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 돌아 2년만에 커머스 스타일 첫화면으로 개편한 사연
“후아 첫화면은 대체 왜 그래요?”
커뮤니티 커머스 플랫폼 ‘Hooaah(후아)’를 만들고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이 이것이다.
사실 우리는 처음에 야심차게 ‘서로 사고 팔아주는 시장 문화를 녹여낸 플랫폼으로 만들겠다’라는 목표를 세우고 UI를 만들었는데, 초기 스타트업이 하는 일이 으레 그렇듯 하는 일마다 지뢰투성이었다.
우리는 고객들이 ‘가격’만을 기준으로 상품을 고르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첫화면에 가격을 노출하지 않았다. 그러면 구매자들이 상품 자체에 집중하게 될 줄 알았다. (아니었다)
우리는 상품을 생산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알게 되면 좀 더 관심을 가질 것 같아서 상품과 ‘이야기’를 섞어서 배치했다. 그러면 방문자들이 자연스럽게 생산자의 스토리에 관심을 가지고 구매로 이어지게 될 줄 알았다. (아니었다)
우리는 인위적으로 특정 상품을 상위에 노출시키기보다는 좀 더 많은 셀러들에게 기회가 고르게 돌아가게 하고 싶었다. 그래서 쇼핑몰들이 흔히 하듯 ‘전략상품’을 커다란 배너 형태로 노출시키기보다는 랜덤하게 상품이 뜨도록 했다. 그러면 고객들이 다양한 상품이 관심을 가지고 지갑을 열게 될 줄…
전부, 전부 아니었다!
이커머스처럼 역사가 오래된 서비스들의 익숙한 화면구성은 다 그렇게 만들어진 이유가 있는 것이었다. 쿠팡의 화면구성이 촌스러워 보여도 억대 연봉받는 사람들이 다 생각이 있어서 만든 것들이었다. 좋은 디자인이란, 매출로 이어지는 디자인이었다.
메인 화면 개편 얘기가 여러 번 나왔지만 ‘우리가 쇼핑몰인가, 서비스인가, 플랫폼인가?’의 고민 속에서 계속 표류를 했다. 중간에 카테고리를 추가하거나, 가격이 노출된 페이지를 추가로 만들거나 하는 식으로 소규모 개편을 시도해 봤지만 첫화면은 플랫폼의 ‘얼굴’인 만큼 이것을 뜯어고쳐야 했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게 스스로가 문제라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라고 했던가. 우리가 처음에 세웠던 가설, ‘상품과 생산자에 얽힌 이야기를 알게 되면 고객은 구매를 하게 될 것이다’라는 생각이 틀렸다는 것, 혹은 그것을 고객경험으로 구현하지 못했다는 것을 인정했다. 그래서 우리는 다른 변화를 준비하기 전에 일단 후아를 고객들에게 익숙한 ‘커머스’ 스타일의 첫화면으로 바꾸기로 했다.
일단 결심을 하자 UI 개편 자체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실제로 후아를 쓰는 고객들이 그사이에 많아져서, 그분들께 하나하나 물어보면서 해볼 수 있었다. 고객이 원하는 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좀 달랐다. 일단 후아는 중장년층이 주요 고객인 특성상, 폰트는 더 커야 하고, 아이콘은 더 시원시원해야 하고, ‘전화주문’ 같은 버튼도 더 잘 보여야 했다. 아예 폰트 크기를 수동으로 크게 만들어둔 분들도 계셔서, 그것을 감안해 버튼들이 화면 밖으로 튕겨나가지 않게 설계해야 했다.
마침 새로 들어온 개발자가 우리 작업 속도에 부스트를 올려주었다. 새 개발자 마노즈는 인도인으로, 한국 기업 근무 경험도 있는 10년 차 풀스택 개발자였다. 그동안 지브롤터의 타이탄처럼 홀로 어깨 위에 후아를 떠받치고 있던 CTO 이현은 마노즈가 들어오고 나서 갑자기 얼굴이 확 폈다. 그동안 우리는 CTO에게 “지난번에 요청한 OOO은 언제 구현되나요?”라고 묻곤 했는데, 그러면 이현은 초기에 학생인턴이 만든 스파게티 코드로 인한 디버깅을 하느라 지쳐서 “그게… 몇 주… 아니 몇 달은 걸릴 것 같아요…”라고 답하는 게 일상이었다. 그런데 마노즈가 온 뒤에는 비슷한 질문에 “음… 다음 주쯤요?”라고 자신 있게 답하는 것이 아닌가!
실력 있는 시니어 개발자 한 명은 주니어 개발자 10명이 할 일을 한다더니… 말로만 듣던 이야기를 실제로 접하니 역시 사람들이 왜 시니어 시니어 하는지 알 것 같았다. 새 개발자의 합류로 첫화면 개편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오히려 그 화면에 채워 넣을 콘텐츠를 만들어야 하는 영업팀 엉덩이에 불이 났다.
새로운 디자인의 목업을 만들고 나서 가까운 분들, 특히 우리 고객과 연령대가 가까운 5060대 여성분들께 모니터링을 요청했다. 이분들은 매우 소중한 알파테스터인 것이, 20대인 대표와 이제 막 40대가 된 내 눈에는 딱 좋은 크기로 보이는 아이콘과 글씨가, 5060세대가 보기엔 너무 작고 식별이 안 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바뀐 UI는 예전에 비해서 원하는 상품을 찾기가 한결 쉽고 시인성도 좋아졌다.
사실 모든 것이 기본 중의 기본이다. 스타트업은 자기가 만들고 싶은 것을 만드는 게 아니라, 고객이 필요로 하는 걸 만들어서 존재하는 줄도 몰랐던 가려운 곳을 긁어줘야 한다. 우리는 초기에 천명이 넘는 셀러, ‘디지털 격차로 인해 온라인에 진입하지 못하는 농민과 소상공인’을 만나며 그분들의 페인 포인트는 찾아내었다. 하지만 구매를 하는 중장년층 고객들이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무지했던 것이다.
우리 고객들이 불편한 UI와 익숙지 않은 온라인 결제 과정을 거치면서 후아를 이용하는 이유는 대부분 하나로 좁혀졌다. 상품의 품질이 좋으니까! 그리고 다른 곳에서는 구할 수 없는 것들이 있으니까. 그렇다면 일차적인 목표는 그 고객들이 원하는 상품을 빠르게 찾아서 쉽게 구매할 수 있는 UI를 만드는 것이었다. 셀러의 스토리, 구매자와 생산자와의 관계 형성, 교류의 확대는 그다음의 문제였다.
그래서 우리는 초기 스타트업으로서는 숙명적으로 겪어야 할 시행착오를 겪으며, 만만찮은 시간과 에너지를 대가로 바치고 단순하고 평범한 커머스 스타일의 첫화면으로 개편을 했다.
그래서... 어떻게 바뀌었는지 알고 싶다면... 한번 보러 오세요! (모바일 버전 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