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생은 미래를 위한 가치 있는 투자
현대차 국내 직원 7만여 명 중 밀레니얼세대는 어느 정도 비중을 차지할까? 내부 조사에 의하면 생산직군을 제외한 직원 중 밀레니얼세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3분의 2 정도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밀레니얼세대는 1980년 이후에 태어난 세대를 말하니까 40세 미만인 직원이 전체의 절반을 훌쩍 넘는다는 얘기다. 밀레니얼세대 중 제일 높은 직급은 부장이었다. 세대를 구분하는 것은 그 세대만의 특징을 이해하고 기업 경영에 활용하는데 의미가 있다. 조직의 리더인 부장과 말단 실무자인 신입사원을 하나의 세대로 묶어 놓으면 기업이 얻을 수 있는 실익은 아예 없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90년대 중반에 태어난 사람들을 Z세대라고 부른다. 드디어 기업에 이 사람들이 신입사원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젊은 직원들을 밀레니얼세대라고 뭉뚱그리면 안 되는 이유다.
대전에서 기차를 타기 위해 플랫폼 벤치에 앉아 있었다.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20대로 보이는 청년이 다짜고짜 “가방 치워주세요”라고 말했다. 아차! 3명이 앉는 벤치에 나와 다른 사람이 양쪽 끝에 앉아 있었고 중간에 내 가방이 있었다. 가방을 땅에 내려놓고 기차를 기다리는 짧은 시간 왠지 모를 불쾌감이 들었다. 집에 도착하여 아내와 20대 아들에게 이 얘기를 했더니 아내와 20대 아들 모두 내 편을 들지 않았다. 20대 아들은 “세 명 앉는 자리에 두 자리를 차지했으니 아빠 잘못”이라고 말했고, 아내는 “불쾌한 느낌이 드는 당신이 꼰대”라고 말했다. 괜한 얘기해서 기분만 더 나빠졌다. 하지만 아내는 그 20대 청년이 “실례합니다만” “미안합니다만”이라고 양해를 구하고 “가방을 치워 달라고 했으면 좋았을 텐데”라고 편을 들어줬다. 이 얘기를 들은 20대 아들이 한 마디를 보탰다. “그 사람 입장에서는 ‘실례’나 ‘미안’할 이유가 없으니 그 말을 할 이유가 없다”며 이번에도 아빠 편을 들지 않았다. 회사에서는 감히 있을 수 없는 일인데. X세대인 나도 이제 정말 꼰대가 된 걸까?
어느 회사에서 토요일에 전 직원 강연요청을 받았다. 요즘 기업환경에서 토요일에 전 직원을 대상으로 교육을 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강연시간도 1시간으로 짧았다. 이왕에 먼 거리를 이동하여 하는 강연이라 좀 길어도 되는데 너무 짧은 시간이다. 담당자는 토요일 교육은 정규 근무시간 외 활동이라 시간 외 수당을 지급해야 해서 강연시간을 길게 잡기 어렵다고 말했다. 여기에 덧붙여 회식을 할 때도 수당을 지급하고 있다는 놀라운 소식을 들었다. 요즘은 회식을 하지 않는 분위기이고 회식을 하더라도 ‘점심시간+1시간’이나 ‘퇴근시간-1시간’으로 한다고는 알고 있었지만 ‘회식수당’을 지급하는 사례는 처음 들었다. 기성세대로 보이는 담당자는 “요즘 회사 분위기가 젊은 직원들이 불만을 가질 상황 자체를 만들지 않으려 한다”라고 말했다.
