 문단별 흐름이 어색하거나 주제가 잘 드러나지 않거나 전체적인 수정이 필요해보이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딱히 피드백을 크게 안했다.
4. 마감때 글을 다 받아서 하나하나 꼼꼼히 읽어보면서 Δ문단 들여쓰기 Δ비문 고치기 Δ쉼표 누락 또는 잘못된 쉼표 수정 Δ앞뒤 내용 안맞는 문장 수정 Δ애매하게 다음 장으로 넘어가는 문장 수정 Δ어려운 단어 주석 넣기 Δ중복단어 바꾸기 등을 했다. 그리고 만화도 들어갔는데 이건 고화질로 받아서 워드에 그대로 넣었다.
5. 걍 일주일 두고 계속 퇴고 수정본 받은듯
6. 글을 취합해서 워드 양식을 만들어 넣었다. 이때 워드에 빨간 경계선을 만들어 그 안에 들어가게 하고 페이지 오른쪽 왼쪽을 다르게 해서 안쪽 접히는 부분은 넓게 잡아 레이아웃을 만들었다.
(이거 친한 언니가 만드는 거 도와줬는데 궁금한 사람 메세지 주면 알려드림. 단, 종강 하고..)
7. 사실 워드 편집만 하면 a4 한장 쓰고도 남는다. 구간도 나눠야 주석이 글마다 따로 들어가고(안그러면 주석 14번 막 이럼), 페이지 수를 넣으려니 위치 조절이 불편하다. 쨋든.. 글 별로 워드+pdf를 만들어서 갠톡으로 다 주고, 이대로 들어가니 꼼꼼히 확인해 달라고 했다.
8. 이후에 워드를 합치고 pdf 합본을 만들어서 "pdf 페이지수 넣기"를 검색해 나온 사이트로 페이지수를 넣었다. (짱좋다)
9. 그리고 넣고 싶은 사진이랑 글에 들어갈 미니 사진 달라고 해서 포토샵으로 해상도+컬러 수정하고, 인디자인으로 표지를 만들었다. (이것도 6번에서 말한 언니가 도와줌. 이건 물어봐도 모른다. 언니가 아예 틀을 만들어서 줬음. 무조건 나중에 밥사드려야징)
10. 본문 pdf 합본이랑 표지도 pdf로 만든다음에 "북토리 @booktorymania "라는 업체를 통해 만들었다. 100권도 소량 제작으로 해야 싸다길래 그걸로 했음. 여기가 정말 강추인게, 피드백도 엄청 빠르고, 전화랑 홈페이지 글 등등 답이 진짜 일사천리다. 너무 좋은 곳. 게다가 되게 저렴했음. 추천 종이 재질 등등 모두 편리하니 관심있는 분들 이용하시길.
11. 133권을 한번에 주문한건 아니고 한권 먼저(17000원) 주문해서 샘플을 받았다. 확실히 종이로 보는게 오타도 잘보이고, 컬러감도 미리 볼 수 있기에... 늦게 발행하게 되더라도 무조건 받아보는 걸 추천. 수정사항이 어마무시하게 많이 나와서 당황했음. 쨋든 그래서 수정사항 반영하고 바로 다시 133권을 다시 주문했음.
12. 여기서부터 진짜 레알 노답이었다. 포장이 진짜 너무 힘들었음. 엄마랑 둘이 4시간이 걸렸다... (엄마한테 미안해서 토론대회 상금 반띵 줌ㅎ) 다음에 만약 하게 되면 그냥 알아서 각자 수요조사 받고 글쓴이들에게 택배 한꺼번에 보내는걸로...ㅠㅠ 책이어서 구겨질까봐 뽁뽁이 포장하고 종이봉투에 담아서 밀봉해서 우편으로 보냈다. 택배비 3000원 기준으로 돈을 받았었는데 4천원이길래 어쩔 수 없이 일반 우편으로 보냈다.. (참고사항으로 공유하자면 1권 710원 / 2권 1070원 / 4권 1670원 / 5권 1910원이다. 근데 우리 책이 엄청 얇고 가벼워서... 무게마다 다르니 딱히 도움이 안될수도. 택배비를 아싸리 4천원 받는게 젤 편하다)
13. 일반 우편은 정말... 정말 오래 걸린다. 주말 제외하고 최대 5일까지 걸린듯. 우편함 잘 확인하라고 해야한다. 택배랑 다르다!! 우편함이 있으면 거기에 있으므로 안온사람은 거기 확인하라 해야함.
14. 총 22만 5천 595원 수익이 나왔다. 택배비 환불, 포장재 구입 등등 제외하고 순수 금액으로. 22명이어서 애초에 수익 분배 적을 테니 기부해버리겠다고 미리 말해놨었음. (통보같지만 나름 동의를 구한..건지 모르겠네.. 이렇게 수익 많이 나올줄 사실 몰랐다)
15. 네이버 해피빈 들어가서 코로나19 관련 긴급구호가 필요한 인도/네팔/케냐로 가는 곳에 각각 10만 10만 2만6천 이렇게 기부했다. 왜 다른 곳 아니고 거기냐하면 이유는 없다.. 급한 곳이기도 하고, 신뢰가 가는 단체명 보고 기부했음.
p.s 추가할 내용 있으면 아주 나중에 추가해야겠다. 점점 눈 앞에 밀린 강의가 아른거리기 시작. 21일 이후 물어보면 성실 답변 해드림! 메세지보다 댓글로 남겨주는 게 다른 사람들한테도 좋을 듯. 쨋든 좋은 경험이었고, 재밌었다!!
+) 내 작은 바람은, 지하철 탈 때같이 이동하는 중에 가볍게 들고 다니면서 읽혔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작게 만들기도 했고.. 해방촌에서 산 책 중 지하철에서 후루룩 읽으며 감동받았던 책 크기를 재서 동일한 사이즈로 만들었다. 그러니 많이 들고 다녀주세요!
#뉴스아님 #20210606
* 글 맛보기 : https://www.instagram.com/antmomo_official/
(근데 중간에 귀찮아서 안올리고 있어요. 나아중에 천천히 올리도록 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