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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앤쿨 Nov 14. 2024

시트콤 같았던 하루

웃음이 나던 시간

서울역에서 수원역으로 오기 위해 새마을호 기차를 탔다.

나는 지하철보다는 좌석 확실히 확보할 수 있는 기차 더 좋다.

지하철보다 여행느낌으로 설렘도 더해져서 기차가 좋다.

그래서 서울로 오고 갈 때 종종 기차를 타곤 하는데,

그날도 그렇게 코레일앱으로 기차를 예매해서

여유롭게 서울역에 도착했다.

그러나 기차가 점검 중이라 타지 못하고 기다렸고,

그 와중에 기차 머리 위의 고압선에서는 불꽃이 어서

불안했다.

조금 기다리니 탈 수 있었으나 여전히 점검 중인 기차.

바삐 움직이는 열차승무원의 긴박한 목소리.

그렇게 기차 안에 앉아서 30분을 기다렸고

기차를 고치기 어렵다는 슬픈 뉴스와 함께

맞은편에 있는 기차로 옮겨타야했다.


원래 타려던 기차보다 기차 칸이 모자랐던 걸까.

내가 끊었던 기차칸은 없어서 입석으로 가야겠다.

다행히 화장실 앞에 넓은 공간이 있었고

아직 틀지 않은 히터 부분이 앉을 수 있는 의자처럼 생겨서

아이들은 거기에 앉혔다.


드디어 기차 출발!

30분 거리인데 30분을 기다리다니...

시간의 아까움을 느끼며 어쨌든 출발했으니 다행이라는 생각도 했다. 하마터면 집에 못 가는 줄...


웃음을 준 시간이라 남겨두고 싶었던 찰나


가는 중에 화장실에 가고 싶다는 첫째.

화장실은 냄새가 꽤나 지독했고 보니까 누군가 물을 안 내리고 갔다.

물을 통쾌하게 내려주고 볼 일을 보는 첫째.

이 정신없는 와중에 첫째는 큰 볼일을 봤고.

누군가 똑똑했다.

마음이 급해진 나는 아이에게 얼른 하라고 했고

너무 오래 걸릴 것 같아서 결국 완벽하게 하지는 못하고 나왔다.

그리고 기다리다 들어간 여자분.

나오시면 다시 들어가야지 하고 기다리고 있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나오지를 않고.

가만 보니 그 여자분이 안에서 문을 못 열어 갇혀버린 상황.

이 상황은 나만 보았고.

나도 화장실에서 나올 때 문고리가 쉽지 않음을 느꼈기에

문고리를 위로 올려보라고 문에 대고 이야기해 줬다.

그래도 열지 못하고 있고.


때마침 기차는 역에 멈췄고 용산역인지 수원역인지 모르겠는데 어쩐지 역의 느낌이 수원역이라

타고 있는 승객에게 다급하게 무슨 역인지 물어봤다.

대답해 주신 분은, 내가 만약 어렸다면 첫눈에 반하는 게 이런 느낌일까 싶을 정도로 후광이 비쳤고

(아마도 긴급한 상황에서 나에게 도움을 준 거라 더 그렇게

느꼈을 수도 있지만)

그렇게 화장실에 갇힌 분은 꺼내드리지 못하고 허겁지겁

수원역에서 내렸다.

내렸을 때 다행히 열차승무원분이  앞에 계셔서

저기 화장실에 승객 한 분이 갇혀있다고 말씀드렸다.


그렇게 정신없었던 한 시간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왔다.


오랜만에 느낀 밝은 느낌의 시트콤 같았던 하루.

이 시간 덕에 그냥 웃음이 났다.


무사히 집에 돌아왔음에 감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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