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학술서적은 아니다. 그러나 가볍게 읽어가기엔 정말 깊이 있는 내용이 담겨져 있어서 숨고르기를 좀 하면서 읽을 필요가 있다. 두껍다.
특히 나같은 현장경력 좀 되는 교사들에겐 큰 울림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간 쌓인 현장경험 위에서 읽고 있노라니 이 책의 내용이 고스란히 교실 상황으로 머릿 속에서 재현된다. 더불어 대학때부터 죽 읽었던 학자들의 이론과 사상이 리메이크 되는 노래가사처럼 반갑게 들린다. 루소, 피아제, 콜버그에서 하이데거, 헤겔, 비고츠키 그리고 가장 내가 영향을 크게 받았던 사상가 듀이와 화이트헤드까지. 책속에서 그들과 재회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교육 그 자체란 책 제목을 맞닥뜨렸을 때 나는 과연 교육을 어떻게 규정하고 있는가 라는 질문을 먼저 시작하고 이 책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생각하는 교육의 목적은 '자기 정체성의 발견'이다. 내가 누구인가를 찾아나가는 긴 여정을 하도록 돕는 것이다. 인간의 생애 기간 동안 자신의 정체성을 발견하고 찾아 세우고 지키는 과정, 이를 스스로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교육인 것.
이런 생각을 하고 책을 읽다가 마치 신내림을 받은 것 마냥 영혼을 자극하는 문구를 보았다.
'' 교육은 어떤 사람을 무엇이라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스스로 자신과 세계를 규정할 수 있는 상태로 만드는 것'' (109쪽)
이라고 하면서 이런 것은 유전자에 새겨진 본능도 나이들면 저절로 발현되는 것도 아니라고 말한다. 바로 교육이다.내 생각과 어쩜 이렇게 일치하나.
아울러 이 책은 교육을 끊임 없이 일어나는 자기부정의 변증법적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이 부분에서는 교육이 어떤 생명체의 유기적인 활동을 이끌어내는 행위라는 생각이 들었다. 호흡 활동과 같은 반복이 있되, 그 과정 속엔 4계절의 변화를 보듯 어떤 변화와 반복이라는 리듬체계가 있다. 끊임 없이 이 리듬을 타며 자기 부정을 하는데 그것이 어느 한 시기에 일어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생명이 끝나는 그 순간까지 일어나는 활동. 그것이 교육인 것이다.
어려운 얘기 같지만 정보와 테크닉의 중독에 빠진 현대 사회의 교육에 큰 시사점을 준다고 생각한다. 정보와 테크닉이 넘치면 교육을 어떤 기계적인 과정으로 보기 쉽다. 지금의 한국 사회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기계적인 관점이란 개별적인 그 자체다. 어느 한 부분 고장나면 교체하면 된다는 식이다. 부분을 계속해서 잘게 쪼개서 세상과 사람을 인식한다. 그러나 생명체의 성장활동은 유기적이다.
어느 특정시기를 뚝 떼서 생각할 수 없고 그것에만 집중할 수도 없으며 그래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모든 활동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교육도 마찬가지. 그런 면에서 교육이 얼마나 고도의 유기적 질서를 찾는 행위인지 새삼 느끼게 된다.
이 책을 읽고 현실을 마주하면 솔직히 이 나라 교육은 교육이 아닌 거란 생각에 힘이 빠진다. 그렇게 돈과 시간을 쓰고도 교육이라 말할 수도 없는 교육을 지금까지 하고 있는 것 같아 우울하다.
그러나 이 책은 비판에서 끝나지 않는다. 교육에 있어 부모의 역할을 이야기하면서 '부모됨'의 교육을 공교육의 범주로 넣고 '부모됨'이 어떤 당위가 아닌 진로의 문제로 인식(부모됨도 전문가의 영역이다)하자는 것, 그리고 창조성 교육(창의성과는 다른 차원의 개념)을 민주시민교육과 바로 연결짓는 부분은 정말 신선했다. 미처 생각지 못했던 부분이지만 현실적으로 충분히 실현 가능한 해법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재차 읽게 되었다.
긴 내용이었지만 교사로서 이 사회의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교육은 단순히 학생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문제라는 인식이 들게 하는 책이자
공동체 사회는 교육으로 진화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