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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디강 Cindy Kang May 18. 2024

SNS가 성격에 안 맞는다

다 보여줘야 하는 세상 속 프라이빗한 사람들에게


그냥, 생각하다 보니까 SNS 가 왜 안 맞는지 알 것 같다. 내향적이어서 소통에 적극적이지 못하다, 자랑질하는 거 싫다, 아니면 완벽주의자여서 마음에 안 드는 포스트 올리기 싫다, 그런 게 아닌 것 같다. 물론 그런 게 없지는 않지만 말이다.


어쨌든 소셜 미디어는 인터넷상의 내 사회이고, 내가 아는 사람들이랑 인터넷에서 조잘조잘 개인적인 사진 올리고 공유하면서 너 잘 살고 있구나- 하면서 연을 이어나가는 게 목적이지 않았나. 진짜 내 현실 사회를 이어나가는 세상이지 않나. 그래서 내가 나의 현실 사회를 어떻게 대하는 지 생각해 보니까 왜 그리 나에게 SNS 가 불편했는지 이해가 됐다.


분명히 예전엔 현실 세상에서도 인터넷 세상에서도 사진 올리면서 잘 살았는데, 요즘엔 그러지 않는다. 나에게 얕고 넓은 인간관계가 맞는지 나 자신을 시험해 본 적이 있지만 딱히 결과가 좋지 않았다. 피상적인 대화에 지쳐서 집에 돌아오면 일주일 간 현타 속에 살았고, 누군가와 깊은 대화를 나누고 나서는 피부에 생기가 돌았다. 몇 명이나 알고 지내는지, 일주일에 몇 명과 카톡을 하는지, 내 생일 누가 누가 축하해 주는지는 신경 안 쓴 지 오래다.


사진에서 자유로워진 지도 오래됐다. 잘 찍은 사진은 좋아하는데, 그냥 구도나 색감을 따지는 직업병 비스무리한 것 같고, 누구 얼굴이 너무 예쁘게 나오고 어쩌고 저쩌고 품평하는 거에 관심이 없어진 지도 오래됐다. 누가 잘 나오면 기분이 좋은 게 다지, 마음에 안 드면 어차피 어디 올릴 거 아니니 큰 문제없다. 적당히 찍는 거다. 사진은 좋은 날의 기록인 거다.


좋은 면만 올리는 SNS. 특히 미국의 Toxic Positivity는 말투도 밝게만 해야 할 것 같다. 그냥 담백, 깔끔 이런 거 없고, "Announcement! I'm honored to be featured in -" 같은 기쁨으로만 가득 찬 글은 쓰면서도 가끔 내가 뭘 하는 건가 싶다. 현실 속의 나도 밝고 긍정적인 사람이지만 그렇다고 늘 구름 위를 둥둥 떠 있는 스타일의 사람이 아니라 너무 모두가 밝은 SNS의 분위기가 지친다고 해야 하나. 


서로의 반응이나 분위기를 보지 않고 냅다 내 자랑을 해대는 느낌의 SNS 판은.... 마치 식사 자리에 눈치 없이 자기 얘기만 하고 있는 사람들이 잔뜩 앉아 있는 느낌이다. 한 명씩 말해, 지금 네 옆의 저 친구는 인생의 힘든 시간을 이겨내고 있는데 너는 눈치 없게 어떻게 그런 말을 해- 이럴 수 없지 않나. 그리고 그런 식사 자리에서 불편하게 앉아 있던 나는 집에 돌아오자마자 앓아누울 것 같다. 그리고 말하겠지, "앞으로 두 달은 밖에 안 나가도 될 것 같아."







일러스트레이터는 SNS 홍보가 중요해서 그래도 작업물도 올리고 조금씩 사람들과 대화하는 데, 인스타그램은 그래도 괜찮은데 트위터는 아직도 못하겠다. 모르는 불특정 다수에게 내 얘기를 우르르 던지는 식의 피드는... 다들 어떻게 적응하고 사용하고 있는지 의문일 정도다. 이것도 예전엔 잘했던 것 같은데 이제 정말 성격이 변해서 인지 한없이 어색하고 어렵고 불편하다.


현실에서도 나는 내 얘기하는 걸 불편해한다. 남들에겐 칭찬도 질문도 잔뜩 해서 깊은 이야기도 나누게 되고 위로도 나누고 하는 데 정작 내 얘기하는 걸 즐기지 않는 요상한 프라이빗한 사람이다. 질문을 하면 정성스럽게 대답하고 내 얘기를 풀어놓지만 집에 가서 개운했던 적은 없다. 근데 트위터 같은 플랫폼에서는 아무도 묻지 않은 내 얘기를 해야 하니 참 어렵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이 전혀 없는 사람도 아닌데 (하고 싶은 말 엄청 많다) 왜 이렇게 SNS 가 답답할까 싶었는데, 인터넷 밖 내 진짜 사회를 생각해 보니 그 답답한 게 당연한 것 같다. 내가 현실에서 나의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가 SNS 사회에 적용되기가 어렵다. 나는 SNS 세상에서도 나를 적당히 숨긴 alter ego 아닌 어색하게라도 진짜 나로 있는 방법 밖에 모르겠어서, 그래서 아직까지도 이렇게 뚝딱거린다. 


이렇게 생각을 많이 하고 나서도 어딘가 이 이야기를 풀고 싶어서 고민했다. 일기장에 쓰기는 뭔가 만족스럽지 않고 공유하고 싶고.... 근데 너무 열려 있는 공간에는 곤란함이 몰려오고, 또 어떤 이야기를 이왕 제대로 하고 싶기도 하다. 그래서 어느 정도 프라이빗하다고 생각하는 내 브런치를 오랜만에 찾아왔다. 브런치도 불특정 다수에게 외치는 곳이지만 다른 소셜 미디어보다는 편하다. 신기하다. 언젠가 철면피가 더 레벨 업해서 아무렇지 않게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마구마구 쏟을 수 있게 될까? 그렇게 되는 게 더 좋은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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