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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영우 이준호는 가짜다
그래서 이상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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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 31. 2022
이상한변호사 우영우 10화에서는 지적장애 여성인 혜영과 비장애인 남성의 사랑 이야기가 나온다. 혜영의 엄마는 성폭력이라고, 남성은 찐사랑이라고 주장한다.
<상처가 될 줄 몰랐다는 말>의 저자 김예원 변호사는 이런 사건을 자주 담당한 변호사다. 주로 지적장애 여성 대리인으로 변호한다. 이 책에서 보면 지적장애인 여성에게 접근하는 남자는 정말 천하의 나쁜 남자 개쓰레기다.
그런데 우영우가 말한다.
장애인한테도 나쁜 남자와
사랑에 빠질 자유는
있습니다
책을 보고 혼자 분개하던 내게 우영우가 찬물을 끼얹는다. 비장애인 여성(남성) 역시 나쁜 남자(여자)에게 빠져 엉망진창 시절을 보내는 일이 허다하지 않은가.
너님 얘기냐고 묻는다면 그입 다물라, 지나간 일은 덮고 가는겁니다.
그런데 "이 거지같은 세상에서 우리 새끼 어떻게든 지켜야 한다"며 어쭙잖게 공감대 형성하지 말라며 우영에게 소리치는 혜영 엄마 말도 무시할 수 없다. 더군다나 상대 남자는 작년에도 비슷한 수법으로 걸린 적이 있는 사람이니 더 그렇다.
우영우 작가 문지원은 하고 싶은 말을 상반되는 캐릭터의 대립으로 보여준다. 권민우의 급발진을 최수연이 방어한 것이 그랬다. 이때는 시청자도 정확하게 최수연 편을 들게 끌고 갔다면 이번 경우는 좀 다르다. 양쪽 말이 다 맞는 거 같아서다.
작가는 사회 자체에 질문을 던진다. 이상적으로는 우영우 말이 맞는데 현실은 혜영 엄마 말이 맞다. 부모 입장이 되어보니 더 알겠다.
그런데 만일, 우리 사회가 부모자식이라도 <너는 너, 나는 나>가 뿌리깊다면 이정도일까 싶어진다.
<너는 너, 나는 나>가 담백하게 확대되면 장애는 오히려 작아진다. '너는 그런 장애를 갖고 사는구나'로 그저 현상만 볼 수 있어서다. 이를 위해 필요한 시스템은 국가에서 하고 개인은 무심히 대하는 게 제일 먼저 갖춰져야 한다.
무심함과 무시는 다르다. 지나가는 행인을 무심코 지나치듯 장애가 있는 사람도 그냥 지나쳐 가는 게 무심함이다.
굳이 뒤돌아 한 번 더 확인하거나 요청하지도 않은 도움을 주는 것 둘 다 무시다. 그를 나보다 낮은 사람이라고 보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라 그렇다.
무심함은 너무 낮고 무시는 너무 높은 우리 사회를 보여주려고 우영우의 문지원 작가가 이 에피를 쓴 것 같다.
그 와중에 유니콘 같은 이준호, 유니콘이라서 우영우 이준호는 가짜이고 이상향이다.
시스템과 상식이 바뀌는 것은 오래 걸린다. 대신 스토리로 마음을 움직이는 건 1시간으로 충분하다. 그 힘을 알기에 작가는 이들의 사랑과 혜영의 사건을 엮었을 것이다.
우영우 이준호가 깊어질 수록 '다름'에 대한 우리의 이해도 한없이 깊어지길 기대한다.
적절한 온오프를 시연하신 센서등에게 경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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