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박아!”
골프 치면서 내가 나한테 하는 소리다. 나는 분명 머리를 고정한 거 같은데 찍힌 영상 속에서 돌아다니는 저 머리는 누구 머리인지.
코치는 나를 세워놓고 직접 고개와 어깨를 돌려가며 각도를 만들었다.
“이 상태로 눈동자만 돌려서 거울 보세요. 봤어요? 이 그림이에요. 이게 시선 고정이에요!”
어색하기도 우아하기도 한, 정체불명의 포즈였다. 레슨 끝나고 ‘머리 박아’ 주문을 외우며 혼자 연습을 시작했다. 갑자기 깨달음이 왔다. ‘이건 웨딩촬영이야!’
웨딩 촬영 때 사진 기사님이 내내 외쳤던 말, 시선은 여기서 떨어지면 안 됩니다. 몸만 돌려요. 그렇쳐!! 에헤~~ 등이 굽었어요. 더 펴요. 네네! 유지하시고!! 찍습니다!
웨딩촬영을 생각하며 공을 쳤다. 영상을 확인하니 방황하던 머리가 정말 고정됐다. 코치가 어떻게 바로 깨쳤냐고 묻는다.
“코치님, 초보 레슨 때 제 또래 여자면 시선 고정 말고 웨딩 촬영으로 설명해 보세요. 바로 알아들을 걸요?”
깨달았다고 해도 금방 익숙해지진 않는다. 편한 각도가 습관이고 습관은 관성 가속도를 얹어서 항상 먼저 나가니까.
코치는 “회원님, 웨딩!”을 한 번씩 외쳤다. 그러면 또 정석에 가까운(이라고 믿는) 폼이 나왔다. 물론 오래가진 않았다. 나는 속으로 ‘머리 박아’를 외치며, 코치의 외침도 들으며 연습장의 시간을 채웠다.
대부분의 운동은 프로선수를 지향하지 않는 한, 시간이 쌓이면 습관이 돼서 실력도 는다. 골프는 습관에 기대 편안하게 치면 틀림없이 틀어진단다. 불편함과 어색함을 늘 몸으로 받아내야 실력이 생긴다고 했다.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는 참 비효율적인 운동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직접 하면서 보니 그 비효율이 겸손을 가르치는 것 같다.
스윙은 순식간이지만 그 사이에 아주 작은 변수가 생겨도 공은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나간다. 마찬가지로 삶에는 생각보다 훨씬 많은 변수들이 있으니 섣불리 판단하지 말라고, 판단하기 전에 먼저 생각을 점검하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스윙 전에 정지화면으로 나를 다시 확인하는 것처럼 말이다.
두 달 후, 나보다 더 초보가 들어왔다. 어느 날, 레슨방에서 낯익은 단어가 들렸다. “회원님 웨딩! 그렇죠. 잘하셨어요!”
혼자 연습하다 말고 피식 웃었다. 내 각도도 다시 맞췄다. 여전히 불편했고, 불편한 만큼 공은 멀리 뻗었다. 아마 내 비루한 골프력이 이날만큼은 반 발자국 앞으로 가지 않았을까. 다음 샷도 이만큼 멀리 가길 바라며 어드레스(준비자세)를 다시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