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정연 Oct 21. 2020

직업 단상


의사파업을 두고 페친의 글에 달린 댓글에서


" 내가 의대 갈 때 정부에서 해준 게 뭐가 있냐"는 어느 의사 선생님의 글을 봤다.


의사되기 얼마나 어려운 직업인지도 알고 그래서 연봉 몇 억을 받든 몇십 억을 받든 귀한 몸값이라는 것도 알겠고 고귀한 생명을 다루시는 분들이니 사회적 존경을 받아야 한다는 것도 알겠는데 저건 자기 뜻에 반한다고 너무 쉽게 공동체의 역할을 무시하는 발언 아니신가.


그분이 받은 공교육은 정녕 없었는가? 혼자 맨 땅에 헤딩해서 공부? 대학 다닐 때 그 대학에 지원해준 정부 지원비는 자기 계좌에 들어온 돈 아니라고 무시해도 되나? 또 이 땅에서 의사 선생님 되시라고 마음 놓고 안전하게, 편안하게 공부할 수 있게 도와준 시설, 환경, 인프라.. 인재라고 불려지는 사람한텐 당연한 거? 


솔직히 말하면 이 나라에서 의사 되기 위해 밟는 그 입시 과정부터가 난 신뢰가 안 간다. 물론 수능성적, 내신성적 중요하다. 그걸 무시하자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실제 의료 현장은 그게 다여도 무방한가?  진정 생명을 소중히 생각하고 사람과 소통하기를 좋아하며 아픈 사람을 보면 남다른 의식과 촉이 생기고 지방이든 어디든 갈 수 있는 사람이 의대를 지원하는 사회적 환경일까.  마음의  온도를 측정할 수 없어서 성적으로만 의대 입학을 허용하고 정원을 묶어버린다면 성적은 좀 낮아도 사명감을 가지고 지방이든 섬이든 가서 일해보겠다는 사람의 기회를 박탈하는 것은 아닐까. 소방관이 수도권에서 불난 것만 끄겠다고 하면 뭐라 할 텐가. 그분들, 불이 좋아서 전국 팔도를 돌아다니며 자기 목숨 내놓고 불 끄러 다니나?  


이 땅에서 의사보다 공부한 거에 비해 더 직업적 처우가 안 좋은 사람들은 내가 보기엔 과학자와 예술가다. 의대 공부 10년, 길고도 험난한 과정이라는 것은 만인이 다 아는 사실이다. 그렇지만 그렇게 만인이 인정하는 의사라는 직업 말고 이 땅 위의 예술가들나 과학자들의 인생을 한 번 들여다보자. 걸음마 떼기가 무섭게 무용 시작한 무용수들,  어릴 때부터 음악 시작해서 평생 몸에서 악기 내려놓고 산 적 없는 연주가들.  그리고 수능 성적으로만 치자면 의대권인데도 그저 실험 좋아서, 자연에 대한 탐구심 , 호기심, 성취감을 느끼고 그 거지 같은 처우 속에서 세상을 바꿀 도전에 미친 과학자들 숱하다. 그런데 파업은 언감생심. 자기가 좋아서 하는 일이니 돈 못 벌어도, 직업적 환경이 불안정하고 처우가 공부한 만큼 좋지 않다 생각해도 그냥 그 길이 내 길이겠거니 하고 사는 것. 오히려 이렇게 사는 사람들이 사회에 감사함은 더 느끼는 것 같다.  


나는 오늘날 예술과 과학이 소수의 엘리트 정신으로 여기까지 이룩해 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것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하며 성실하게 묵묵히 약한 부분을 메꿔주는 사람들이 있어서지. 내가 혼자 잘나서 된 게 아니라는 걸 똑똑한 사람일수록 더 느끼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 


덧. 의사파업 반대하자고 쓴 글은 아니다. 

작가의 이전글 교직과 교원 역량을 둘러싼 문제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