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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음감 Aug 17. 2021

지능이 낮아서 이걸 못하나

닌텐도를 배우다

"집에서 운동할 수 있어."라면서 닌텐도 링피트를 샀다. 내가 산 건 아니고 가족 중 나 빼고 셋이 샀다.


 "집 운동은 유튜브에 오억 개 있는데 왜?" 같은 내 질문은 닿지 않았다. 비싼 쓰레기가 또 하나 늘었구나 싶었는데 내가 틀렸다. 아이들이 쉰내날 정도로 땀 흘리며 링피트를 했다.


알아서 잘 놀아주니 고맙긴 했지만 나는 링피트가 시끄러웠다. "괴물을 물리치기 위해 스쿼트 자세로 링을 30초동안 조이고 있어야 해!" 식의 이야기. 그 이야기가 내겐 소음이었다.


굳이 저렇게까지 할 일인가 싶은데 굳이 그럴 일이었다. 누구도 상상못한 방법으로 멈춘 일상에서 아이들을 위로하는 건 그런 유치한 이야기니까. 얼굴이 벌개지도록 누워서 다리 들어올리기를 하는 중에 둘째가 이런 말을 했다.


"엄마, 드래고(링피트에 나오는 괴물 중 하나)가 코로나였으면 좋겠어. 내가 다 없앨 수 있으니까!!"


당시 둘째는 초등학교 1학년이었다. 누나를 보며 초등학생의 꿈을 키우고 있었는데 얘한테 초등학교는 가보지 않아서 더 그리운 곳이 되어 버렸다. 아이는 그 와중에도 스스로를 끌어올려 제 몫의 희망을 챙기고 있었다.


나는 원래 잘 안 나갔던 사람이었다. 이런 사람도 외부 의지로 안 나가기가 길어지면 탈이 난다. 그럴 때마다 여행 에세이들을 복용했다. 과복용으로 부작용이 난 날은 하염없이 둑방을 뛰었다. 비가 오면 오나보다 하고 뛰었다. 내가 나가 있을 동안 링피트는 아이들의 보모가 되어 아이들의 운동을 보충했다. 나의 운동은 쓸데없이 비장했고 아이들의 운동은 산뜻했다. 뭔가 내 지능이 더 떨어지는 기분.


나에게 살림은, 가전제품은 그저 고정된 어떤 기능을 가진 존재였다. 아이들에게 때로 가전제품은 생명체가 된다.  아이를 통해 고정관념을 깨는 법을 익힌다. 아이를 키우는 어른의 기쁨은 여기에 있을지도 모른다.


돈지랄이 상상못한 완벽함도 될 수 있음을 새로운 가전제품에서 본다. 나 혼자였으면 검색조차 해보지 않았을 닌텐도 링피트, 이 작은 이벤트가 갇힌 시간을 풀어나갈 작은 해답을 준다. 다음에는 아이들이 만들어 놓은 내 캐릭터로 전장에 서봐야지. 아이들의 응원을 담뿍 받아 드래고를 물리치고 승리주스를 마시며 씩 웃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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