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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곰 Apr 29. 2024

근무성적평정과 인정욕구

공무원 곰과장 이야기 13

사람이라면 누구나 인정욕구가 있습니다. 굳이 매슬로우의 5단계 욕구 이론까지 들먹이지 않더라도, 사람에 따라 더하고 덜하기는 할지언정 인정욕구가 없을 수는 없습니다. 조직의 구성원이라면 당연히 조직 내에서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고 싶어합니다. 


예전에 이런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큰 틀에 있어서는 제 생각이 변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세부적인 부분으로 들어가면 다소 생각이 바뀐 점도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의미 없는 근평'이 제 생각보다 좀 더 큰 의미가 있었다는 거지요. 


예컨대 A주무관이 승진한 지 얼마 안 되어서 근평이 의미가 없는 시점에 있다고 가정해 보죠. 운이 나쁘게도 이 직원은 무척 어렵고 까다로운 업무를 맡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최선을 다해서 업무를 처리했고 좋은 성과를 냈죠. 자. 이제 근평의 계절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부서장이 A주무관에게 가장 낮은 등급을 주었다면?


논리적으로 볼 때, 그리고 합리적으로 판단할 때, 그건 올바른 선택입니다. 그 이유에 대해서도 누차 설명한 바 있습니다. A주무관에게 주어지는 근평은 아무런 의미가 없으니 말입니다. 그러나 인간은 논리적인 존재가 아닙니다. 항상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존재도 아니죠. 인간은 감정을 지니고 있는 존재입니다. 때로는 불합리하고 어떤 때는 모순되기도 하지요. 그렇기에 A주무관에게 주어지는 근평은, 이론상으로는 그 어떤 의미도 없지만, 현실세계에서는 분명한 의미를 가집니다. 


바로 인정욕구의 충족입니다. 




내가 일한 결과가 '우'로 평가받았다. 내가 일한 결과가 '양'으로 평가받았다. 둘 중 무엇이든 간에 가시적인 변화는 않습니다. 승진에도 영향이 없고 월급도 바뀌지 않습니다. 그러나 사람의 마음은 바뀝니다. 내가 높은 등급을 받았다면 기운이 나고 괜히 뿌듯해집니다. 내가 이 부서에서 인정받는다는 생각에 일을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다짐도 생깁니다. 반면 내가 낮은 등급을 받는다면 기운이 빠지고 열받습니다. 내가 열심히 해 봤자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기에 이러한 인정욕구의 충족은 중간관리자의 입장에서 반드시 신경을 써야만 하는 요소입니다. 


하지만 모든 사람에게 동등한 근평을 줄 수는 없지 않습니까. 그래서 중간관리자는 항상 현실 앞에서 고민하게 됩니다. 항상 강조하다시피 상대평가 제도 하에서 누군가에게 한 단계 높은 평가를 부여한다는 건, 동시에 누군가에게 한 단계 낮은 평가를 부여한다는 뜻입니다. 근평의 세계에 동점이라는 개념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해당 직급의 모든 직원들에게 1등부터 꼴지까지의 순위가 매겨지고 그 순위에 따라 평가가 갈립니다. 누군가가 기뻐할 때 누군가는 슬퍼합니다. 


더군다나 흔히 말하는 '파격적인 평가'를 한다는 건, 그 한 사람을 올리기 위해 두 명 이상을 끌어내린다는 뜻이지요.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닙니다. 그러니 중간관리자는 항상 고민하게 됩니다. 기껏해야 누군가의 인정욕구 따위를 위해 중간관리자 본인에게 가해지는 수많은 부담을 감내하면서까지 근평 순위를 조정할 필요가 있는 것일까? 하고 말입니다. 


하지만 때로는 그럴 필요가 있습니다. 인간은 감정적인 존재니까요.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는 말이 있습니다. 사람 관리하는 일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인간은 너무나 감정적인 존재입니다. 논리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예컨대 제가 게임 속에서 스포츠 구단을 운영한다고 쳐 보죠. 대체로 능력이 높고 컨디션이 좋은 선수 위주로 경기에 내보내면 결과가 좋을 겁니다. 하지만 현실은 게임과 다르죠. 경기에 나서지 못한 선수들은, 합리적이고 타당한 이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용되지 못한 데 대해 불만을 가지게 됩니다. 그리고 그 불만은 때때로 조직 전체를 뒤흔들기도 하지요. 스포츠 구단 감독 노릇이 외부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어려운 이유입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 볼 수도 있습니다. 지금까지 인간은 감정적인 존재라고 반복해서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여기에 반드시 부정적인 의미만 있는 건 아닙니다. 긍정적인 의미도 있지요. 


사람은 감정적인 존재이기에 때때로 물질적이거나 실질적인 보상이 주어지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최선을 다해 일합니다. 감정적인 존재이기에 더 많은 성과를 거두기도 하고 감정적인 존재이기에 힘을 내기도 합니다. 그리고 인정욕구는 조직 전체의 입장에서 이런 긍정적인 효과를 내는 데 기여기도 합니다. 직원들의 인정욕구를 인정하고 나아가 그걸 충족시켜주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그렇기에 인정욕구는 조직 안에서 사람을 관리하기 위해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할 사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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