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비전문가 Aug 26. 2024

인사팀과 같이 살기: 부부사이, 피드백을 어떻게 할까?

#1 극단적 솔직함 Radical Candor

부부 사이에 오가는 많은 대화는 연인의 그것과는 조금 다른 양상을 띤다.

아무래도 함께 있는 시간과 분리되어 있는 시간이 공존하는 연인 관계에서는, 좋은 말만 주고받고 싫은 소리는 하지 않아도 되었을 수 있다. 그러나 '나'와 '남'의 경계를 이제는 허물어야 하는 것이 '우리'가 되는 부부관계라면, 남보다 가까운 너를 만들기 위해 피드백의 질을 향상시켜야함을 느낀다.


부부 관계는 단순한 연인 관계보다 더 깊고 지속적인 상호작용을 요구한다. 부부는 살을 부대끼며 서로의 습관, 생활 방식, 그리고 개인적인 약점을 더 자주 마주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솔직한 피드백이 없다면, 사소한 오해나 불만이 쌓여 심각한 갈등으로 번질 수 있다. 부부 사이의 피드백이 중요한 이유는, 이를 통해 서로의 성장을 돕고 관계를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상생활에서의 피드백은 생각보다 어렵고, 감정이 개입되는 경우가 많다. 어떠한 칭찬도 기분이 좋지 않을 때엔 비아냥거리는 것으로 곡해될 수 있고, 정당한 피드백도 지속되다 보면 무서운 잔소리로 들릴 수 있다. 계속되는 피드백 폭탄은 때로 상대를 '바가지', 나아가 '호랑이'로 느끼도록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래도 같이 살아가는 우리네 사이인데, 이런 별칭은 좀 별로지 않나.


피드백의 방식과 내용은 부부 관계에서 더욱 신중하게 다루어져야 한다.



신동엽은 배우자의 피드백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그 두려움(!)을 '날개달린 호랑이'에 비유하기도 했다.


그러던 중 나는 '극단적 솔직함'이라는 개념을 알게 된다. 이는 원래는 회사의 리더와 팀원 간의 피드백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개발된 개념이지만, 나의 부부 관계에 적용해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극단적 솔직함이란 무엇인가요?

베스트셀러 <실리콘밸리의 팀장들>의 저자이자, "캔더Candor"의 창업자인 킴 스콧이 만든 개념이다

리더와 팀원 간의 피드백 문화를 개선하기 위한 접근 방식이다.


"극단적 솔직함"은 다음 두 가지 핵심 요소로 이루어져 있다.


1) 개인적인 배려 (Care Personally)

팀원들을 단순한 업무 관계가 아닌 인간적으로 이해하는 태도로, 팀원들이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을 주고 상호 신뢰를 형성한다. 팀장이 팀원의 개인적인 상황에 대해 알고자 노력하지만, 동시에 개인의 경계를 존중해야 한다. (e.g. "제가 주말에 주로 친구를 만난다는 것까진 말할 수 있는데, 어떤 영화를 보는지까지는 알려드리고 싶지 않아요.") 때로는 팀장이 먼저 약점을 드러내어 솔직한 대화가 이루어지도록 할 수 있다. (e.g. "있지, 나는 항상성consistancy이 약한 편이야. 진짜 어떨 땐 데일리 업무가 너무 하기 싫어서 퇴사하고 싶다니까") 또한, 인내심을 가지고, 자신을 먼저 방어하지 말고 열린 마음으로 피드백이 오면 바로 수정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2) 직접적인 도전 (Challenge Directly)

팀원들에게 필요한 피드백을 솔직하고 직접적으로 전달한다. 이를 통해 팀원들은 개선할 점을 명확히 알고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는다. 극단적 솔직함에서 이야기하는 피드백이란, 누군가에게 '개선점'을 꼬집어주는 장치라기보다는, 가이드를 제공하는 대화의 방식에 가깝다. 즉, 좋은 점을 발굴하고 개발하도록 도와주는 칭찬의 방법이면서, 실수를 저질렀을 때 이를 반복하지 않게 하는 비판의 역할이다.




이러한 극단적 솔직함에서는 다음과 같은 프레임워크를 설명한다.


개인적 관심을 가지면서도 직접적 대립을 하는 것? 어떻게 하는걸까?


극단적 솔직함: 상대방의 감정을 존중하면서 문제를 솔직하게 지적하고, 개선을 위한 대화를 나누는 방식.

불쾌한 공격: 솔직하지만 상대방의 감정을 고려하지 않고 비난하는 방식.

파괴적 공감: 상대방의 감정을 지나치게 배려하여 필요한 피드백을 주지 않는 방식.

고의적 거짓: 상대방을 기분 좋게 하기 위해 진실을 말하지 않는 방식.


각 프레임워크를 적용한 피드백의 예시는 다음과 같다:

상황 예시: 배우자가 가사 일을 소홀히 하고 있다고 느낄 때


1. 극단적 솔직함 (Radical Candor)  

예시: "여보, 최근에 집안일에 대해 신경을 못 쓰고 있는 것 같아. 나도 여보가 바쁜 걸 이해하지만, 우리 함께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아보자."

