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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ne Sep 22. 2019

숲길따라 물길따라 연남동 경의선 여행

마포에 살며 마포를 여행하는 이야기 002


연희동의 남쪽. 성산동과 동교동, 연희동 사이 삼각형 모양. 1975년 이전에는 연희동으로 불렸고, 그 이전에는 세교리, 잔다리라 불리던 곳. 그만큼 물길도 많고, 징검다리, 흙다리, 나무다리 등 물길 위에 놓인 작은 다리들도 많았던 곳. 동네 한가운데를 경의선의 부설인 용산선이 지나면서 동네의 동쪽과 서쪽이 100년 가까이 단절되어 있던 곳, 철길이 걷히고 그 위에 숲길공원이 들어서면서 마침내 오랜 단절을 끝내고 동네의 동과 서가 자유롭게 왕래하기 시작한 곳, 연남동이다. 



연남동을 여행하는 가장 좋은 첫번째 방법은 옛 철길-경의선숲길공원-을 따라 쭉 걷는 것이다. 만약 당신이 연남동 초보자라면 더더욱 이 방법을 권하고 싶다. 연남동에는 좁디좁은 골목길과 한번 들어가면 빠져나오기 힘든 미로길이 여럿 있다. 게다가 웬만한 맛집이나 근사한 카페들은 보통 이런 미로길 사이에 숨어 있기 마련. 연남동이 작다고 얕봤다간 큰코다치기 십상이다. 




소요시간 1시간 2.6km

홍대입구역 3번출구 - 경의선숲길공원 연남동 구간(잔디밭 길) - 경의선숲길공원 연남동 구간(은행나무 길)  - 홍대입구역 3번출구





홍대입구역 3번출구로 올라왔다면 경의선숲길공원 '연남동구간'의 잔디밭 길 위에 올라서보자. 당신 앞에 길고 긴 숲길이 쭉 펼쳐져있을 것이다. 이제부터 천삼백미터 쯤 걷다보면 경의선숲길공원의 끝에 도착하게 된다.

중간중간 벤치에 앉아 쉬며 공원길을 거니는 사람들과 산책에 나선 온갖 종류의 강아지들을 구경하지 않는다면, 옛 경의선을 재현한 철길 위를 양팔을 벌려 균형을 잡고 친구와 나란히 걷는 재미를 포기한다면, 옛 세교천을 재현한 실개천의 물소리를 듣기 위해 잠시라도 멈춰서지 않는다면, 기찻길 옆으로 나란히나란히 서있는 코오롱 아파트를 따라 쭉 늘어서있는 멋들어진 은행나무들을 감탄하며 바라보지 않는다면 당신은 아마 20분이면 공원 끝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당신은 그림처럼 서있는 나무를, 기찻길을, 실개천을, 산책하는 강아지를 그리고 커피향을 결코 그냥 지나치지 못할 것이다. 연남동에서 몇 년이나 살았던 나조차도 산책을 나설 때면 꼭 몇 번씩은 벤치에 앉아 숲길공원을 다른 시선으로 느끼곤 했으니 말이다. 벤치에 앉아 바라보는 길은 전혀 다른 풍경을 보여준다.



연남동 공원길 끝. 여기까지 왔다면 경의선숲길공원 중 '연남동구간'을 완주한 셈이다


사천교, 가좌역, 모래내시장으로 통하는 연남 지하보도



마침내 숲길공원의 끝에 도착했다면 당신은 효창공원역에서 가좌역까지 이어지는 6.3킬로미터의 경의선숲길공원의 다섯 코스 중 가장 긴  '연남동 구간'을 완주한 셈이 된다. 자, 이제부터는 당신이 선택에 달렸다. 다시 홍대입구역으로 돌아갈 수도, 공원길 끝 오른편의 좁은 골목길을 따라 옹기종기 새롭게 자리한 예쁜 상점들을 구경할 수도, 왼쪽으로 길을 건너 연남동 '피난길'을 찾아가볼 수도, 아예 더 직진해서 한강으로 연결되는 홍제천길까지 가볼 수도 있다. 


당신이 만약 홍대입구역 쪽으로 숲길공원을 다시 거닐어보기로 마음먹었다면 이번에는 흙길을 밟아보라고 권하고싶다. 은행나무 뒤, 코오롱아파트 앞으로 포장되지 않은 흙길이 1킬로미터쯤 펼쳐져있다. 숲을 거니는 느낌을 더 느껴보고싶다면 돌아갈 때에는 이 길을 거닐어보시길!  당신은 단 한 시간만으로 연남동을 가장 쉽고 빠르게 돌아본 셈이 된다.






덧1,

연남동 숲길공원의 아침, 오후, 밤은 전혀 다른 풍경을 보여준다. 당신이 만약 오후 산책을 했다면, 밤풍경을 보러 한 번은 다시 와보길 바란다. 사람들이 왜 연남동 구간을 '연트럴파크(연남동+센트럴파크)'라고 부르는지 이해하게 될 것이다.


덧2,

연남동 구간이 천삼백 미터로 상당히 길다보니 이 구간은 또 셋으로 나뉜다. 첫번째 구간은 연남동구간 시작점에서 동교로까지의 삼백 미터구간이다. 연남동 숲길공원이 '연트럴파크'라는 별명을 갖게 된 데에는 이 구간의 역할이 컸다. 지하철역과 가깝고, 주변에 편의점과 술과 음료와 샌드위치 등을 파는 상점이 많다보니 자연스럽게 외부인이 가장 많은 곳이 되었다. 버스킹이 열리는 곳도 바로 이 구간이다.

두번째 구간은 동교로부터 성미산로까지의 사백 미터구간이다. 이 구간은 특히 유모차를 끌고 나온 젊은 엄마들이, 강아지와 산책하는 사람들이, 오랫만에 만난 친구들이, 회사 동료들이, 오늘 첫데이트를 나온 남자와 여자가, 연남동에 머물고 있는 외국인관광객이 그리고 연남동 주민들이 즐겨 거니는 곳이다. 이 구간의 오른편에는 로스팅카페와 초콜릿카페, 편의점이 있어 산책을 나섰다가 커피를 마시러 가는 사람들이 꽤 많이 있다. 외부인과 연남동 주민이 반반쯤 섞인 구간이라고 할 수 있다.

세번째 구간은 성미산로에서 공원길 끝에 이르는 육백 미터의 구간으로, 대개 연남동 주민들이 주로 산책하는, 전체 구간 중 가장 고요하며 가장 산책하기 좋은 길이라고 할 수 있다. 연남동 주민이던 시절 나는 당연히 이 길을 가장 좋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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