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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딴딴면 Mar 02. 2024

항상 팔 디딜 틈 없는 내 책상

책상은 내 마음의 거울 - 습작글 (2021.7.20) 

지난 2016년부터 거처를 세 번이나 옮겼다. 

인테리어에 크게 관심이 없어서인진 몰라도,

주거 불안(?)에 시달리는 와중에도 내 방의 모습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항상성의 핵심은 5년간 써온 원목 책상이다.

연갈색의 나무 패턴을 지녔다. 낡은 아파트, 하면 연상되는 나무 재질 방바닥과 똑 닮았다.

아담하다. 가로 너비는 키 163cm 성인 여성 한아름 안에 너끈히 들어오고, 세로 길이는 그 반도 되지 않는다. 

근데 그 좁은 책상 위에 뭐가 왜 이리도 많은지. 

AS를 한 차례 맡겼는데도 도통 깜빡거림이 줄어들지 않는 OLED 독서등, 쓰지 않는 각종 문구류를 꽁쳐 놓은 다이소표 흰색 원통 연필꽂이, 2021년 1월에서 통 넘어갈 줄 모르는 카카오프렌즈 달력, 이미 리멤버 애플리케이션(앱)에 다 저장해 놓은 명함들을 기약없이 처박아 둔 조말론 종이상자, 분홍색 마우스, 비어버린 명함통, 여분 콘센트, 보관할 만한 창의적인 공간이 떠오르지 않아 책상 모퉁이에 대충 치워둔 회사 노트북, 꾸준히 새로운 책을 수혈해 놓지만 정작 읽은 책은 없는 간이 책꽂이, 그 중에서도 기어코 읽겠다며 책상 위에 빼놓긴 했지만 아직 펼쳐보지 않은 단행본 더미, 이외에도 책상에 어울리지 않는 꽃 한송이와 가그린, 오트밀 캔디 하나까지. 내 책상은 줄곧 팔 디딜 틈이 없다. 

항상 의욕은 넘치지만 막상 실행으로 옮길 용기는 없어 혼란한 내 마음을 실물 세계로 이식이라도 한 듯, 그렇게 내 책상은 갈수록 더러워진다. 오직 엄마가 방 청소를 할 때만 조금 깨끗해질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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