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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디강 Cindy Kang Apr 13. 2020

코로나 19: 우리는 여전히 가깝다

사회적 거리두기도 우리 관계도 투비 컨티뉴드.

일러스트레이터 Cindy Kang



코로나가 시작될 때쯤에는 주로 집이나 작업실에서 그림을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인 나에게는 큰 타격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일 하나가 끝나면 다음 일이 들어올 때까진 긴장을 늦추지 않는 것은 원래 일상이고, 친구들을 만나러 외출을 하지 않는 이상 꼭 밖에 나가야 하는 일은 많지 않기 때문에 적어도 나는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해서 큰 피해를 받진 않을 줄 알았다. 답답해도 지나갈 때까지만 조금 참으면 되겠지.... 물론 안일한 생각이었다. 


행복하고 사이좋은 그림을 그리는 나로서는 그림의 주제가 바닥나기 시작했다. 서로를 토닥여주고 외로움을 달래주는 그림을 그리는 게 어려워졌다. 요즘 우리는 사회적 거리를 두어야 한다. 한 달을 넘게 준비한 캠페인은 테마가 완전히 바뀌게 됐고, 봄이 피어나는 동산을 그리면 자가 격리를 하지 않는 개념 없는 사람이 될까 봐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여행을 주제로 작가 인터뷰를 한 게 있는데, 바이러스가 일파만파 퍼질 때 인터뷰가 인터넷에 공개가 되면서 나는 눈치를 보게 됐다.




"여행은 좋아하는 데 지금은 아무 데도 안 가요....
벚꽃 사진은 아무도 없을 때 찍었고, 당연히 마스크는 착용했어요."




중국부터 시작해서 우리나라, 그리고 인생의 절반을 보낸 미국까지도 크게 힘들어졌다. 속상한 이야기가 많이 들려온다. 사람들은 (나는) 여전히 위로가 필요하고, 서로 의지하고 싶어 하고, 사랑이 필요하지만 지금 모두가 행복을 다시 찾아오기 위해선 거리를 둬야 한다. 그 때문에 당장 내 상황도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닌 상태이고, 미국에 있는 친구들은 마스크를 쓰면 인종차별을 당하고 마스크를 정말 안 써도 되는지도 모르겠다며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상태다. 


우리 가족이 사랑하는 이탈리아는 사망자가 너무 많고, 각국으로부터 공격당하고 있는 중국에 있는 친구도 나름대로의 속상한 이야기가 많다. 초반에 나는 딱히 불편할 게 없어서 다행이다- 하며 마음을 놓았던 게 부끄러워진다. 


어느 날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디서든 핸드폰과 컴퓨터로 소통하며 정보를 주고받는 우리는 어떤 게 좋은 대처법인지, 어디서 마스크를 구해야 하는지, 요즘 상황이 얼마나 안 좋은 건지 알 수 있는 방법이 너무 많지만 도심 밖의 할머니 할아버지들, 그분들은 어떻게 지내실까? 아무리 큰 도시 밖에는 청정지역이 있다고 할지라도 그 어디도 100% 안전한 지역이라고 할 수는 없는데, 어르신들은 마스크를 잘 구하고 계신 건지, 생활 수칙들은 잘 알고 계신지. 매일 같이 업데이트되는 정책들과 소식들을 빨리 받으실 수 있으면 좋을 텐데 말이다. 



페이스타임 등 화상통화 기능을 사용해 가족들에게 안부를 전하는 사람들. Facetime, Cindy Kang, 2020.



젊고 건강한 사람은 완치될 수 있는 확률이 높더라도 혹시나 어르신들이나 몸이 약한 사람들에게 나도 모르게 옮길 수도 있다는 걸 늘 염두에 두는 게 책임감 있는 행동 아닐까. 오늘은 친구에게서 자신의 결혼식이 취소되고 원래 잔병 치례가 많은 부모님이 걱정돼 떨어져 지내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평생을 기다려온 이벤트를 하지도 못하고 사랑하는 가족들과도 함께 있을 수 없는 그 상황이 너무 안타깝다. 얼마나 준비를 했고 설레 했는지 알기에 더 마음이 안 좋아졌다.


나를 포함한 모두가 지금 이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건 그 모든 게 잠잠해질 때까지 최대한 집에 있으며 우울해지지 않도록 육체적, 정신적으로 활동적이게 지내는 것이다. 나는 여전히 작업을 하느라 머리카락을 휘날리고, 비는 시간에는 점토로 조각을 하고, 밤에는 넷플릭스로 미드 여러 편을 몰아보기도 한다. 토스트도 여러 재료를 넣으면서 만들어보기 시작했고, 이번 주엔 새로운 파스타 레시피를 도전해 볼 생각이다. 늘 귀찮다고 미뤄두던 베이킹도 도전해보고 싶은데, 오늘 먹어도 내일 또 먹고 싶은 내 사랑 에그타르트가 그 첫 번째 후보다. 



Home Cook, Cindy Kang, 2020



1월 말부터 집 밖으로 안 나가기 시작했는데 벌써 4월 중순이다. 가끔 산책을 나가면 답답한 마스크를 벗어던지고 꽃향기를 맡고 선선한 봄바람을 쐬고 싶다. 머리로는 칭얼거릴 수 없다는 걸 알지만 나도 사회적 거리 두기가 정말 지긋지긋하다. 겨울에 산 봄옷을 입고 뽐낼 곳도 없고 새로 탈색하고 염색을 했지만 집에만 있는 것도 마음이 아프다. 그래도 어쩔 수 없는 건 어쩔 수 없는 거겠지. 생각해보니 참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 필요한 세상에 사는 것 같다. 지독한 집순이인 나도 말이다. 머리도, 새 옷도 나 혼자 입고 좋아하는 건 어딘가 쓸쓸하고 즐겁지 않다.


디지털화로 SNS가 사람을 죽인다며 이야기하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이 툴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사람들과의 온기를 유지하는 것이다. 그리운 가족들과 친구들에게 전화로 혹은 영상통화로라도 안부를 전하고 즐거운 이야기를 하는 것. 일상을 유지하는 것. 멀리 있어도 서로를 챙기고 봄의 따뜻함을 전하고 응원하고 말이다.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더 좋아질 것이다, 금방 모든 게 나아질 것이다, 우린 아직 행복하다- 하고 이야기하고 끝에 '코로나 잠잠해지면 만나자' 하고는 푸하하 웃는 것 말이다.



2020년 4월 13일 3:33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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