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와, 뉴욕 서바이벌은 처음이지?
앞날에 대한 꿈에 부푼 만 17세 나는 우당탕 뉴욕에 입성했다. 아 그 찬란한 이름, 콘크리트 정글에 나도 이제 일원으로 있을 수 있다니. 정말... 정말!
앞서 이야기한 뉴욕을 선택한 이유들에 살짝 보였듯이 이 도시의 삶은 그리 호화롭고 번쩍번쩍하지만은 않다. 저번 주말 브런치를 통해 글로 써 보고 싶은 이야기를 대충 쓱 적어 내려보다가 어느샌가 한숨이 푹푹 새어 나오고 있었다. 그때 어딘가 가이드북이 나와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나는 왜 이리 방황을 했는가. 문득 앞날이 겁이 나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면서 연결되지 않는 카카오톡 전화 창을 한참 바라본 기억이 난다. 연결이 안 된 이유는 내가 있는 곳이 터널에서 멈춰 움직이지 않고 있던 지하철 속이었기 때문이다. 엄마에게 전화하려고 했던 것 같다. 드러누워 있는 여러 명의 사람들 사이에 가방을 껴안고 연결 없는 휴대폰 액정만 바라보면서 멍해졌다. '나 이제 돌아갈래...'
'미대생은 나중에 뭐 먹고 사니? 유학까지 돈을 펑펑 퍼부어 놓고는 말이야.'로 멘붕이 여러 번 왔다. 사실 저 질문을 실제로 들은 적은 극히 적고 내가 나 자신에게 더 자주 물어봤던 것 같다. 셀프 채찍질을 하다가도 힘에 부쳐 포기할 마음이 천 번 정도 들었다.
그렇게 싫어 죽겠다고 해놓고는 코로나 와중에 비자 퀘스트를 뚫고 잠시 떠나 있던 미국으로 다시 돌아왔다. 고생 고생한 게 결국에 이곳이라서 아직 할 일이 남아 있다고 생각한 건지. 나도 내 마음을 한 마디로 말할 수가 없다. 미술 대학 생활과 졸업, 미술관 인턴십, 아트페어, 일러스트 작가로서의 데뷔와 활동, 뉴욕 길거리에 디스플레이된 내 그림들, 동화책 출간 등, 이곳에서 원하던 몇을 해냈다. 그래서 더 떠나기 어려운 걸까.
뉴욕에서 왜 낑낑거리며 뭔가를 해보려고 했는지, 하나하나 어떤 기회로 어떻게 했는지. 지금도 간혹 마음이 약해지는 나를 보면서 마음을 다시 굳게 다지도록 도와줄 내 소중한 기록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이 글을 써보고 싶었다. 나는 현재까지 열심히 화를 내고 열심히 사랑하면서 뉴욕살이를 진행 중이며, 이곳에서 매일 새로운 걸 배우고 성장하고 있다. 아직 새싹 같은 어른이기에 하루하루가 혼란스러운 선택의 연속이라 누군가에게 충고나 조언을 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우리 모두는 어딘가 닮아 있으니 이 이야기의 어느 부분은 누군가에게 공감이 되고 응원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