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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상 Jun 26. 2022

같은 그림 찾기

닮아서 끌리는 거야, 끌려서 닮고 싶은 거야?

눈앞의 상대에게 호감을 가진 사람들이 운명을 만들어내는 순간을 좋아한다. 특히 서로의 공통점을 찾아내면서 소름 돋는다며 신기해하는 모습을 귀여워하는 편인데, 그 순간들은 사실 면밀히 들여다보면 그다지 소름 돋을만한 일이 아닌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저는 카페 가면 웬만해선 아이스 아메리카노 마셔요.”

“저도요. 겨울에도 무조건 아.아.”

(아마 대부분의 현대 사회인이 그럴 것이다.)



“저는 사람 만나는 것도 좋아하는데, 집에서 꼭 재충전 시간이 필요한 편이에요.”

“그거 뭔지 알죠. 저도 그래요!”

(극 외향인이라 약속이 끊임이 없는 내 친구도 본인을 이렇게 생각하더라. 사실 당연한 말인 것 같기도 하다. 인간의 체력엔 한계가 있으니까.)



“제 인생 영화는 어바웃 타임이에요.”

“와 진짜 신기하다. 저도거든요”

(우리는 어바웃 타임이 누적관객수 300만을 넘기며 국내 개봉한 해외 로맨틱 코미디물 중 역대 최고 흥행성적을 거둔 영화라는 걸 기억할 필요가 있다.)


장담하건데 어바웃타임이 대한민국 소개팅 성공률에 어마어마하게 기여했을 거다


이렇게 당사자들이 서로가 운명이라는 결론을 도출하는데 근거가 되는 공통점들은 사실 아주 사소하고 보편적인 특징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약간의 과장을 더해보자면,


“어머 너도 오른손잡이야?”
“어머 너도 이족 보행을 해?”
“어머 너도 생물학적 명칭이 호모 사피엔스야?
어쩜 이럴 수 있지?”



뭐 이런 느낌이랄까.


물론 드물게 오늘 처음 만나 함께 커피를 마시고 있는 내 앞의 람이 기가 막히게 한 번도 차트인 하지 못한 내 가수의 오래된 팬이며, 나 말곤 좋아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는 샷 추가한 페퍼민트를 좋아하는 사람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조차 내가 상대에게 관심이 없었다면 특별하게 느껴졌을까? 내 취향이 생각보다 보편적이구나- 하고 넘기진 않았을까?


그러니까 내 앞의 그 사람이 나와 닮아서 그를 좋아하는 건지, 그를 좋아해서 닮은 점을 찾으려고 애쓰는 건지는 한 번쯤 고민해봐야 할 문제라는 거다.


하지만  한편으론 사실 순서가 뭐가 그리 중요하겠 싶기도 하다. 중요한 건 이미 그 사람이 내 맘에 들었다는 거지. 설령 맞출 수 없을 만큼 정 반대의 사람이었더라도, 내 맘에 들면 정반대여서 끌렸다고 말할 거 다 안다.

호감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를 얼마나 예쁘게 쳐다보는지를 떠올려보면,  그래. 운명이라고 믿지 않기도 어렵겠다 싶긴 하다.

혹 이 글을 읽고 “운명적 만남을 그렇게 냉소적으로 바라보다니. 사랑을 모르는 당신은 불쌍해요!”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오해하지 않았으면 한다.


운명적 만남이 아닐지언정, 끌리는 상대에게서 운명의 실마리를 찾으려는 반짝이는 눈빛도 똑 닮은 두 사람의 운명적 만남만큼이나 로맨틱하다.

열의 아홉 정도는 가지고 있는 특별할 것 없는 공통점들조차 당신과 나 둘만이 공유하는 쏘-스페셜한 공통점으로, 그렇게 상대를 영혼의 반쪽으로 만들어버리는, 서로에게 가진 호감이 판을 깔아 준 로맨틱하고 귀여운 게임.

 

틀린 그림 찾기 말고, 같은 그림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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