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 일자리, 교육과 의료 등 복지사회의 척도로 불리우는 대표적인 분야들의 모순이 중첩되고 꼬이면서 슬슬 문제가 터지고 있다. 혹자는 돈이 문제라고들 하지만 고령화의 가속페달을 밟고 있는 이 사회가 언제까지 사회 문제를 돈으로 틀어막을 수 있을지. 돈이 드는 건 맞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는 것이다.
그 근원은 결국 하나로 모아진다. 서울(수도권)과 지방의 양극화다. 한국은 도시국가도 아니고 인구 5천만에 세계명목 GDP순위 10위권을 달리고 있는 작지 않은 나라임에도 모든 중심은 서울이고 경제며 교육과 의료 등 사람 살 만한 세상이라고 느낄 수 있는 복지 시스템이 수도권에 다 몰려있다. 지방에 거주하는 것 자체가 엄청난 불이익인 것이다. 특히 젊은 사람들의 대부분은 수도권에 살지 않으면 불안감을 넘어 이젠 공포심을 유발할 정도다. 서울이 거대화되면서 삶의 선택지를 다 없애고 가치관을 하나로 통일한다.
"서울을 빼면 답이 없다고 "
배우고 싶어도 서울로 와야 하고, 내 삶과 맞닿아 있는 중요한 사회의 의제를 논하려고 해도 서울 와야 하고, 아파도 서울에서 아파야 한다. 어떻게 보면 지방은 서울이라는 거대규모의 성(castle)을 유지하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서울에서 태어나 수도권에서 죽 살아온 내가 이런 말할 입장도 못 되지만 더 웃긴 건 정치인, 학자, 전문가 등 소위 기득권층에 속한 사람들이 서울에 와서 거주하고 살면서 모든 걸 서울에 유리하게 만들어 놓고 다수의 힘 없는 시민들을 효율성과 시장경제의 논리로 세뇌시키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이런 현실에서 복지사회를 거론하며 OECD 국가들과 복지사회 대표값을 단순비교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의료 접근성이 세계 최고라고 하지만 지방 사는 사람에겐 보건소나 질 낮은 공공 의료원에서 강제로 발이 묶인 의료진들을 통해 영혼 없는 의료서비스를 주는 것 외엔 해줄 수 있는게 없다는 식의 메시지 밖에 주질 않으면서 지방 생각하는 척 하는 것이 꼴상 사납다.
교육만 보더라도 대도시 선생님들은 학급에 애들이 너무 많다고 아우성이다. 그런데 내가 근무하는 지역 용인만 보더라도 우리 학교에서 차로 불과 한 시간도 안 되는 거리의 지역 학교는 애들 숫자 줄까봐 전전긍긍이다. 학생 숫자 하나에 학교가 존폐의 기로에 서 있기 때문이다. 학생 수가 적고 모든 걸 지원해 줄 수 있는 그곳에 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또한, 지방대가 다 죽어나가는 마당에 서울 안에 있는 대학들은 정부에게 지원비 달라고 앓는 소리를 꽥꽥한다.
겉으로는 복지국가로서의 위상을 선전하며 큰 포부를 내비치지만 그렇게 열심히 달려왔는데 되돌아보니 한 곳에 몰빵시켜놓고 너무나 많은 사람들을 소외시킨 결과를 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몰빵된 도시에서 밀려나지 않으려고 오늘도 내일도 아등바등 사는 사람들조차 복지혜택을 누리고 편안하게 사는 것이 아니라 감옥에 갇힌 사람들 같다. 감옥에 갇힌 사람들이 앉아서 수치놀음 하며 서울만이 답이라며 여전히 가치관을 말살하고 있는 건 아닌지. 삶의 다양성을 실종시켜놓고 복지사회로 가자는 건 감옥에서 자유를 누리라는 것 아닌가.
다시 돌리기엔 너무 많이 와버린 사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