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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저달 Mar 06. 2023

개팔자야말로 운빨이다.

갑자기 100번 글쓰기 26

아침 고속도로에서 개를 보았다.

고속도로를 가로질러서 중앙 분리대를 아슬아슬 겨우 넘어 반대편 차선으로 넘어가 달려오는 차를 피해 건너려는 순간이었다. 순식간에 이루어진 일이라 그 개의 무사함은 확인하지 못했지만 잠자고 누우니 자꾸 생각난다. 어떤 개는 유치원에 가서 케어받고 비싼 도자기 밥통에서 몸에 좋은 사료를 먹는데 이 개는 무슨 팔자가 이리 더러워 사지에서 버림을 받았을까.


물론 명확한 사실은 아니지만 주변 정황상 누군가가 고속도로에서 유기시킨 후 줄행랑을 친 거  같다. 죽기를 바랬던 건가 한때를 같이 보냈던 식구를. 개를 키워본 자들은 누구나 알 수 있는 주인에 대한 충성심과 살아남기 위해 애쓰는 무기력한 존재의 눈빛을 외면하고 그런 곳에 던져놓을 수 있단 것은 상상이 안간다. 사이코패스들은 주변 동물들을 죽이는 것부터 시작한다는데 . 무섭다. 생명의 존엄성은 아주 작은 것을 지켜주는 것도 포함되는데 말이다.


공교롭게도 오늘 뉴스에서 판매를 위한 공장식 강아지 사육에서 도태된 개들을 처리하는 비용으로 만원씩을 받아 데리고 와 굶겨죽여 도처에 수백구의 강아지 사체를 방치해놓은 사람에 대한 기사를 보았다. 쌍욕으로 샤워를 시켜도 모자랄 개인을 비난하는 것을 넘어서 이제는 진정 동물들의 존엄성을 지켜줄 제도적 보장에 대한 법을 제정해야하는게 아닌가 분노하게 한다. 강아지를 쉽게 입양하고 버리는 지금과 같은 시스템은 강아지분만공장을 양산해 판매업자의 배를 불리고 무책임한 양육자들에게 양심없이 버릴 수 있는 기회를 무차별하게 주고 있다. 캐나다 체크인을 보며 그들은 왜 해외에서 개를 입양하지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곳은 애초 강아지를 들이기 위한 절차는 간단하지 않고 엄정하기에 자국내 강아지입양이 쉽지 않다한다. 그래서 유기견은 거의 없다고 한다.

우리도좀더 신중하고 책임감 있는 입양을 위해서도 등록제를 실시해 관리했으면 좋겠다. 함부로 대할 존재가 아니라 명칭만 반려견이 아닌 실질적인 가해를 입었을  때도 손해배상이나 가해죄를  인정 받을 수 있다든가 등의 법령이 제정되지 않으면 지금과 같은 상황은 절대 바뀌지 않으리.


나두 갑자기 애견협회인처럼 분노지심을 가지고 캠페인이라도 할 기세이지만 아마도 이러다 말겠지. 사회의 문제점에 뒷짐지고 구경하고 어려운 일에 손하나라도 거들지 않은 채로 늙는게 조금씩 부끄럽긴 하다.


어찌됏든 오늘 본 그아이의 무사함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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