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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연 Jan 14. 2020

합창지도의 보람

초등교육에서 합창 활동이 주는 의미


신설학교에 발령 나서 연구부장일 하면서 만난 아이들, 개교식, 6학년 졸업식을 빛내기 위해 아침시간 확보하고 자투리 수업시간 활용해서 내가 직접 가르치고 연습시켜서 무대에 올렸다. 저 무대에 섰던 아이들이 이듬해에도 이 노래의 추억을 떠올리며 부르자고 할 만큼 노래가 주는 교육적 효과는 생각보다 훨씬 크다.


합창은 초등 음악교육에서 정말 많은 것을 느끼게 하는 분야다. 무엇보다 성취감이 크고 일단 아이들의 목소리는 성인이 흉내조차 낼 수 없는 성역이다. 듣는 사람도 부르는 사람도 그 성역 안에 머무를 수 있는 특권이 있다.


아무 대가도 바라는 것도 없이 나와 아이들이 즐겁자고 벌린 일이었다. 그랬더니 남는 건 보람이었다. 아침마다 불러내서 연습시킬 때 힘은 들었지만 내가 배우는 것은 더 많았다.  파트 연습을 반복해서 시키고 개인 별로 음정 하나하나 봐주면서 지도하고 제대로 된 무대 경험을 주고 싶어서 여러 사람 앞에서 막 시키고 했는데도 잘 따라와 준 아이들이 참 이쁘다. 솔직히 그들도 무대에서 내려올 때는 느끼는 게 많았을 것이라 감히 예상한다.


합창에서 중요한 건 일단 화음이다. 2부 합창을 한다고 치면 소프라노와 알토의 성부가 정확한 음정 안에서 표현이 되게 해야 한다. 초등학교 아이들은 각자 성부에 몰입하며 음정을 놓치지 않는 것에만 집중한다. 그게 아이들의 특성이다. 그림을 그릴 때 전체를 보질 않고 부분부터 그려나가는 것처럼. 그래서 다른 성부를 잘 듣지 못한다. 그런데 화음을 익히고(거의 외울 정도가 되어야 함) 반복적으로 연습하다 보면 다른 성부의 소리가 들리면서 소리를 조절한다. 듣지 못하면 아이들은 대개 생소리로 자기 성부를 더 크게 하는데 집중한다. 그리고 일단 화음 감이 느껴지면 성취감을 이루 말할 수 없이 느끼고 그때부터는 즐거움이 되는 것이다. 합창교육이 주는 효과는 이런 것이다. 조절하기와 반복하기로 알 수 없는 벅찬 감정을 끌어낼 수 있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이 끝나고 난 뒤는 허탈하다. 공연을 끝내고 분장실에서 옷을 갈아 입고 분장을 지우는 배우의 쓸쓸함이랄까. 언제나 학생 지도의 끝은 외롭다. 이 곡을 무대에 올렸을 때 피아노가 없었다. 신설학교이다 보니 제대로 갖추고 시작할 만한 환경이 아니었다. 음정 지도를 멜로디언, 리코더 가지고 초라하게 시작한 공연. 그 점이 조금 아쉽게 느껴진다. 잘하고 싶으면 결국 좋은 장비를 찾게 되는 그 심정일 것이다.  피아노 반주의 울림은 합창의 입체적 보이스를 배가시킨다. 반주는 그래서 합창의 50%이다. 연습하는 내내 없는 게 아쉬웠다. 음악교육 나아가 예술교육에 보다 적극적인 지원이 있어 주기를 기대한다.

'새로운 삶 날마다' 노랫말이 잠 안 오는 오늘 밤 내 귓전을 때린다. 아쉬워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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