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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흰건반검은건반 Oct 18. 2021

선생님이 되고 싶니?

선생님이 되고 싶은 교대생들을 위해

초등학교 선생님이 되고 싶니?

나는 초등학교 선생님이 되고 싶었어. 오랜 시간 정말 선생님이 되고 싶었단다.

초등학교가 국민학교였던 그 시절, 시험지를 빨간 색연필로 매기는 선생님을 보면서 나도 저렇게 동그라미를 시원하게 그리는 선생님이 되고 싶었어.

노래 부르는 것도 너무 좋아했는데 4학년 때 담임 선생님께서는 오르간을 연주하며 노래 불러 주셨어.

나도 저렇게 아이들과 함께 노래 부르는 선생님이 되고 싶었어.

그 당시에도 교대에 가려면 공부를 잘해야 했었는데, 고맙게도 어린 시절부터 빡빡하게 공부를 시켜주신 부모님 덕에 나는 딱 교대를 갈 수 있을 만큼만 잘했어. 

그래서 감수성 풍부한 고교시절에 별도 보고, 달도 보며 공부했고, 좋아하는 음악도 들으며 공부했지.

나는 초등학교 선생님이 되고 싶어서 교대를 선택한 케이스였어.


교대생이 되어서는 참 꿈같더라. 지금에서야 돌아보면 가고 싶은 대학에 왔다는 것만으로도 그냥 참 좋았어.

열심히 대학 생활을 했어. 동아리도 3개나 들어가서 활동하고, 아르바이트도 하고, 악기도 많이 배웠지.

이렇게 적고 보니 내가 멋지게 대학생활을 잘 해낸 거 같네.

사실 대학교 1학년 때는 하도 술을 마셔서 갑자기 84킬로까지 살이 쪄서 다이어트를 하느라 힘들었고 그래서 대학 다닐 때 사진이 한 장도 없어. 그리고 의외로 소심한 데가 있어서 대학시절 별명이 소심이었어. 

그렇게 4년을 보내고 선생님이 짠~ 하고 되었을 때, 정말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았단다. 

그때의 내 모습을 돌아보면 왜 이리 어린것 같았다고 느껴진다. 

감정적이어서 늘 감성이 이성을 이겼고, 꿈만을 좇는 것 같이 보이기도 했던, 그 뚱뚱했던 내가 나는 지금 너무 그리워.

사진을 다 왜 버렸을까. 20대의 모습은 뚱뚱해도 귀여운데 그땐 못생겼다며 사진도 찍기가 싫었어.

어이구, 정말 소심했네.


사실 실습 나온 선생님들 다 그래서 너무 이쁘고 멋지셔. 본인들은 모르실 거야. 지금 얼마나 빛나는지.


"선생님은 왜 교대를 선택하셨나요?"

교생지도를 할 때 우리 반에 온 선생님께 꼭 물어보는 질문이었어.

이렇게 물어보면 다들 잠시 주저해. 그리고는 이렇게 대답하지

"선생님이 되고 싶었어요."

"성적에 맞춰서 선택했어요."

"부모님의 권유로 선택했어요."


사실 선택의 이유가 궁금해서 라기보다 그냥 본인이 처음 교대를 선택했을 때와 지금의 마음은 어떻게 다른지를 물어보고 싶어서 물어본 질문이야. 

"처음에는 부모님께서 권유하셔서 왔는데 공부를 하다 보니 점점 더 선생님이 되고 싶어 졌어요."

이렇게 말하는 교생 선생님들도 많고, "선생님이 너무 되고 싶었고 지금 실습에 나오니 꿈에 한 발짝 더 다가가는 것 같아서 정말 좋아요." 하는 선생님도 계셔.

"어쩌다 보니 이 길을 가고 있는데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라고 말하시는 교생 선생님도 있으시지.

그리고 대부분의 교생 선생님은 "내가 좋은 선생님이 될 수 있을까? 조금 두렵다."라고 하셨어.

그래서 나는 <좋은 선생님이 될 수 있다는 자신감 심어주기>에 교생 지도의 목적을 두고 있어. 실제로 교대생들이 선생님 되기를 포기하고 다른 대학을 선택하는 경우는 이루지 못한 꿈이 있어 다시 수능에 도전한다던지, 아니면 개인 사정으로 포기하는 경우인데, 그 숫자는 다른 대학보다 훨씬 적은 편이야. 

