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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잠복 도토리 Sep 02. 2024

인사팀과 같이 살기: 자기의 일은 스스로 하자

#2 셀프리더십 코칭

결혼을 하면 치약을 어디서부터 짜느냐 때문에 싸운다고 했다. 그게 뭐가 대수라고 싸우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노력하고 배려한다면 그런 사소한 일로 싸우지는 않을 거라 생각했다.


결혼 3개월 차.

아직 치약 때문에 싸워보진 못했다. 하지만 왜 치약 때문에 싸움이 일어나는지 조금은 짐작할 수 있게 되었다.


같이 살며 부대끼다 보면 서로가 삶에서 당연히 여기는 부분이 다르다는 사실을 수시로 깨닫게 된다. 단순하게는 치약을 짜는 문제에서부터, 복잡하게는 부모님을 어떤 주기로 만나느냐와 같은 문제들까지도 조금씩 다르다. 다른 환경에서 자란 두 사람이 갑자기 한 지붕 아래 살게 되었을 때, 서로의 행동 양식이 똑같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고, 기대하는 영역이 전혀 겹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리고 이런 셀 수 없이 많은 다른 점들 중에서도, 배우자에게 기대하는 ‘스스로’의 영역이 달라 다툼이 생기는 경우가 가장 많은 것 같다.


이런 차이점이 있다.

남편은 날 위해 자발적으로 요리를 해주지만, 종종 내게 마실 물을 가져다 달라고 한다.

나는 분리수거를 혼자서도 잘 하지만, 비닐장갑이 떨어져가면 남편이 주문해주길 기다리고는 한다.


이런 상황은 단순히 역할 분담의 이슈일 수도 있지만, 더 깊이 들여다보면 서로가 기대하는 ‘스스로’의 정의가 다른 상황임을 알 수 있다. 남편이 요리를 하는 것은 스스로 하는 영역이지만, 물을 가져다 마시는 것은 굳이 스스로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일 수 있다거나, 나는 분리수거는 혼자서도 아무렇지 않게 하지만, 비닐장갑의 재고를 관리하는 일은 남이 해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들 수도 있다. “내가 말하지 않아도 스스로 치약을 끝에서부터 짜서 다음 사람이 짜기 편하게 해 줬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하면서, 상대가 왜 그렇게 하지 않을까 의문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상대에게는 치약을 끝에서부터 짜는 것이 굳이 ‘스스로’ 해야 하는 일로 여겨지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자기의 일은 스스로 하자. 우리는 척척척 스스로 어린이.”

모 학습지 광고 노래가 있었다. 그 음정이 맘에 들어서인지 가사가 강렬해서인지 쉽게 잊히지도 않고 요즘도 가끔 흥얼거린다. 노래 가사처럼, 자기의 일을 자기가 해내는 것은 사회적 약속이며 미덕이다. 그러나 습관화하지 않는다면 제대로 수행하기 어려운 책임의 영역이기도 하기에, 많은 이들이 교육을 통해 성장하는 자녀가 자기주도학습이 가능하도록 독려하고는 한다.



양치정도는 알아서 척척척 해내는 어린이




그럼 회사에서는 어떨까?

 회사에서도 직원들이 본인의 업무를 잘 수행할 수 있도록 교육시킨다. 신입사원을 위한 오리엔테이션도 있고, 팀장들에게 리더십 교육을 제공하거나, 야간 MBA를 지원하기도 한다.


 회사는 유능한 직원을 만들고자 한다. 그리고 유능한 직원이라 함은 능동적인 업무 능력을 가졌는지 여부와 관련이 깊다. 직원 A와 B에게 이틀짜리 워크샵을 준비시켰다고 하자. A는 제 때 숙박, 식사, 프로그램 예약을 모두 마쳤다. 잘했다. 직원 B는 참석자들의 연령대를 고려하여 숙박 시설의 층을 나누어 예약한다. 첫날과 다음날 식사 메뉴를 겹치지 않게 준비하고, 졸린 시간대의 프로그램은 활동적인 것으로 준비한다. 탁월하다. 둘의 차이는 무엇일까?


이 둘의 가장 큰 차이는 바로 ‘자기 주도성’에 있다. 같은 오더를 받았음에도 B가 더 훌륭한 결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상황에 대해 스스로 고민하고 더 많은 내용을 고려했기 때문이며, 이런 결과물은 누군가의 상세한 지시로부터 나오는 게 아니다.


자기 주도적으로 업무하고 성장하는 유능한 직원을 만들기 위한 방법 중 하나가 셀프 리더십 코칭이다. 셀프 리더십은 단순히 자신의 일을 잘 처리하는 것을 넘어, 주변의 기대와 필요를 인식하고 스스로 행동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이러한 자기 주도적 행동은 갈등을 줄이고, 개인의 성장과 조직의 성공을 이끄는 중요한 요소다.





셀프리더십 코칭이란?


셀프 리더십(Self-Leadership)은 개인이 스스로의 행동과 감정을 관리하고 이끌어가는 능력을 말한다.

셀프 리더십 코칭은 직원이 이러한 셀프 리더십을 개발하고 강화할 수 있도록 돕는 일련의 과정으로, 다음 네 가지 단계로 이루어진다: 목표 선정, 세부 스케줄 정리, 실행, 그리고 피드백. 이 단계를 통해 직원은 자신만의 주도성을 키우고, 주어진 역할 이상으로 성과를 내는 능력을 기를 수 있다.