설명: 이 접근 방식은 문제를 솔직하게 지적하면서도 상대방의 감정을 존중하는 태도를 유지한다. 비난보다는 해결책을 제안함으로써, 상대방에게 개선의 여지를 주며 관계를 강화할 수 있다.

2. 불쾌한 공격 (Obnoxious Aggression)  

예시: "여보는 왜 항상 집안일을 등한시해? 나보고 다 하라는 거야?"

설명: 불쾌한 공격은 솔직할 수 있지만, 상대방의 감정을 고려하지 않고 비난하는 방식이다. 이는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고, 방어적 태도를 유발하여 관계에 긴장감을 조성할 수 있다.

3. 파괴적 공감 (Ruinous Empathy)  

예시: "괜찮아, 내가 알아서 할게. 여보는 바쁘니까 신경 쓰지 마."

설명: 파괴적 공감은 상대방을 배려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정작 필요한 피드백을 주지 못해 문제를 해결할 기회를 놓친다. 이는 장기적으로 상대방에게 부담을 주고, 불만이 쌓이게 만들 수 있다.

4. 고의적 거짓 (Manipulative Insincerity)  

예시: "여보. 지금 매우 잘하고 있어. 전혀 문제없다고 생각해."

설명: 고의적 거짓은 상대방에게 맞춰주기 위해 진심이 아닌 말을 하는 경우다. 이는 신뢰를 깨뜨리고, 나중에 더 큰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





왜 극단적 솔직함이 좋은가?

극단적 솔직함은 단순한 솔직함을 넘어서 상대방의 감정을 고려한 피드백을 제공함으로써, 부부가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문제를 개선해 나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나의 경우 상대를 배려하고자 '파괴적 공감'의 태도를 종종 취하고는 했는데, 이는 때때로 갈등을 피하는 수단이 되기는 하지만, 듣는 이를 불편하게 하고 (아마도 말의 컨텐츠와 상반된 표정이어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혼자 끙끙 앓게 된다는 단점이 있다.

반면, 극단적 솔직함은 상대방의 감정을 최대한 이해하면서도 관계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대화를 이끌어간다. 솔직한 대화를 통해 서로의 기대를 명확히 하고,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으며, 이는 부부 관계를 더욱 견고하게 만든다. 특히 부부가 서로의 솔직한 피드백을 통해 성장을 도모할 때, 그 관계는 더 깊고 성숙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피드백할 것인가?

극단적 솔직함을 실생활에 적용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CORE 피드백이라는 방법이 제안된다.

CORE 피드백은, 피드백을 체계적으로 전달하는 방법으로, Context(맥락), Observe(관찰), Result(결과), End(종료)라는 네 가지 요소로 구성된다.


CORE 피드백이란?

Context(맥락) 특정상황에 대해서 설명한다.

(e.g. "지난주에 우리가 중요한 프로젝트 기한을 앞두고 있었는데")

Observe(관찰) 실제 행동에 대해서 언급한다.

(e.g. "네가 예상보다 빨리 초안 작업을 마무리해서 팀에 공유해줬더라구")

Result(결과) 결과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e.g. "덕분에 팀이 충분히 준비했고, 그래서 프로젝트가 더 완성도 있게 마무리될 수 있었어, 정말 고마워.")

End(종료) 요구사항 또는 기대사항에 대해서 전달한다.

(e.g. "앞으로도 이렇게 기한을 잘 지켜주면, 우리 팀 전체가 더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을 것 같아")


이러한 CORE 피드백은 부부 관계에서도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

상대방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잘했는지, 또는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무엇인지 명확히 전달함으로써, 오해를 줄이고 건설적인 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


CORE 피드백 - 칭찬편

C 멀티탭이 책상에 올려져 있는 게 사실 보기 싫었는데

O 오빠가 선 정리를 해줘서

R 너무 깔끔하고 안전해졌어

E 앞으로도 잘 부탁해 ^,~


CORE 피드백 - 질책편

C 어제저녁에 오빠와 저녁을 함께 먹기로 했는데

O 오빠가 약속이 생겼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었어

R 나는 저녁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실망을 했어 ㅠ.ㅠ..

E 앞으로는 약속이 생기면 미리 알려줬으면 좋겠어






부부 관계에서의 극단적 솔직함은 단순히 피드백을 주는 방식이라기보다는, 부부가 서로를 더 잘 이해하고 지지하는 관계로 나아가기 위한 중요한 도구로 활용할 수 있을 것 같다. 서로를 존중하면서도, 솔직하게 입장을 표명하면서, 부부는 더 건강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이론을 부부 관계에 적용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퇴근 후 녹초가 된 때, 호르몬의 장난으로 인해 감정이 격해진 때, 스트레스로 인해 분노가 극에 달했을 때.. 우리는 상황에 대해 어떻게 말하는 것이 좋은지 머리로는 알지만, 감정을 언어로 정제할 에너지가 없어 울퉁불퉁한 표현을 내뱉고는 한다.

그러나 어쨌든 나의 지난 삶을 돌보아주었고, 남은 삶을 보듬어줄 소중한 관계를 위해, 썩 괜찮은 피드백을 주고자 하는 작은 노력을 시작하면 좋을 것 같다.


끝.





작가의 이전글 인사팀과 같이 살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