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이 Apr 29. 2021

안읽씹은 읽씹보다 덜 나쁜걸까

내 메세지를 읽은걸까

이번주 금요일날 심리상담을 받기로 했다.

심리상담을 받기 전에 3가지의 설문지에 답을 해서 상담 센터에 보내야했다.


약 1시간 반 가량을 소요해서 기질 및 성격검사, 다면적 인상검사, 문장 완성검사를 완료했다.


문장 완성검사는 기술된 문장의 뒷 부분을 채우는 검사였다. 문장 완성 검사를 진행하면서

'아... 내가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구나.' 하고 나에 대해 많은 것을 것을 알아갔다.


그 중에 그런 질문이 있었다.


Q: 내가 싫어하는 사람은................


나는 답했다.


A: 나를 무시하는 사람이다.


지금 생각하면 많은 순간 내가 무시받았다고 느꼈을 때 발끈했던것 같다.

그리고 반복적으로 나에게 그런 느낌을 주었던 사람은 지금 내 곁에 있을 수 없었다.


대화할 때도 무시받는 느낌을 받을 수 있지만, 카카오톡과 같은 SNS를 통해서도 무시받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카카오톡은 상대방이 내 메세지를 읽었는지 안 읽었는지 확인할 수 있는 기능을 가졌다.

카톡이 나온 후 썸남과 썸녀가 서로 카톡을 할 때는 1이 없어지는 속도까지 사람들이 신경쓰기 시작했다.

그 만큼 내 메시지가 상대방에게 닿았는지, 닿지 않았는지는, 상대가 나에게 칼답을 하는지는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문제가 되었다.


카카오톡을 보내고 상대가 답이 없다면 세 가지 상황이 있을 수 있다.


1. 상대방은 카톡이 온 것조차 알지 못하는 상황이니 답변은 당연히 하지 못한다.

2. 상대가 메세지를 읽었지만 답을 하지 않는다.

3. 표면적으로는 읽지 않았지만, 상대방이 카톡이 온 사실도 알고 내용도 알지만 답을 하지 않는다.


자, 1번 상황이라고 괜찮은걸까?


너무 바빠서 메세지를 확인할 시간조차 없을 수 있다. 나도 그런 상황에 많이 처해본적이 있다.

자주 그런 상황에 처한다면 그 사람은 소통할 다른 방법을 찾거나 소통의 루틴을 만들어야 하고 상대방에게 자신의 상황을 잘 설명해야 한다. 만났을 때 정말 좋은 친구 또는 연인이되거나, 상대방에게 신뢰감과 안정감을 줄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을 찾아야만 한다. 그러지 않고서는 그 사람의 관계는 다 망가질 수 있다.   


2번 상황은 읽씹이다.

읽씹의 상황은 상대에게 내 메세지가 닿았다는 정보를 상대에게 제공했다. 그리고 깔끔하다. 답변하고 싶지 않다는 명확한 메세지를 전달한 것이다. End of Discussion. 상대와 나의 관계는 그걸로 끝이다.


문제는 3번의 상황이다.

안읽씹의 상태는 정확히 어떤 상황에서 발생하는 것일까?

카카오톡 메세지를 읽지 않더라도 카톡 메시지들이 모여있는 리스트를 보면 메세지가 무슨 내용인지도 대충은 알고 있는 상태에서 굳이 답변을 하지 않고 안 읽은 채 그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다.


안읽씹은 상대방이 읽었는지 안 읽었는지 조차 정확히 알 수 없기 때문에 더 답답한 상황일 수 있다.

안읽씹은 안 읽은 것과 읽고 씹는 상황 그 중간 어딘가 애매하게 위치해있다.


"이 시간쯤이면 읽지 않았을까?"

"많이 바쁜가?"

"무슨 일 있나?"

"나랑 얘기하고 싶지 않은걸까?"


다양한 생각을 하게한다. 그리고 안읽씹을 한 사람에게는 실제로 다양한 상황이 있을 수 있다.


"귀찮다....."

"너무 바쁘네... 지금은 답변하기 힘드니 나중에 해야지..."

"지금 얘기하고 싶지 않아..."

"지금 답변하고 싶지는 않지만, 카톡이 끊기는 것은 싫어..."

"답변의 텀을 가짐으로써 서서히.... 멀어져야 겠다.... "



누군가는 안읽씹은 상대방에 대한 배려라고 한다.

읽고 씹는건 무례한 일이니 말이다.

누군가는 안읽씹은 상대방과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장치라고 말한다.

화제거리가 생기면 카톡을 이어가기 위해서 말이다.


그러나 나는 안읽씹이야 말로 바빴다는 핑계 뒤에 숨으려는 비겁한 행위라고 생각한다.

안읽씹은 내가 던지 공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어느 방향으로 날아갔는지 조차 알지 못하고 공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것만 같다.


안읽씹을 하는 이유는 다양할 것이고, 사람마다 다른 의미를 부여할 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모든 사람의 의미를 이해하고 포용하기에는 이해하고자 쓰는 나의 에너지 조차 아까워지는 느낌이다. 나이가 들면서 인간관계가 좁아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 싶다.

타인에게 퍼줄만큼 에너지가 화수분 같지가 않다.


나에게 안읽씹의 의미가 '너와 지금 대화하고 싶지 않아...'라면..........

나에게 그 행위를 반복해서 하는 사람을 더 이상 내 곁에 둘 수 없다.

그리고 내가 그런 행위를 싫어하는 걸 눈치 못채는 사람이라면, 나를 잘 모르는 사람일테니 나와 잘 맞을 수가 없고, 알면서도 반복한다면... 그 사람은 날 존중하지 않는 사람이다.


가끔은 좁아져가는 인간관계를 보면서 결국 내가 스스로 나를 혼자로 만드는 것일까 걱정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좋은 사람이라면, 내 곁에는 좋은 사람이 남을거라는 걸 믿는다.


그대가 내 곁에 없더라도 나는 괜찮다.

나를 존중하지 않는 그대라면, 나도 그대를 존중해 줄 수가 없다.

그대의 시간이 그대에게 소중하듯이 나의 시간은 나에게 소중하다.

 



안읽씹은 읽씹보다 덜 나쁘지 않다.


 



 



 










매거진의 이전글 팀을 떠날 때 해맑게 팀장 엿 먹이는 방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