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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린희수 Feb 16. 2021

무해한 사람이 되기위해 완벽하지 않아도 실천합니다.

나를 위한 변화에서 모두를 위한 실천으로

외적 아름다움을 위한 다이어트에서 나의 건강을 위한 운동 습관으로

2020년 1월, 나는 살을 빼기로 결심했다. 내가 살을 빼고 싶었던 이유는 단지 '미'를 위해서, 아나운서 학원을 다니면서 지속적으로 내 모습을 모니터 하면서 그리고 주변 지망생들을 보며 스스로 외모에 대한 강요 아닌 강요를 받았다. 처음엔 다이어트 방법을 몰라서 무작정 굶기로 5kg를 뺐다. 효과가 좋긴 했지만 그때 당시 내 상태는 많이 좋지 못했다. 음식에 집착이 생기기 시작했고 배고픔에 허덕이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러다 온라인 여성 코칭 프로그램에서 무료 한 달 수강권을 주길래 한 번 수강하게 되었다. 그 속에서 영양이 갖춰진 식단과 적절한 운동을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배웠다. 코치님은 내 식단을 보면서 영양 구성부터 양까지 하나하나 설명해 주셨고 내가 얼마나 불균형적으로 적게 음식을 섭취하고 있었는지 깨달았다. 그리고 지속 가능한 체중 감량을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꾸준히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게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고 그래서 운동을 시작했다. 죽어도 하기 싫었던 운동이었는데, 하루 30분 코치님의 칭찬을 받기 위해 시작한 운동에 재미를 붙이게 되었다. 운동을 하다 보니 내가 왜 다이어트를 시작하게 됐는지 고민하게 됐다. 난 좀 더 다른 사람보다 날씬했으면 좋겠고, 아름다웠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누구보다 나 자신이 잘 되길 바랐지만, 끝없는 비교 속에서 내 빛을 스스로 알아보지 못했다. 내가 원했던 것은 이게 아니었다. 나 자신이 내 스스로를 사랑하고, 누군가와 비교하지 않으며 나를 위해 운동하고 싶어졌다. 결정적으로 "근육이 튼튼한 여자가 되고 싶어", "마녀 체력"과 같은 책을 읽으면서 나의 건강을 위한 운동을 하기 시작했다. 내 몸을 건강하게 만드는 라이프 스타일을 찾았고, 그 속에서 규칙적으로 일어나고 먹고, 운동하며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했다.


비건 빵을 만나다.

 그렇게 건강한 음식을 먹고 운동을 하는 삶에 관심을 가지면서, 빵순이였던 나는 일반 밀가루보다 건강하게 먹을 수 있는 '비건 빵'을 만나게 됐다. 비건빵이라고 해서 달걀, 유제품 등이 안 들어가고 심지어 글루텐 프리(밀가루 free) 제품도 있는데 너무 맛있어서 놀랐다. 건강하면서도 맛있는 거 먹는 삶! 이게 내가 원하는 거였다. 과거 대외활동을 하면서 페스코 베지테리언(채식주의자의 한 단계)을 실천하는 언니가 떠올랐고 추천해 줬던 영상들을 보기 시작했다. 넷플릭스에 '더 게임 체인저스'는 비건을 실천하는 나라의 국가대표 사례를 보여주며 육식을 하는 것이, 그리고 채식을 하는 것이 몸에 어떤 변화를 주는지 보여준다.

특히 이 영상 속 인상 깊었던 실험은 동물성 단백질을 먹은 사람의 혈액과 식물성 단백질을 먹은 사람의 혈액의 비교였는데 동물성 단백질을 먹은 실험자의 혈액이 탁한 걸 볼 수 있다. 실제로 동물성 단백질에는 염증성 분자들이 들어있어서 우리 몸에 염증을 유발하고 동맥의 혈류를 감소시킨다고 한다. 그동안 코칭을 받으면서 매번 '동물성 단백질'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야기를 들었던 나로서는 충격적이었다. 그 뒤로 제일 먼저 한 것이 구운 계란, 닭 가슴살을 처리하는 거였다. 그렇게 비건에 관심을 갖게 된 후, 바로 실천은 하지 않았지만 직접적으로 내가 사 먹는 일은 없게 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완벽하게 나는 채식주의자를 실천하겠다는 다짐은 하지 못했다. 온갖 상황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기숙사에 사니까 급식을 먹는데 고기가 나오면 어쩔 수 없잖아", "사회생활하려면 고기를 먹어야 하지 않을까?" 거절도 잘 못하는 내가 음식을 고를 때 사람들에게 채식주의자니 고기는 안 먹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는 게 불편해서 이렇게 몇 개월을 지냈다. 그래서 결국 하루 한 끼 채식을 하자는 것으로 내 양심과 합의를 보았다.


고깃집 회식에서 나물 반찬으로 한 그릇 뚝딱하는 법

그러다 내가 좋아하는 비건 유튜버 “자영”님의 독립출판이 드디어 출간되어 읽게 되었다. “빵을 좋아하는 베지테리언입니다” 라는 제목에 걸맞게 다양한 비건 빵들이 소개됐고, 재미있게 읽었다. 이 책에서는 왜 베지테리언을 시작하게 됐는지, 그리고 직장을 다니며 어떻게 실천했는지 써져있었다. 내용 중에 “이제는 고깃집 회식에서 나물 반찬으로 밥 한 그릇 뚝딱하는 법을 터득했다”라는 부분이 특히 인상 깊었다. 마음이 조금 아프면서도 닥친 상황을 받아들이고 자신의 방식으로 헤쳐나간 것이 멋졌다. 과거 기숙사 식단을 핑계 대며, ‘거절’을 할 용기가 없어서 외면하고 있던 나를 되돌아보게 됐다. 그냥 내가 있는 상황에서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언젠가 상황이 될 때 말고, 지금 이 순간이 그 시작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한 번 사는 인생, 모두가 행복하면 좋잖아?

건강하려고 시작한 비건이 환경문제와 동물권까지 내 생각을 넓혀주었다. 또 건강하려고 더더욱 내가 사는 지구가 안 아팠으면 했다. 공기가 깨끗해야, 플라스틱을 덜 써야 환경호르몬에 영향력에서 벗어나 내 몸이 아프지 않는다. 결국 나를 위해 시작한 일들이 이제는 이타적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이젠 진심으로 누군가의 비명이나 신음으로 만들어진 것들이 내 생활에 최소화되었으면 좋겠고, 내 행동이 많은 생명체에게 행복을 줄 수 있었으면 했다. 그렇게 시작한 게 제로웨이스트였다. 생각해 보면 배달을 한 번 시킬 때도, 장을 한 번 볼 때도 플라스틱을 산 것처럼 가득 버려야 할 것들이 있었다. 이것만이라도 줄여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한 것이 이제는 습관이 돼 텀블러, 다회용 빨대, 용기, 손수건을 챙겨 다니고, 미리미리 조사해서 플라스틱 없이 포장을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할 뿐이야

페스코 베지테리언과 제로웨이스트를 한다고 하면 긍정적인 반응이 많았다. "멋있다." "결심하기 힘들었을텐데 대단하다." 하지만 그만큼 부정적인 반응도 종종 있었다. "너 하나 그거 한다고 해서 세상이 변하지 않아" 처음엔 그 말이 나를 괴롭혔다. 정말 내가 하는 실천이 의미가 없는 것처럼 느껴지고 무기력해졌다. 실천이 장기화될수록 처음의 마음을 잊고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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