그래서 실습을 오시는 교생 선생님 대부분이 곧 선생님이 되실 분들이라 생각하고 가르치고 있어. 그래서 정말 책임감이 생겨.

선생님들에게는 내 말 하나하나가 중요한 피드백이 되고 수업에 대한 조언이 어쩌면 교사가 되기 전 마지막으로 들을 수 있는 것일 수 있기 때문이지.


나도 완벽하지 않지. 아니 어쩔 때 보면 우리 반에 오시는 교생 선생님보다 부족한 게 훨씬 더 많아. 

대학 때 우리 과 30명의 친구들 중에서 가장 선생님으로서의 단점이 많은 사람 중의 하나가 나였을 거야. 나는 우선 성격이 급해. 즉흥적이야. 차분해야 하는 교사에게 큰 단점이야. 그리고 말이 빠르지. 발음도 많이 뭉개져. 내 말을 귀담아듣고 있는 아이들에게는 정말 미안한 단점이지. 

지금은 이리저리 강의도 다니고 있으니, 정말 열정이 내 단점들을 이긴 거 같군. 하지만 나는 내 단점을 잘 알아서 고치려고 지금도 노력하고 있어. 말이 빨라지면 정신을 차리고 다시 속도를 누르며 말하는 것처럼.


교생 선생님들께도 실습 중에 교사로서 가진 장점과 단점을 알게 해 주는 것이 중요해서 꼭 말씀을 해드리고 있어. 그래야 본인이 알고 학생들과 소통할 수 있어. 학생들의 반응을 보고 '왜 저렇게 답하지?라고 생각하지 않고, '아! 내가 말이 빨랐구나!' 하는 것처럼.


실습 기간에 나의 장점을 아는 것도 중요해. 내 장점은 바로 표현에 적극적이라는 거야. 

고등학교 때 내 별명은 '과장의 여왕'이었어. 조그만 사실을 크게 부풀려 말한다고 친구들이 붙여줬는데, 좋은 뜻보다는 나쁜 뜻이 많았지만 나는 그 별명이 좋았어. 지금은 그 별명처럼 아이들의 작은 장점도 찾아 부풀려 크게 말할 수 있는 선생님이 되었어. 내가 다른 사람들보다 교사로서 자신 있는 부분이 있다면 바로 <아이들의 장점 찾아내기>거든. 아이들의 장점을 찾아내어 구체적으로 칭찬해주는 것이지. 

그래서 나의 이런 장점을 살려, 교생 선생님들의 수업을 보고 <교생 선생님 장점 구체적으로 칭찬해 드리기>를 꼭 해드리고 있어. 사실 지도교사는 교생 선생님들의 수업을 보고 잘하신 부분은 '당연하니까' 말씀 안 드리고 부족한 부분만 말씀드릴 수도 있거든. 

그러니까 혹시나 이 글을 읽는 네가 실습에서 지도 선생님께 칭찬을 못 받았다면, 아마 그건 지도 선생님 스타일 때문이지, 네가 못해서가 아닐 거야. 정답은 없지. 당연히.

노력하는 것만으로도 정말 잘하고 있어!



오늘부터 우리 반에서도 수업실습이 시작되었어.

교대생 3학년 선생님 4분이 우리 반에 오셨단다. 

우리 반 친구들이 교생 선생님 앞에서 노래도 불러주고 피아노도 치고, 태권도 시범도 보여드리며 환영했어. 

4명의 교생 선생님들은 잘 웃으시고 너무 따뜻하고 좋으신데 좀 성격이 조용하신 편인 것 같아. 

우선 오늘 하루를 관찰한 느낌은 그래. 좀 다들 꼼꼼하시고 야무지신 것 같아.

나는 사실 성격도 급하고 잘 놓치는 편인데 지도 교사가 좀 부족해 보이면 신뢰도가 떨어지니까 아닌 척하느라 혼났어. 벌써부터 내 성격이 드러나면 안 되는데. 

다들 얌전하신 거 같더라.

협의회를 하는데 '어떻게 웃겨드리지?', '보드게임을 한판 하고 실습을 시작할까?'

바보 같게도 이런 생각이 먼저 들었어. 

이제 실습 시작이다. 우리 함께 '스승의 길'로 가는 거야.

내가 정말 정말 부족하지만 20년 경력과 교생실습지도 4년 짬바로 '선생님이 되는 길'의 길잡이가 되어 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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