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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곰 Oct 29. 2024

상태가 안 좋지만 어떻게든 되기를

나는 우울증에 걸린 공무원입니다 40

며칠째 날이 흐립니다. 근래 스트레스를 받을 일이 많았습니다. 으레 그러하듯 세상사 마음대로 되는 일은 드문 법입니다. 실패와 좌절로 뒤죽박죽된 꿈을 꾸느라 종종 잠을 설쳤고, 한숨을 내쉬는 빈도가 상당히 늘어났습니다. 한동안 잠들어 있던 우울감과 불안감이 마치 연기처럼 스멀스멀 피어오르고 있습니다. 


물론 처음 겪는 일은 아닙니다. 두 번째나 세 번째도 아닙니다. 그렇기에 나는 그저 잠시 지쳤을 뿐이라고, 조금 쉬고 나면 곧 괜찮아질 것이라고 입속으로 되뇌어 봅니다. 하지만 여전히 불안은 가시지 않습니다. 이게 단지 일시적인 증상일 뿐일지, 아니면 보다 깊은 증세로 진행되는 초입에 해당하는지를 알 수 없다는 게 가장 큰 불안입니다. 그리고 불안은 영혼을 잠식합니다. 


두어 차례 휴대전화를 들고 병원 예약을 잡을까 하다 그만두었습니다. 무엇을 저어하는 것인지는 스스로도 잘 모르겠습니다. 주변의 시선이 신경 쓰이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나 자신이 가지고 있는 저항감이 생각보다 큽니다. 이렇게 글로 쓰다 보니 이제는 알겠습니다. 내가 좋아졌다는 믿음을 포기해야 하는 것이 가장 두렵습니다. 기껏 밀어 올린 바위가 원래 위치로 굴러떨어질 때 시시포스의 심정을 체험하고 싶지는 않은 게 솔직한 심정입니다.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합니다. 상상은 쉽지만 유감스럽게도 실천이 무척이나 어렵습니다. 세상에는 도망치는 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는 부부도 있었고, 반대로 도망치면 안 된다고 되뇌던 중학생 소년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게는 도망친다는 선택지 자체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어쨌거나 돈을 벌어서 먹고사는 건 필수적인 문제니까요. 하소연하는 건 아닙니다. 그저 도망칠 수 없다면 차선책은 무엇일까를 고민하고 있을 뿐입니다. 


그러다 보니 한동안 글을 쓰지 못했습니다. 글을 쓰고 싶다는 욕망과 글을 쓰기 싫다는 체념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한 채 방황했습니다. 브런치스토리는 한 달 이상 글을 쓰지 않으면 알람을 보내어 재촉하는데, 요즈음 그 알람이 무척이나 부담스럽고 매정하게 느껴집니다. 어쩌면 이 글의 진정한 목적은 그 알람을 잠시나마 유예하는 데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알베르 카뮈는 말했습니다. 우리는 시시포스가 행복하다고 상상해야 한다고. 

하지만 그건 너무나 힘든 일입니다. 

     

그럼에도 세월은 하루하루 흘러갈 겁니다. 그리고 나를 괴롭히는 대부분의 일들이, 사실 어떻게든 될 거라는 걸 저는 압니다. 그게 지금 저에게는 유일한 위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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