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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앤쿨 Jul 30. 2023

육아로 8년 경력단절, 일하는 엄마 1개월 차

고맙습니다


워킹맘이라는 단어는 아직 오그라든다.

일하는 엄마 1개월 차.

아직 일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았지만

역시 인간은 적응의 동물인가 어떻게 어떻게 다니고 있.


8년 전, 첫째가 뱃속에 있을 때 막달까지 회사를 다녔고

육아휴직을 고맙게도 쓸 수 있게 해 주셨는데

결국은 그만두게 되었다.

그 당시에는 오히려 내가 아이와 분리불안이 있었던 것 같고

지하철로 한 시간 거리였던 출퇴근이 부담스러웠다.

또 그냥 아이랑 있고 싶었던 것 같다.

나 자신을 합리화하며 그렇게 그냥

나는 경력단절녀의 길로 들어섰다.

그리고 그 경력단절이 이렇게 오래될 줄은 몰랐다.


둘째까지 낳고 직장을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첫째는 네 살까지 집에서 돌봤고

유치원에 가게 된 다섯 살 때는 코로나가 터졌다.

그리고 그 해에 둘째도 태어나서

온전히 거의 8년간 아이들과 24시간을 보냈다.


물론 그전에는 집에서 할 수 있는 프리랜서 일이 없을까

고민하고 실천해보기도 했던 것 같다.

돈을 벌지 못하니 일단 자신감이 다운되는 느낌이었고

경제적으로도 부족한 부분들이 생겼다.

그래서 블로그로 돈을 벌 수 없을까 싶어서

한 때는 열심히 해보기도 했고

재택근무 알바를 찾아보기도 했다.

스마트스토어도 해보고 싶다 생각은 했지만

결국 실천은 못했다.

하고 싶은 일들에 대한 생각과 돈을 벌고 싶다는 생각.

하고 싶은 일과 돈을 어떻게 연결시킬 수 있을까 하는 생각.

그리고 아이들을 돌보면서도

시간에 자유롭게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

다양한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이어졌고

결국은 생각만 반복하는 일상이었다.


돈은 벌고 싶기도 했지만

경제적으로 풍족해서 돈을 안 벌고도

아이들만 보며 즐기며 살고 싶다는 이기적인 생각도 했다.

결국 돈은 벌고 싶은 게 아니라 벌어야만 하는 것이었다.




둘째가 5월부터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하여

드디어 온전히 혼자 있는 시간이 생겼다.

그 혼자만의 시간이 감격스럽기도 하고

이제 무언가를 집중해서 할 수 있는 내 시간이 생겼다는 것에

감개무량했다.

혼자만의 여유로운 커피숍 나들이를 해보고 싶긴 했지만

심적으로 그런 여유는 없었고

일단 인쿠르트와 사람인 앱을 다운로드했다.

자주 들어가서 보며 스크랩하고

관심 있는 업종도 자주 찾아봤다.

알바몬에도 연락처를 공개해 놓았더니

전화가 왔는데 주로 영업업무였다.

일하는 시간대가 매우 좋긴 했으나

쉽지 않을 것 같아 거절하기도 했다.


그리고 나름(?) 열심히 자소서도 낸 결과

다섯 군데에 서류가 통과하게 되었다.


일주일 공부했던 NCS


면접보러 가는 길

NCS시험을 봤던 곳도 있어서

일주일 바짝 공부하고 시험을 봤는데

붙어서 놀라웠기도 했다.

그러나 면접에서 버벅버벅거려서 떨어지긴 했지만ㅠ


그러다 결국 다른 곳에

계약직이지만 붙여주셔서

일한 지 한 달이 거의 다 되어간다.


합격전화를 받고 어찌나 기쁘고 감사하던지!

경력이 단절된 지 오래되었는데 뽑아주신 것에

너무나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어린 두 딸도 걱정했던 바와는 달리 씩씩하게 해주고 있다.

일하는 첫날, 집에 돌아오니 혼자 있던 첫째는

눈물을 보여서 마음이 아프긴 했지만

이 또한 성장하는 과정이고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만큼은

더 즐겁고 알차게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짜증도 화도 덜 내고 많이 웃는 엄마가 되어야지.

엄마가 집에 있는 토요일이 이제 제일 좋다는 첫째.

엄마 출근 때문에 1등으로 어린이집 가느라 힘들었는지

토요일 아침에 어린이집 안 가서 좋다는 둘째.


학원까지 다녀와서 첫째가 해놓은 워크북들


출근 길, 둘째도 씩씩하게 어린이집에 가는 길


첫째와의 사랑 담은 대화


일하는 엄마가 되면서

나도 또 다른 측면에서 한 뼘 더 성장하는 느낌이다.

워킹맘인 친구들을 더 이해하게 되었고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이 줄어들었다는 생각에

시간이 더 소중하게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다.

휴대폰 갤러리에 매일매일 가득했던 아이들의 사진이

일하고부터는 드문드문 있다ㅜ


그리고 응원해 주고 축하해 준 가족과 친구들에게

고마운 마음도 들었고

학기 초에 친해져서 매일 보던

첫째 친구 엄마들이 보고 싶기도 하다.


이렇게 2023년 7월,

내 마음은 처음 느껴보는 새로운 기분들로

가득 채워지고 있다.

여름이 품은 뜨거운 열기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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