기업에는 다양한 생각과 문화를 가진 세대가 존재한다. 세대는 기득권과 나이라는 차이로 서로를 구분한다. 기업에는 크게 나누면 전통세대(60대 이상), 베이비붐세대(60년대 중반 이전 출생), X세대(60년 중반~70년대 출생), Y세대(밀레니얼세대, 80년대 생), Z세대(90년대 생) 등 5세대가 있다. 전통세대와 베이비붐세대는 일반적으로 최고경영층에 소수가 있다. 이 글에서는 X세대, Y세대, Z세대에 대해서만 살펴보고자 한다. 일반적으로 세대란 나이라는 객관적 지표를 기준으로 인위적으로 설정하기 때문에 사람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애늙은이’, ‘젊은 꼰대’라는 말처럼 세대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 있을 수 있으므로 전반적인 경향성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X세대라는 표현은 1991년 캐나다 작가 더글라스 커틀랜드가 쓴 소설 『X세대(Generation-X: Tales for an Accelerated Culture)』에서 처음 사용하였다. 이 표현은 이 세대가 다른 세대와는 확연하게 다른 특징을 보이는데 특별하게 정의하기가 어렵다는 뜻에서 X에 세대를 붙인 표현이었다. 미국에서는 베이비붐세대의 다음 세대로 1961년부터 70년대에 태어난 세대를 지칭하는데 한국에서는 베이비부머를 60년대 중반까지로 보기 때문에 한국에서는 60년대 중반부터 70년대 전체를 포함하면 무리가 없을 것 같다. 40~50대 중반의 나이로 민주화세대라고 표현되기도 한다. IT 측면에서는 청년시절은 아날로그 시대를 살았고 기성시절은 디지털 시대를 살고 있다. 아날로그 중심 세대다. 청년시절은 한국중심 시대를 살았고 기성시절은 글로벌 시대를 살고 있다.
Y세대라는 표현은 최근 들어 자주 사용되는 표현이다. 원래는 밀레니얼세대로 불렸다. 밀레니얼세대라는 표현은 미국의 세대 전문 작가인 닐 하우와 윌리엄 스트라우스가 1991년 펴낸 책 『세대들, 미국 미래의 역사(Generations:The History of America’s Future)』에서 처음 사용하였다. IT 기술의 급격한 변화와 함께 성장한 세대를 말한다. 베이비붐세대의 자녀들로서 1981년 이후에 태어난 사람들이다. 밀레니얼세대라는 표현이 한국 기업에서 부상하기 시작한 시기는 2010년 이후다. 2010년 LG경제연구원 연구에 의하면 기업에서 밀레니얼세대는 25% 정도 비중이고 2015년이면 5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었다. 에피소드1에서 보듯이 밀레니얼세대는 이제 대기업 부장급까지 올라왔고 절반을 훌쩍 넘겨 모두를 젊은 직원이라 표현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밀레니얼세대는 다음 세대인 Z세대의 등장으로 'Y세대'라고 표현되고 있지만 아직은 밀레니얼세대로 표현하는 것이 더 익숙한 표현이다. Z세대는 밀레니얼세대 중 90년대 중반 이후 출생자를 잘라낸 표현이다.
Z세대라는 표현을 처음 사용한 사람이 누군지는 알려져 있지 않다. 어쩌면 X세대, Y세대가 있으니 누구나 다음 세대를 Z세대라 부를 수 있기 때문에 누가 처음 사용했는지를 밝히는 것이 실익이 없어 보인다. 일반적으로 Z세대는 90년대 중반 이후 출생한 사람을 표현한다. 소위 ‘진보적인 X세대 부모의 자녀들’로서 자유로운 가치관과 함께 개인주의가 강한 특징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이 2018년 펴낸 <국내 10대 트렌드> 에서는 “Z세대는 아날로그를 경험하지 못하고 태어난 순간부터 디지털 문화와 기기를 접하고 소비했기 때문에 ‘디지털 원주민(digital native)’라고 불리기도 한다”며 “Z세대의 본격적인 사회 진출로 모바일기기가 주요 매체로 부각되며 가치 중심적 소비가 확대되는 등의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위키백과에서는 Z세대의 특징을 "인종적인 편견이 없다",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에 더욱 친숙하다", "동영상을 선호한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Z세대를 분석한 각종 연구의 공통적인 특징은 ‘디지털·모바일 중심의 생활’, ‘유튜브나 넷플릭스 등 영상 중심의 여가활동’, ‘게임이나 SNS 같은 공간에서도 현실에서처럼 활발한 인간관계를 펼치는 점’ 등으로 요약하고 있다.
