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다>, 파울로 코엘료
1.
믿음은 오로지
사람들이 믿기 때문에 존재한다.
기적이, 설명이 불가능함에도
그것을 믿는 사람들에게
일어나는 것처럼.
2.
"저 하늘을 잘 봐,
우리는 수천 년 전의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거야."
…
" … 보이는 것과 존재하는 것이
언제나 일치하는 것은 아니지."
3.
물고기들은 물을 것이다.
갈매기들은 어떻게
저렇게 날아다닐 수 있을까 하고,
그 신비로운 피조물들은
물고기들이 사는 세계로 풍덩 빠졌다가,
들어왔을 때만큼이나 순식간에 사라져버린다.
새들 역시 물을 것이다.
자신들이 먹이로 취하는 물고기들이
저 파도 아래 물속에서 어떻게 숨을 쉴 수 있는지.
새들이 존재하고,
물고기들이 존재한다.
가끔 그들의 우주는 조우하지만,
서로의 질문에 대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두 우주는 질문들을 품고있고,
그 질문들의 대답은 존재한다.
4.
그녀와 아버지는 바닷가에 함께 있었다.
아버지는 그녀에게
바닷물의 온도가 괜찮은지 알아보라고 했다.
다섯 살인 그녀는
아버지를 도울 수 있다는 게 신이 나,
바닷물에 다가가 두 발을 담가보았다.
"발을 집어넣어봤는데 차가워요."
아버지에게 돌아온 브리다가 말했다.
아버지는 그녀를 번쩍 안아 올려
바닷물까지 데라고 가더니,
아무 말 없이 물속에 풍덩 집어넣었다.
그녀는 깜짝 놀랐지만,
곧 이것이 아버지의 장난이라는 걸 알고 재밌어했다.
"물이 어떠니?"
"좋아요"
"그래, 이제 앞으로 뭔가를 알고 싶으면
그 안에 푹 빠져보도록 해."
5.
그녀는 가르침을 곧 잊었다. 겨우 스물한 살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녀는 다방면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열광했던 만큼이나 빠른 속도로 포기하곤 했다. 역경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다. 그녀가 두려워하는 것은 오직 하나의 길만을 선택해야 한다는 강요였다.
하나의 길을 선택한다는 것은 다른 길들을 포기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그녀에게는 앞으로 살아갈 날들이 많았고, 지금 하고 싶은 일들 때문에 훗날 후회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늘 시달렸다.
'온몸을 던지는 게 두려운 거야'
그녀는 생각했다. 가능한 한 모든 길을 가보고 싶었지만, 결국엔 아무 데도 가보지 못한 셈이 되었다.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으로 꼽는 사랑에서조차 그녀는 끝까지 가보지 못했다. 첫 실연 이후로는 자기 자신을 온전히 내줄 수가 없었다. 그녀는 고통과 상실감, 어쩔 수 없는 이별을 두려워했다. 물론 사랑의 길에서 이런 일들은 늘 존재했고, 그것들을 피할 유일한 방법은 그 길을 포기하는 것이었다. 고통받지 않으려면 아예 사랑을 하지 말아야 했다.
그것은 살아가면서 나쁜 것들을 보지 않기 위해 두 눈을 파내는 것이나 다름없는 일이었다.
'인생은 너무 복잡해'
위험을 감수해야 했다. 어떤 길들은 계속 따라가고, 다른 길들은 포기 해야 했다. 위카가 말했던, 옳은 길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그 길을 걷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떠올렸다. 하지만 최악은 그것이 아니었다. 제일 나쁜 것은 자신이 그 길을 제대로 선택했는지 평생 의심하며 그 길을 가는 것이었다. 선택에는 늘 두려움이 따르게 마련이었다.
6.
브리다는 꽃을 어루만졌다.
몇 달 만에 처음 보는 꽃이었다.
봄이 온 것이다.
"꽃 속에 사랑의 진정한 의미가 들어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꽃을 선물해.
꽃을 소유하려는 자는 결국
그 아름다움이 시드는 것을 보게 될 거야.
하지만 들판에 핀 꽃을 바라보는 사람은
영원히 그 꽃과 함께하지.
꽃은 오후와 저녁노을과 젖은 흙냄새와
지평선 위의 구름의 한 부분을 담고 있기 때문이야."
브리다는 꽃을 바라보았다.
마법사는 그녀의 손에서 다시 꽃을 거두어
숲에게 돌려주었다.
전 세계 170개국 이상 82개 언어로 번역되어 2억 3천만 부가 넘는 판매를 기록한 우리 시대 가장 사랑받는 작가. 1947년 리우데자네이루에서 태어났다. 저널리스트, 록스타, 극작가, 세계적인 음반회사의 중역 등 다양한 방면에서 활동하다, 1986년 돌연 이 모든 것을 내려놓고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로 순례를 떠난다. 이때의 경험은 코엘료의 삶에 커다란 전환점이 된다. 그는 이 순례에 감화되어 첫 작품 『순례자』를 썼고, 이듬해 자아의 연금술을 신비롭게 그려낸 『연금술사』로 세계적 작가의 반열에 오른다.
이후 『브리다』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피에트라 강가에서 나는 울었네』 『악마와 미스 프랭』 『오 자히르』 『알레프』 『아크라 문서』 『불륜』 『스파이』 등 발표하는 작품마다 전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킨다. 2009년 『연금술사』로 ‘한 권의 책이 가장 많은 언어로 번역된 작가’로 기네스북에 기록되었다.
2002년 브라질 문학아카데미 회원으로 선출되었고, 2007년 UN 평화대사로 임명되어 활동 중이다. ‘코엘료 인스티튜트’라는 비영리 단체를 설립해 빈민층 어린이와 노인을 위한 자선사업을 펼치고 있으며, 프랑스 정부로부터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수훈하는 등 여러 차례 국제적인 상을 받았다. 2018년 신작 『히피』를 발표했다.
작가 소개 '파울로 코엘료' (출처:Yes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