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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 May 10. 2021

90년대생의 라떼는 말이야.

영원한 세대갈등의 굴레


친구네 집으로 향하기 위해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은 항상 지루해서 미드를 보거나 인스타를 보거나 뭔가를 하곤한다.

내가 정주행하고 있는 미드가 2개의 에피소드밖에 남지 않아 나는 이때다 싶어, 에어팟을 귀에 꽂고 신나게 보고 있었다.


그 정류장에는 한 5명쯤 서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 명씩 보진 않았지만 그 중에는 2명이 남학생이 있었다. 고등학생 1학년이나 2학년생 쯤 될것 같았다. 그런데 갑자기 그 두 학생이 스피커폰으로 통화를 하는 것이었다. 휴대폰 너머로 여학생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리고 남학생들은 같이 그 전화에 대고 얘기를 하고 있었다.


"너 그래서 거기 갔냐? 존나 웃기네 ㅋㅋㅋㅋ"

"아~ 뭐야~~~ 그게 뭐가 웃겨~~~ 호호호"


내용은 그냥 시시콜콜한 얘기였다. 그 여학생이 그 남학생 중 한명과 썸을 타고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애교섞인 말투에 남학생들은 그 여학생에게 장난을 걸고 있었다. 통화 소리는 굉장히 컸고, 정류장에 있는 모든 이가 그들의 통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뭐지..? 통화를  스피커 폰으로 하는거지...?????'


머리 속에 물음표가 백만개는 떠돌아 다녔다.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1. 듣고 싶지 않는 통화 내용을 우리는 들어야만 하는건가? 소음공해 아닌가?

2. 왜 다른 사람을 배려하지 않는걸까?

3. 자신의 프라이버시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건가?

4. 혹시 스피커폰으로 통화하는게 이들의 문화인가???


만약에 거기 그냥 남학생 둘과 여학생이 서서 버스를 기다리며 장난을 치고 있었다면 이상하진 않았을텐데 나로서는 그 스피커폰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우리나라에서는 '90년대생들이 온다'라는 책이 밀레니얼을 이해할 수 있는 책으로 여겨질 만큼 90년대생은 밀리니얼 시대로서 인터넷과 모바일 문화에 빠르고, 개인의 성향을 중요시 여기는 세대로 받아들여 지고 있다. 기성세대의 반대편에 있는게 밀레니얼 세대라고 생각했는데, 90년대생인 내가 그 밑에 세대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다.



공공장소에서 스피커폰으로 통화하는게 그냥 그들의 문화인건지, 아니면   남학생이 단순히 조금 특이한 것인지 나로서는 판단이 서지 않는다. 그냥 나에게 익숙하지 않은 상황인건지 내가 뒤처진것인지 조차 이해가 가지 않았다.


요즘 가끔 식사를 하러 식당에 가면 가족들이 식사를 하는데 엄마 아빠는 열심히 고기를 굽고 아이들을 챙기고, 아이들은 큰 아이패드 프로 같은 것으로 영상을 보거나 핸드폰을 보면서 부모님과 눈도 마주치지 않은채 영상 기기나 매체에 푹 빠져 음식을 먹는둥 마는둥 하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10  나의 아이가 식탁에서 나와 눈도 마주치지 않고 모바일만 보면서 식사를 한다면... 나는 그걸 이해할  있을까? 나는 눈도 마주치고 싶고, 대화도 하고 싶은데, 아이들이 그걸 원치 않다면, 부모님과 얘기하면서 식사하는게 쿨하지 못하다고 생각한다면 어떡하지...나도 미드를 달고 사는 사람이라서,  먹을 때도 영상을 보는뭔지는 안다. 그래도 다른 사람들과 밥을 먹을 때까지 영상에 사로잡혀 있지는 않는다.


지금의 나는 기성세대와도 통하지 못하고,  밑에 세대와도 통하지 못하는 그런 느낌이다. 내가 기성세대에게 이해받지 못해 불편함을 느낀 것처럼 내가 이후 세대들을 이해해주지 못해  내가 불편해 질까봐 걱정이다. 너무 앞선 걱정인걸까.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나는 그대로다. 아니,  견고해지고  경험으로 세상을 앞으로도 바라볼지도 모른다. 이해가 안가는게 점점  많아 질텐데... 이렇게 젊은 꼰대가 되어 가는걸지도 모르겠다.


 

90년대생의 라떼는 말이야.


공공장소에서 스피커폰으로 통화하지 않는단다.

아, 그리고 식사할때는 상대랑 눈을 마주고 대화를 하면서 밥을 먹곤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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