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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음감 Nov 19. 2023

자웅동체가 아닌 이상에야

창세기 30장

창세기 30장에서는 두 명의 야곱 마눌이 애 낳기 레이스를 한다. 레아는 계속 낳고 라헬은 못 낳는다.



고대 사회는 출산이 축복이었기에 레아와 라헬의 사이가 좋을 수만은 없을 거다. 라헬은 야곱에게 '내게 자식을 낳게 하라. 그렇지 아니하면 내가 죽겠노라'라고 할 정도다.



이쯤 되면 야곱은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는 방관자다. 태를 열었다는 게 자웅동체가 됐다는 뜻은 아닐 거잖아.


 


마눌 둘이 죽네 사네 하는데 지는 때마다 씨를 뿌린다. 나중에 젊은 여종까지 취한다. 집안 돌아가는 꼴이 뻔히 보이는데 그러고 싶냐고.



라헬은 여종 빌하를 통해 애 낳기 판에 뛰어들고 레아 역시 실바를 통해 또 애를 놓는다. 미취학 아들 여덟 명이 한 집에 있다. 글자만 봐도 토할 거 같다. 이 삐약이들을 먹이고 입히는데 야곱의 노동이 얼마나 들어갔을지 의문이다.



이 비정상적 레이스에서 이스라엘 열두 지파가 시작됐다고는 하는데 쪽팔린 거 아닌가. 그들 역사의 정당성을 위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혜'인 서사를 위해 야곱이 믿음의 조상이 된 게 아닌가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



더불어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수혜자는 왜 거의 남성들이었는지, 기록자가 남성이라 남성의 서사만 남은 걸까. 설마 신의 계획이라고 믿고 싶진 않다. 덮어놓고 믿음의 조상이라고 올려치는 건 이제 그만해도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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