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교육의 가장 큰 폐해는 교과 교육에서 감수성을 말살한다는 것이다. 특히 입시 교육이 그렇다. 그게 가장 큰 부분인데 정작 대학교수라는 사람들 포함 이 사회 기성세대 중 지성인이라고 하는 사람들은 초중고 학생들의 학력 걱정을 하고 있다. 과연 학생 입장에서 진심으로 걱정하는 것일까? 아니면 자기가 아는 것으로 국민을 계몽하고 싶은 것인가? 그 학력이란 무엇인가? 자기가 아는 것을 가르쳤을 때 학생들이 모르면 학력저하인가? 그럼 나는 부모세대가 줄줄 꿰어 차던 천자문을 모르는데 그들도 그때 내 학력 걱정하면서 교육했나? 솔직히 말하면 나는 학창 시절 부모가 어느 정도는 방목했기 때문에 내가 내 인생의 주도권을 가질 수 있었다고 본다. 학력이 전 세계 1등이면 뭐하나? 인생의 주도권을 기성세대의 고루한 사고방식에 다 빼앗겼다면.
감수성의 영역이라는 건 이를테면 그런 것이다. 호기심, 상황판단능력,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상황을 파악하고자 하는 집요함. 어떤 식이든 정신적, 지적 자극을 받았을 때 특유의 섬세함과 민감함으로 반응하는 것.
감수성이 빠진 학력에서 기대할 것은 결국 취업과 먹고사니즘일 뿐이며 이는 각종 입시교육에서 인재양성으로 치환된다. 우리나라에서 인재란 그저 좋은 직업 얻어서 평생 돈 걱정 안 하고 편하게 살 인생 루트를 찾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초상위권 학생들이 전국의 의대를 점수로 모두 휩쓸고 들어가 자격증 따면 다시 서울로 회귀하는 진귀한(?) 현상이 펼쳐진다. 지방에 죽 살면서 자기 지역의 의료 현장에 몸과 마음을 쓸 진짜 인재들을 다 밀어낸다.
감수성의 문제는 상당히 중요한 문제다. 왜냐하면 감수성은 곧 어떤 문제 상황을 맞닥뜨렸을 때 '가치'의 문제를 직면할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가치'의 문제를 생각하면 어떤 불확실성을 마주하였을 때도 뚫고 나갈 저력 같은 내부의 힘을 발휘할 수 있게 된다고 나는 믿는다. 이것이 곧 창의성을 촉발하는 것이기도 하고. 이는 논리적 사고의 문제가 아니라 전적으로 감수성의 영역이다.
젊은 세대들이나 지금의 10대들을 비난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잘 생각해보면 지금 주도권을 잡고 있는 기성세대 지식인부터가 감수성이 절대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자기가 아는 것으로 후세대들을 계몽할 생각 좀 그만하고 예술이나 자연을 통해서, 그리고 신체단련을 통해서 여유 있게 천천히 가는 법도 알려주고는 있는지, 수치 놀이에만 목숨 걸지 않고 인간의 마음 자체에 주목하고 아이들을 교육해가고 있는지 이제는 반성할 때가 아닌가. 후세대들 학력 걱정할 시간에 본인들의 감수성부터 챙기시라.
이런 것들을 막고 있는 것이 바로 한국의 입시다. 감수성의 영역에 약을 쳐서 뿌리를 잘라내고 아이들을 정신적 진공상태로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