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의 의도가 있는 자리배치 & 허니제이의 미담
"나는 속 마음 표현을 잘 못하는 4학년 소민이라고 해.
학교 가는 것도 즐겁고, 공부하는 것도 힘들지만 노력하고 있어.
단 하나, 학교에서 싫은 순간이 있어.
바로, 점심시간이야.
선생님께서 "손 깨끗하게 씻고 선착순으로 줄 서세요!"라고 말하면
친구들은 삼삼오오 수다를 떨며 손을 씻으러 간단다.
그러면 나는 친구들의 뒤를 따라서 손을 씻으러가.
선착순이라서 줄을 서면, 친한 친구들끼리 서있어서 나를 끼워주지 않아.
나는 그래서 제일 늦게 줄을 서서 밥을 먹어.
내가 친구가 없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선착순으로 줄을 설 때마다 너무 외로워"
"나는 친구가 많이 없는 5학년 재석이 야.
나는 내일이 너무 두려워.
학급 온도계가 100도가 되면 선생님께서 우리들에게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하셨어.
그래서 우리 반 친구들이 원하는 소원으로 하루만 앉고 싶은 친구랑 앉게 해 달라고 했어.
선생님께서는 내일 딱 하루만 그렇게 하라고 하셨지.
나는 그때부터 걱정이 되었어. 아마 나랑 앉고 싶은 친구는 없을 거야.
나랑 앉는 아이는 친구들 앞에서 싫은 티를 팍팍 낼 텐데. 상처받을 거 같아.
내일 학교 가기가 너무 싫어."
"나는 피구를 못하는 6학년 광수야.
선생님께서 우리 반 피구 에이스 두 명에게 가위바위보로 팀을 뽑으라고 하셨어.
친구들이 한 명씩 선택되어 갔어.
나는 피구를 못하니까 친구들이 나를 선택해주지 않았어.
결국 나 혼자 남았는데 너무 부끄러웠어.
피구경기가 시작되었지만 이미 못하는 아이로 정해져 버린 느낌이 들어서 체육 시간 내내 기분이 우울했어."
"곧 있을 수학여행에서 선생님께서 앉고 싶은 친구를 정하라고 하셨다. 나는 우리 반에 친한 친구가 두 명이 있어 셋이 친하지만, 자리를 정하다가 마음이 상했다. 나와 친한 친구 둘이 나에게 의논도 하지 않고 둘이 앉겠다고 했다. 괜찮다고 말은 했지만, 속이 상해 눈물이 났다."
물론, 아이들은 사회 속에서 성장하며 이러한 과정을 겪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아이들에게 이러한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아 자리는 무조건 교사의 의도를 가지고 배치한다. 그 이유를 설명해 주면 아이들도 수긍한다.
앉을 친한 친구가 없는 아이들에 대한 배려에서부터 많은 것을 배운다.
우리 반 아이들에게 나는 말했다.
"우리 반 친구들의 나이는 같지만 성장 속도가 다 다르단다.
다르다는 것, 몸의 성장 속도뿐 아니라, 마음의 성장 속도도 다르다는 거야.
빠르게 성장한 친구는 어린 행동을 하는 친구가 유치해 보일 수도 있고, 모자라 보일 수도 있어.
그리고 나중에 어른이 되었을 때는 잘할 수 있는 것들을 지금은 못해서 부족해 보이기도 해.
우리 반 친구들에게 고루고루 친절한 친구들이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
그 친절들 속에서 아마, 감동받은 친구는 어른이 될 때까지 그 따뜻함을 기억할걸"
올해는, 아이들에게 댄서 '허니제이'의 미담도 들려주었다.
허니제이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댄서이기도 하다. 작년에 <스트릿 우먼 파이터>를 보면서 나도 모르게 홀리뱅을 응원하고 있었다. 그 이유 중의 하나는 바로 이 댓글이었다.
전학 와서 외로운 친구를 챙겨주고 적응할 수 있게 도와주었는데 그때 그 친구는 얼마나 고마웠으면 이렇게 생생하게 허니제이를 기억할까.
누구나 외로웠던 학교에서의 시간이 있다. 원래 허니제이의 실력은 뛰어났지만 사람들은 허니제이가 꼭 외로웠던 어린 자신을 챙겨준 것처럼, 댓글에 감동했고, 허니제이의 인기는 더욱더 올라갔다.
결국 허니제이가 이끄는 홀리뱅이 스우파 우승을 차지했다.
"너희들이 지금 보이는 따스함을 친구들은 오래 기억할 거야. 그리고 나중에 어른이 되었을 때 감사히 너희들의 모습을 기억하겠지. 에디슨도 모자람이 가득한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세계를 바꾸는 발명을 했어. 우리 주변에 너희가 보기에 부족해 보이는 친구들도 어떤 어른으로 자랄지 모른단다. 나중에 세상의 힘이 되는 어른으로 자랄 수 있는 단단한 마음의 뿌리를 가질 수 있도록 서로서로 도와주렴."
이렇게 서로의 마음을 다치지 않게 행동하는 것이 학급에서 중요해지면 아이들은 앉고 싶은 대로 앉자는 소리는 절대 하지 않는다. 선생님이 들어주지 않을 것도 아는 것도 있고, 그래도 선생님은 우리가 즐겁게 학교생활을 할 수 있게 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우리 반 급식 순서는 늘 번호대로다. 물론 번호 내에서 먼저 받거나, 뒤에 받는 등, 변동은 있지만, 절대로 자유롭게 서게 하지는 않는다.
우리 반에는 앉고 싶은 대로 앉는 날은 단 하루도 없다. 단 한순간도 서로 감정 상하게 하는 고민을 하게 하고 싶지 않다. 그 대신 2주마다 자리를 바꾸어 준다. 뽑기를 할 때도 있고, 학교 생활을 즐겁게 할 수 있도록 친구들의 교우관계를 반영하여 의도적으로 자리 배치를 할 때도 있다. 아이들은 자리를 자주 바꾸어 주면 불만이 없다.
학생들이 직접 팀원을 선발하게 하는 잔인한 상황은 교사가 만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이들의 자존감의 나무에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선택받지 못한 아픔은 주지 말기!
나는 부산에서 서울까지 가는 수학여행 좌석 배치를 할 때면 오래 고민한다. 긴 시간 차를 타고 있어야 하고, 너무 재미없는 친구와 오래 앉아서 지겹거나 멀미를 해서도 안된다. 그래서 4명씩 모둠을 짜서 휴게소에 설 때마다 바꿔 앉도록 했다. 출발 시, A와 B가 앉고, C와 D가 앉으면 2시간 후 휴게소 정차해서는 A와 C가 앉고 B와 D가 앉는다. 다음 날 출발 시에는 A와 D가 앉고, B와 C가 앉는 방법으로 진행했다. 물론 그중에는 학급에서 못 어울리는 외톨이 친구 C도 있다. 이런 친구는 학급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교사에게도 호의적으로 돕는, 절친인 A와 B를 한 모둠에 넣어 C에게 친구 사귀는 법을 가르쳐 달라고 부탁했다.
만약, 학급에 4명의 무리가 있다면 같은 모둠에 두지 않고 두 명씩 나누어 두 모둠에 배치했다. 특정 친구들만 친한 것을 경계했다. 학급 모두는 친구이고, 두루두루 잘 지내는 친구들을 칭찬했다.
우선 이 모든 내용은 단지 자리 배치에 대한 내 생각을 적어 본 것이다. 학급 경영에서 정답은 어디 있겠는가.
나는 아이들의 마음이 다치지 않고 건강한 자존감의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선생님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