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부뚜막 고양이 Feb 10. 2023

망친 하루도 되돌리는 방법

<나의 이야기>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기로 한 날이었다.  친구가 오전 9시 30분에 정확히 우리 집 앞에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누군가가 차를 가지고 데리러 온다는 것, 그것은 마치 남자친구를 만나러 가는 착각에 빠지게 만들 만큼 설레게 만든다.


이때까지는 나무랄 데 없이 좋았지만, 이후에는 모든 게 엉망이었다.  식당으로 가는 길 광진교를 역주행하는 바람에 우리는 식겁했다. 죽지 않고 살아있어 다행이었을 정도였다.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고 목적지에 도착했더니, 원래 있었던 브런치 메뉴가 없어지고 11:30분부터 오픈한다는 것이었다. 미리 전화해 보고 오는 건데, 그까지 찾아간 마당에 그냥 오긴 아쉬워서 근처 커피숍에서 기다려야만 했다.

11시 30분에 레스토랑으로 들어가 음식을 주문했는데, 하필 주문을 잘못해서 “우설”이 메인재료인 메뉴를 주문했다. 우설을 못 먹을 뿐 아니라 맛도 이상해서 그야말로 최악의 음식이었다.

음식을 다 먹고 주차장으로 가서 차를 찾는데 도무지 어디에 주차했는지 몰라 한참을 헤매고 또 헤매었다. 한참 동안 주차장 3층을 다 뒤진 다음에야 차를 찾아 집으로 돌아왔다.


어떻게 보면 정말 망친 하루였다. 모든 게 엉망진창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날은 나에게 힐링이 되었고, 재충전이 되었다. 그건 모두 친구와의 대화 덕분이었다.

“대화가 통한다는 것” 그것은 모든 것이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서도 기쁜 마음을 유지할 수 있을 만큼 나에게 중요한 것이었다.

친구와의 대화는 언제나 자연스럽고 즐겁다. 그 친구는 세련된 감각과 눈썰미를 가지고 있으면서, 대화를 할 때는 상대방의 말을 잘 받아주고 자신에 대해서도 비교적 가식이나 거짓이 없이 드러내는 편이다. 그러면서도 그 안에 예의를 갖추고 있고 열린 마음 또한 함께 가지고 있다.

다시 말해 생각이 열려있어 답답하지 않으면서도, 예의를 갖추어 주어서  상대의 기분이 상하지 않도록 하는 그런 매력이 있다.

성격적으로나 살아가는 방식에 있어서 많은 차이를 보이는데도 불구하고 왠지 모르게 편안하고, 만나고 난 후 까지도 기분이 좋다.

그날 하루는 마치 머피의 법칙처럼 모든 일이 꼬이고 꼬였지만 “통하는 대화” 덕분에 모든 것들을 상쇄시키고도 남을 만큼 좋은 시간이었다. 반대로 다른 것들이 다 좋았다 하더라고 대화가 답답하고 뭔가 찝찝한 기분이 들었다면 오히려 하루가 망친 것 같은 느낌이 들었을 것이다.

누군가와의 만남이 어땠는지 알고 싶다면 이 한마디를 물어보고 싶다.

“통하였느냐”



작가의 이전글 열기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