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영업비밀을 나만 몰랐다
내가 지금 살고있는 동네로 이사온지도 벌써 1년하고도 3개월이 지났다.
이사 온 날 점심은 엄마랑 아빠랑 이사를 도와준 친구와 자장면에 탕수육을 먹었다. 그리고 저녁에는 친구가 집 앞 족발집에서 족발을 사와서 족발을 먹었다.
집 앞의 족발집의 족발맛은 그럭저럭이었다. 한번은 먹겠지만, 다시 사먹을 생각은 들지 않았다. 네어버 영수증 리뷰를 한다면 별 3개를 줄 것 같다. 그래서였을까 회사에 다닐 때 퇴근하고 지나치는 족발집에는 손님이 한명도 없었다. 매일 매일 지나쳤는데 어쩌다가 한 테이블에이 있을 때는 아저씨들께서 얼큰하게 취해 계셨다. 아저씨들은 맛있는 족발이 필요하다기 보다는 눈치보지 않고 취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해 보였다.
그래도 망하지 않고 매일 매일 영업을 하는 족발집이 신기했다. 그래서 나는 매일 매일 그 족발집을 관찰했다. 주인분들은 70대쯤은 되보이는 노부부였는데 가끔은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다.
'요즘은 블로그 마케팅이며, 인스타 마케팅이 넘쳐나는데, 아무런 마케팅도 하지 않는 소상공인은 결국 도퇴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걱정을 하며 그 족발집을 지나쳤다.
그리고 퇴사를 한지 6개월이 지났다. 나는 퇴사 후 집에서 일을 하면서 식사도 거의 집에서 했다. 특히 직장인들의 점심시간에는 철저하게 밖에 나가지 않는다. 어딜가나 북적북적이고, 혼자 외로운 느낌이 많이 들었다. 그러던 어느날 초코우유가 너무 마시고 싶었다. 직장인의 점심시간이었으나 편의점에 잠시 다녀오는 것은 괜찮겠지 하면서 나갔다.
그런데 왠걸.................. 이럴수가................
그 족발집이 손님들로 바글바글했다.
심지어 족발집에서 점심식사를 하려고 웨이팅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식사를 하고 나와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도 한 무리였다. 족발집 안을 들여다보니 저녁마다 TV만 보던 노부부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뼈해장국을 나르느라 정신이 없었고, 사람들은 식사를 즐겁게 하고 있었다.
우리집은 주택가에 있는데 그 안쪽으로는 작은 기업들이 꽤 있었나보다. 거기서 직장인들이 점심시간마다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소기업이니 회사에 식당이 있을리는 만무하고, 그 직장인들은 어디든 합리적인 가격에 양이 많은 식당을 찾아해매야 했다. 그리고 그 중간에 족발집이 있었나보다. 점심시간의 족발집은 매일 저녁시간에 파리만 날리던 족발집이 아니었다.
나는 내 경험과 내 지식을 얼키설키 짜집기 해서 세상을 보고 있었다. 그게 전부라고 믿었다.
그런데 그게 아닐수도 있다는 것을 초코우유 사러 가다가 알았다.
그 족발집을 보고 알았다.
살아가면서 더욱더 복잡한 상황들을 마주하게 될것이다. 내 상식으로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 일들도 많이 생길거라고 생각한다. 그럴때면 한번 물러서서 다른 사람들의 얘기에도 귀기울여보고, 다른 이면을 보려고 한번 시도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녁에 손님이 한 명도 없던 족발집의 영업비밀은 점심장사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