그렇다면 기업은 왜 지금, Z세대에 주목해야 하는가? 이유는 Z세대가 회사에 들어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90년대 중반에 태어난 사람들이 드디어 조직에 신입사원으로 진입하고 있다. 하지만 원래 의미의 Z세대는 전체 직원 중에 극소수의 인원이라 기업에서 이들을 구분하는 것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 그렇다 보니 각종 경영연구소에서는 ‘밀레니얼-Z세대’로 묶어서 표현하는 경향을 보인다. 사회현상을 연구하는 연구소라면 이런 분석도 의미가 있지만 기업 환경에서는 실천적이지 못한 것 같다. 2018년 말에 발간되어 공전의 히트 중인 임홍택의 『90년생이 온다』가 시사점이다. 90년대 생은 현재 20대 직원으로 앞으로 5년 정도는 Z세대에 대한 대응책을 찾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90년대 생 신입사원의 1년 내 조기퇴사율이 계속 높아지고 있다. 가장 최근 공식자료는 2017년 경총이 조사한 것으로 3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기퇴사 이유의 절반인 49%는 조직과 업무적응 실패였다. 취업포탈 사람인이 2018년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조사대상 기업의 66% 정도가 조기퇴사 신입사원 경험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물론 신입사원 조기퇴사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다르고(대기업은 8% 선) 업종과 직무에 따라 차이가(연구개발 8% 선) 있으므로 모든 기업에 일반화하기는 어렵지만 신입사원의 조직 및 업무부적응과 조기퇴사는 현실적인 문제인 것이 사실이다. 필자는 조직문화 교육을 하면서 기성세대들에게 90년대 생 젊은 직원들에 대한 느낌과 생각에 대한 스몰토크를 진행한 일이 있다. 특별한 제한이나 조건을 두지 않고 얘기했었다. "개인주의", "거침없는 의사표현", "배려심 부족", "이익에 민감(손해를 안 보려고 함)", "회사에 오래 다닐 생각이 없어 보임"과 같은 부정적인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여러 기업에서 비슷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이런 얘기를 90년대 생 젊은 직원들에게 전하고 입장을 토론해 보도록 했다. 90년대 생들은 기성세대가 보는 부정적 느낌에 대해 인정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기성세대의 이런 평가에 대해 대부분 90년대 생들은 불쾌감을 표현했다.
기성세대들에게 토론 질문을 바꿔봤다. 90년대 생들의 특징에 대해 '좋게 생각하는 것'과 '좋게 생각하지 않는 것'으로 구분하여 토론했다.
"자기 생각이 확실함", "자존감이 높음", "다양성을 인정함", "개인생활의 존중", "방향성이 제시되면 빠른 수용과 적극적 자세", "좋은 역량을 지닌 인재들이 많음", "당당함", "호불호가 명확함", "독립성이 높아 손이 안감", "IT 능력 뛰어남" 등 많은 긍정점이 있다고 답했다.
"공동체 의식 부족", "개인우선", "매너나 태도가 나쁨", "타인에게 무관심", "고마워하지 않고 당연하게 생각", "근성 부족", "경솔한 의사표현" 등을 부정점이라고 답했다. 여러 얘기가 있었지만 부정점이 긍정점에 비해 가짓수는 많지 않았다. 여러 기업의 많은 리더들과 대화를 나눴지만 긍정점과 부정점을 구분해서 얘기해 보면 상대적으로 긍정점을 크게 느낄 수 있었다.
많은 리더들이 기업 현장 내부의 핵심이슈로 세대차이를 꼽고 있다. 지금까지 기업현장에서 세대차이는 주로 X세대와 밀레니얼세대의 차이를 얘기했지만 현장에서는 90년대 생과 90년대 이전 출생한 직원들의 차이가 크다고 말한다. 어떤 차이일까? 부모와 자식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와 행동양식인 문화가 근본적으로 다르다. 90년대 생은 기업에서 최고경영자, 임원, 팀장을 맡고 있는 베이비붐세대, X세대의 자식뻘이다. 이들 간에는 개인이 가진 가치와 문화의 측면에서 공통점 보다는 차이점이 많다. 일하는 환경도 전혀 다르다. 근로시간 단축은 회사와 일에 대한 생각과 방식을 바꾸어 놓았다. 베이비붐세대와 X세대는 회사와 일이 인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었다. 가정은 잠시 휴식을 취하는 공간의 성격이었다. 90년대 생에게 회사와 일은 자기의 필요에 의해 한정된 시간을 일하는 공간이다. 그들에게 가정은 매우 중요한 생활공간이다. 일하는 방식도 베이비붐세대와 X세대에게는 강한 생산성을 요구받지 않았었다. 업무환경도 나름 여유가 있었다. 90년대 생에게 직장은 강한 생산성을 요구하고 있고 근무시간 내에서 여유가 없다. 다행히 기업에는 Y세대라는 양 세대의 특징을 경험하고 이해하는 완충지대가 있고 이들의 긍정적 역할이 필요하다.
