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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앤쿨 Oct 27. 2023

눈물 나게 배꼽 빠지게 웃어본 적이 언제였던가

가을 노을을 바라보며

퇴근길, 건조하면서도 시큼해진 저녁 공기를 가르며

둘째를 하원시키러 어린이 집에 가는 길.

누구보다 빠른 걸음으로 걷다가

빨간 신호등이 켜진 횡단보도에

잠시 숨을 고르고 가만히 서 있는데

하늘의 오로라빛 노을이 내 눈에 반사되며

갑자기 떠오른 어떤 생각.


'눈물 나게 배꼽 빠지게 웃어본 적이 언제였던가.'

횡단보도에 가만히 서 있었다.

그리고는 생각했다.

나의 눈코입을 의식한 채로.

내 눈과 입, 내 얼굴 근육은 지금 어떤 모습일까.

입술 끝이 축 쳐진 힘없는 모습이 그려지며

언제 활짝 온 맘 다해 웃었었나 떠올려보게 되었다.


엄마 아빠 얼굴만 봐도 좋아서 미소 짓고 까르르 웃던

아기 시절.

흩날리는 낙엽만 봐도 웃느라 바빴던

어린이 시절. 청소년 시절.

가족들과 이야기하며

친구들과 수다 떨며

웃으면서 너무 웃겨서 배가 아프다고

배 아프니까 웃기지 말라고 하던 때도 있었는데

문득 내 웃음을 떠올려보니

배꼽 빠질 정도의 웃음이

언제였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예전보다

보여주기식 웃음은 많아졌다

눈은 웃지 않고 입만 웃는 기묘한 웃음.

내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야라는 가사에 맞는 표정

순수했던 내 웃음을 찾고 싶다

웃으면 복이 오는데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데

내 마음도 웃고

상대방에게도 진심이 담긴 웃음이 전해질 수 있는

그런 웃음을 가득 품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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