1. 목표 선정하기: 셀프 리더십 코칭의 첫 번째 단계는 명확한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이틀짜리 워크샵을 기획하는 경우, 단순히 워크샵을 무사히 다녀오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라, 성공적인 워크샵의 기준을 정의하는 것이 목표가 될 수 있다. 목표를 정확히 할 수록 기대하는 것과 가까운 결과가 도출될 수 있다.


2. 스스로 세부 스케줄을 정리하게 하기: 두 번째 단계는 설정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세부 계획을 세우는 것이다. 워크샵 출발일까지의 기한을 주 단위로 나누고, 각 주간에 마무리해야 할 업무나 외부의 도움이 필요한 내용을 스스로 정리하는 과정이다.


3. 실행하게 하기: 세 번째 단계는 계획을 실제로 실행하는 것이다. 이 단계에서 중요한 것은 목표에 따라 업무를 진행하고, 중간에 문제가 발생하면 스스로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다. 만약 계획 했던 강연자 섭외에 예산이 부족하다면, 예산 배분의 우선순위를 재조정하거나 추가 예산을 승인받는 등 해결 방법을 자율적으로 고민하도록 한다.


4. 함께 피드백하기: 마지막 단계는 목표 달성 후, 실행 과정을 평가하고 피드백을 주고받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무엇이 잘 되었고, 무엇을 개선할 수 있었는지를 함께 논의한다. 워크샵이 끝나고, 만족도 조사를 해서 좋았던 부분과 아쉬웠던 부분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앞으로의 프로젝트에서 더 나은 성과를 내기 위한 중요한 학습 기회가 된다.






부부관계에서의 셀프 리더십 코칭

이러한 셀프 리더십 코칭 방법을 부부 관계에 적용하면, 일상적인 상황에서도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지 않을까? 서로가 셀프리더십을 가지고 부부의 삶이라는 프로젝트를 완수하기로 하는 것이다.



상황 예시: 주말 대청소


1. 목표 설정하기: 부부가 주말에 집안 대청소를 함께 하기로 했다면, 그 목표를 단순히 청소하는 것으로 설정하기보다, "집안의 모든 공간을 하루 내에 청소하여, 쾌적한 환경을 만드는 것"으로 정할 수 있다. 이는 집안일에 대한 서로의 기대치를 명확히 하는 과정이다.


2. 스스로 세부 스케줄을 정리하기: 청소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각자가 맡을 영역과 시간을 계획한다. 남편은 거실과 주방을 맡고, 아내는 침실과 욕실을 청소하기로 한다. 그리고 각자 언제 청소를 시작하고, 어떤 순서로 할 것인지 계획을 세운다. 아침에 거실을 먼저 정리한 후, 오후에 주방을 청소하는 식으로 세부 스케줄을 정하는 것이다.


3. 실행하기: 설정한 계획에 따라 각자가 자신의 역할을 실행한다. 이 과정에서 다른 일로 인해 계획에 차질이 생기더라도,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계획을 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침실 청소를 하는 중 이불 빨래의 시간이 생각보다 길어졌다면, 우선 욕실청소를 하되 남편에게 이불 빨래를 위한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요청할 수 있다.


4. 피드백하기: 청소를 마친 후, 함께 피드백을 나눈다. 이번 청소 프로젝트에서 무엇이 잘 되었고, 다음에는 어떤 점을 더 잘할 수 있을지 논의한다. 예를 들어, 주방 청소가 예상보다 오래 걸렸다면, 다음에는 더 효율적인 청소 방법을 찾거나, 도구를 미리 준비하는 등의 개선책을 함께 이야기할 수 있다.




이렇게 구구절절이 적어놓으니 무척 귀찮아보이지만, 일상에서는 좀 더 단순화 할 수 있다.


상황예시: 햇반 주문


이번 주 쯤 햇반이 다 떨어질것같은데, 배우자가 이런건 좀 알아서 주문해 놓기를 바란다면, 화내지말고 이렇게 말해본다.

"당신을 햇반 재고관리 담당자로 임명합니다. 햇반의 재고는 상시 3개 이상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재고관리 담당자는 본인만의 계획을 가지고 햇반을 케어한다. 5개쯤 남았을 때 쿠팡으로 주문할 수도 있다. 퇴근길에 사오려는 계획일지도 모른다. 믿고 기다리자. 그리고 일주일이 흐른다. 햇반은 채워져있을까? 만약 채워져 있지 않다면, 이렇게 피드백을 시작해본다.

"담당자님, 햇반은 오고있나요? 재고가 2개인 점이 제 마음을 불안하게 합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부부는 서로의 기대와 필요를 더 잘 이해하고, 작은 일상에서도 협력하며 성장을 경험할 수 있다.



 셀프 리더십을 가지는 것은 중요하다. 그리고 셀프 리더십을 가질 수 있도록 서로를 코칭하는 것도 꽤 괜찮은 방법같다. 그 과정 중에서 우리는 '스스로'의 영역이 다를 수 있음을 이해하고 시작하되, 상대에게 원하는 바를 분명히 전달하며, 그의 계획을 믿고 기다리고, 어떤 점이 좋았는지 별로였는지를 피드백한다면 좋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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