요즘 기업 내부에서 기업 가치관과 조직문화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다양한 활동을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세대 간에 회사와 일을 대하는 가치관이 다르고 일하는 환경이 급격히 변했기 때문에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근로시간 단축과 세대차이라는 업무환경의 변화는 리더인 X세대, Y세대 만의 문제도 아니고 90년대 생 만의 문제도 아니다. 모두가 공통의 가치관으로 생각을 통일하고 일하는 방식을 함께 바꾸어야 한다. 90년대 생들과의 공존, 그들에 대한 이해와 소통이 필요한 이유는 기업의 성과창출을 위해서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 업무몰입이다. 어떻게 해야 90년대 생들을 업무에 몰입하게 하여 성과창출을 이끌 수 있을까?
첫째, 90년대 생들이 성장하도록 도와주는 게 기본 전제다. 90년대 생에 대한 이해와 소통을 위해 이들의 말을 잘 들어주고 부드럽게 대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90년대 생들은 아직 회사에 기여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어쩌면 이들은 자기가 회사에 다니고 있는 것을 기여라고 생각하고 회사가 자기 생각에 조금이라도 부당하거나 불공정하다면 강하게 불만을 표출할 것이다. 아직은 조직에 기여하고 있지 못하다는 현실을 인식하고 조직에 기여하기 위해 배우고 역량을 쌓아야 할 시기다. 조직에 기여하는 것도 없는데 개인주의, 자유로움, 자기주장만 내세우면 직장인으로 생존할 수 없다. 그래서 윗세대들은 90년대 생이 마음에 들지도 않는데 ‘잘 대해주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 잘 되도록 도와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90년대 생을 대하는 기본 전제다. 이러한 믿음이 90년대 생에게 전달되어야 소통도 가능하다.
둘째, 90년대 생이 일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어느 경영자가 물었다. “기성세대와 젊은 직원들의 생각이 너무나 다르다. 어느 한쪽 편을 들 수 없어 기다리다가 시간과 기회를 놓치는 것 같다. 어떻게 해야 하는가?”이렇게 답변했다. “5년 정도만 회사를 유지하면 된다면 젊은 직원들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퇴직한다고 하면 잡을 필요도 없다. 앞으로 5년 동안은 이들이 회사에 기여할 게 없다. 하지만, 5년 그 이상 기업을 경영하고 싶다면 젊은 직원들에 맞춰야 한다. 이들이 어떻게 성장하는지가 미래의 우리 회사 모습이다” 앞으로 이들, 90년대 생들이 올바르게 일에 몰입하고 자기의 능력을 발휘하여 성과를 창출해야 한다. X세대, Y세대, Z세대는 아빠엄마세대, 삼촌이모세대, 아들딸세대다. 당장에 기업의 성과창출은 X, Y세대의 몫이다. 90년대 생은 미래를 위한 투자다.
마지막으로, 90년대 생이 성과창출에 기여할 것이라는 믿음과 기대감이 필요하다. 요즘 TV에는 오디션 프로가 대세다. 최고의 자리에 올라가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협력하는 모습은 감동이다. TV 오디션 프로의 주인공은 대부분 90년대 생들이다. 목표에 몰입하고 동료들과 협력하는 모습은 감동 그 자체다. 그런데 왜 우리 회사의 90년대 생들은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을까? 기성세대가 짜 놓은 환경에서 90년대 생들은 단지 ‘부족한 애들’이다. 기업 리더들은 90년대 생들의 부정적 모습을 알고 있지만, 다른 얘기도 한다. “젊은 직원들은 스스로 옳다고 생각하고 하고자 하는 의지만 심어주면 엄청난 역량을 발휘한다", "밤을 새우고 아무리 힘든 일이 있을 지라도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좋은 결과를 만든다"라고 말한다. 특히 이들의 능력이 제대로 발휘되는 경우 "기성세대들이 이룰 수 있는 결과물보다 10배 이상 폭발적인 결과물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90년대 생은 ‘어린 애들’이 아니다. 어린 애로 대하니까 어린 애처럼 행동하는 것이다. 20대 젊은이는 어린 애가 아니라, 어른이다. 어른으로 대하면 어른다운 행동을 할 것이다. 기업은 어른과 어른이 만나 성과창출이라는 공동의 목적과 목표를 향해 일하는 곳이다. 어른으로 대하는 출발점, 상호 존칭과 경어를 사용하는 것부터 시작하면 어떨까.
"90년대 생들은 그들을 어른으로 대접하면 어른다운 행동을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