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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 Jun 05. 2022

추앙의 진짜 의미

나의 해방 일지의 추앙이란 뭘까. 

나의 해방일지

JTBC에서 방영한 '나의 해방일지' 

주말에 방영하는 나의 해방일지를 기다리면서 한주를 보냈던 것 같다. 

그리고 '나의 해방일지'가 끝난 후 내 머릿속에는 그 드라마 속 '추앙'이 뭘까 하는 생각이 맴돌았다. 


2화에 등장하는 미정의 대사


미정 : 왜 매일 술 마셔요?

구씨 : 아니면 뭐

미정 : 할 일 줘요? 술 말고 할 일 줘요? 날 추앙해요. 난 한 번도 채워진 적이 없어.

개새끼 개새끼 내가 만났던 놈들은 다 개새끼

그러니까 날 추앙해요. 가득 채워지게. 조금 있으면 겨울이에요.

겨울이 오면 살아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요.

그렇게 앉아서 보고 있을 것도 없어요.

공장에 일도 없고, 낮부터 마시면서 쓰레기 같은 기분 견디는 거, 지옥 같을 거예요.

당신은 무슨 일이든 해야 돼요.

난 한 번은 채워지고 싶어.

그러니까 날 추앙해요.

사랑으론 안돼. 추앙해요. 


'추앙' 국어사전의 의미

명사. 높이 받들어 우러러봄.


존경도 아니고 존중도 아니고... 추앙이라고...?

살면서 사용해 본 적이 없는 강한 단어였다. 


나는 누군가를 추앙해 본 적이 있는가?

나는 추앙받아본 적은 있는가? 


아니 추앙의 의미는 알고 있는가? 





나의 인간관계는 굉장히 좁고 깊다. 

살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지만 나에게 가까이 있는 사람들이 나의 기준에 맞지 않거나, 혹은 나와는 너무 다르게 생각하거나, 그 생각들이 나를 불편하게 하면 그 사람을 점점 멀리한다. 


사람들은 귀신같이 내가 멀리하는 걸 알고는 더 멀리 도망간다.

내 생각에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나는 불편하다.

그래서 거의 그 모든 사람들로부터 도망친다. 


그러다 가끔 그런 사람들을 만난다. 내가 살짝 멀리했는데도 나에게 더 가까이 다가오는 사람.

그 사람들이 지금 내 곁이 있는 사람들이다. 


나의 인간관계에는 항상 '기준'과 '조건'이 있었다. 

어찌 보면 사랑에도 그 기준과 조건이 존재하는 것 같다. 


'너는 내가 좋아하는 목소리를 가졌으니, 널 사랑해'

'너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니까, 난 너를 사랑해'

'너는 밝고 긍정적인 성격을 가졌으니, 나는 널 사랑해'



그런데 추앙의 영역에는 이 기준과 조건이 사라진다. 

추앙의 대상은 높이 있는 귀한 사람이다. 

그 귀한 사람에게는 기준과 조건을 갖다 댈 수가 없다. 

높이 있는 사람이니깐.

그 사람이 어떤 모습이든, 어떤 성격이든, 무슨 일을 하든.

술을 많이 마시든.

클럽을 운영하든, 조폭이든, 죄책감에 시달리든, 자신을 버렸든

상관이 없다. 


추앙은 무조건적으로

아무 기준 없이 그 사람이기에 높이 우러러본다. 

그 사람이 행복하길 바라고, 그 사람이 아프지 않기를 바라고, 그 사람이 편해지기를 바란다.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자신이 원하는 모습을 바란다.

부모도 자식에게 무언가를 바라고, 

자식도 부모에게 무언가를 바란다. 

아내도 남편에게 자신이 바라는 모습을 강요하고, 

남편도 아내에게 그리고 자식에게 자신의 기준을 강요한다. 

회사에서도 얽히고설킨 인간관계 속에서 서로를 물어뜯고, 상대방을 깎아내려고 한다. 

네트워킹의 장에서도 어떤 사람에 나에게 도움이 될까 눈을 켜고 스캔한다. 


 

 



나는 이제 그 기준과 조건들을 내려놓고 싶다. 

그냥 내가 만나는 한 사람 한 사람이 편했으면 좋겠다. 

스쳐 지나가면 스쳐 지나가는 대로, 밀어내거나 멀리하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의 좋은 앞길을 응원하고 싶다. 

이제는 가까운 사람들부터 그렇게 바라보고 싶다.

내 옆에 그 사람이 어떤 모습이건, 어떤 생각을 하건 그냥 그 모습 그대로 귀하게 대하고 싶다. 

추앙해주고 싶다. 

상대방을 귀하게 대해주는 나도 귀해지고 싶다. 

내 기준은 나만 맞추면 된다. 

싫은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다. 

불편한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다. 



그냥 내 주변에는 귀한 사람들만 있었으면 좋겠다. 

모두가 괜찮았으면 좋겠다. 


관계 속에서 그만 편해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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