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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흰건반검은건반 Sep 16. 2022

표현하며 들으면 더욱 재미있는 음악 감상수업

부산온라인초등음악수업나눔터 강의 준비

Ⅰ. 들어가며


요즘 우리 집은 '스트릿 맨 파이터'에 푹 빠져있다. 나도 아이들과 함께 스트릿 맨 파이터를 시청하는데 내 주목을 끈 댄서가 한 명 있었다. 바로 '오천'이라는 댄서였다. 댄스는 음악이나 리듬에 맞추어 춤을 추게 되는데 춤 속에 노랫말과 가락의 흐름, 곡의 분위기까지 담고 있으므로 음악과 떨어져 있다고 볼 수 없다. 댄스는 유연함과 체력, 어느 정도의 운동신경이 필요하지만 리듬감, 박자감, 표현력이 모두 다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춤추는 것을 정말 좋아하고 다른 사람의 춤을 보는 것도 좋아한다.



댄서 오천은 다른 댄서와는 시작이 달랐다. 먼저 나오는 음악을 들었다. 그러고 나서 몸을 움직였다. 

오천은 음악적 표현력이 좋았다. 나는 저지(승패를 판단하는 역할)는 아니지만 그냥 큰 동작과 유연함으로 시선을 끄는 다른 댄서와는 차원이 다르다고 생각했는데, 오천은 저지들에게 큰 인상을 못 남겼는지 3대 0으로 완패했다.


승부와 관련이 없이 나는 오천의 댄스가 참 좋았다. 그의 댄스에는 '음악을 읽는 힘'이 있었다. 댄스는 체육교과와 음악교과가 융합된 표현활동이다. 그래서 박자, 리듬감, 가락과 노랫말을 표현하는 것 까지도 함께 한다. 그래서 나는 모든 운동을 다 못하지만 댄스만은 좋아할 수 있었다. 


신체 표현 수업을 할 때면 나는 아이들의 수줍음과 마주하게 된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이 수줍음을 덜고 좀 더 자신 있는 표현을 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내면에 자리한 표현을 음악과 함께 해내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수업을 진행한다. 이러한 음악 감상은 창의력과 표현력도 높이지만 학생들의 스트레스 해소 및 정신 건강에도 도움을 준다. 


'음악 감상'은 어린이들 뿐 아니라, 어른으로 성장해서도 가장 많이 음악을 즐기는 방법 중 하나이다. 우리는 음악회에서 음악을 감상하며 피로를 풀고, 만보 걷기를 할 때에도 음악을 들으면서 걸으며, 공부를 하거나 일을 할 때에도 음악을 들으면서 하기도 한다. 그러다 같은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면 취향이 같다며 반갑기까지 하다. 


아이들이 어른으로 성장했을 때 삶 속에서 음악을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음악 수업, 그러한 수업을 하기 위한 걸음을 이 나눔터에서 내디뎌 본다.



Ⅱ. 음악을 듣고 어떤 표현을 해볼까?

1. 음악 듣고 그림으로 표현하기


가. 악기 소리, 가락의 흐름 및 리듬을 색, 선, 모양으로 나타내기 

다음 그림은 아이들이 어느 클래식 곡을 듣고 주요 선율을 연주한 악기를 그림으로 나타낸 것이다 어떤 악기를 나타내었을까?

이 그림은 다음 곡을 들으며 주 선율을 연주하는 악기 소리를 표현한 그림이다.

음악을 들으면서 그림을 보면 아이들이 어떤 부분들을 표현하고 싶었는지 알 수 있다. 악기 소리의 특징을 찾아 표현하라고 하였으나, 아이들은 가락의 움직임을 무시하지는 못했다.

아이들이 표현한 악기는 바로 트럼펫이다. 하이든의 트럼펫 협주곡 3악장을 들려주었다.


이번에는 가락이 없는 리듬 악기 소리를 들려주었다.

다음 그림은 어떠한 악기를 표현했을까?

아이들이 그림으로 표현한 악기는 바로 장구이다.

아이들은 장구의 경쾌한 느낌과 튀어 오르는 듯한 느낌을 살리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아이들에게는 이 그림을 보면 '바로 장구!'라고 떠올릴 수 있도록 음색을 표현해보라고 조언했다. 





이번에는 가락의 흐름에 집중하고, 음악을 표현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악기가 뒤섞인 곡을 제시해 보았다.

이 그림에는 어떠한 음악이 흐르고 있을까?

리듬이 흐르고 그 위에 강한 굵은 선들이 가락의 흐름을 나타내는 그림들을 그려주었다. 어떻게 보면 비슷하고, 어떻게 보면 다른 그림들이다. 음악을 들어보면 아~ 그래서 이렇게 그렸구나! 할 것이다. 




나. 칸딘스키 크롬 뮤직 랩으로 표현하기


크롬 뮤직 랩은 접근성이 좋아서, 교사들에게도 사랑받는 구글 프로그램이다. 

교사들은 송메이커를 가장 많이 활용하고 있지만, 다른 프로그램들도 재미있고 들어가서 몇 개 눌러보기만 해도 흥미를 유발하는 프로그램들이 많다. 그중에서도 오늘은 칸딘스키 뮤직 랩으로 표현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 나누어 보자.  

칸딘스키는 음악을 미술작품으로 자주 표현하였다.

그중에서도 구성8은 악기의 합주가 느껴지는 유명한 작품이다.  둥근 원과 삼각뿔,  직선과 사각형 등 갖가지 색으로 칠한 여러 모양들이 섞여  마치 악보를 보는 듯하다. 우리도 칸딘스키 흉내라도 내볼까?


https://musiclab.chromeexperiments.com/Kandinsky/

나도 아이들과 함께 선과 도형으로 그림을 그려보았다. 선의 움직임에 따라 음악이 표현되고, 도형은 리듬도 넣어준다. 색깔을 바꾸면 소리도 바뀐다. 음악시간이 지루할 때 이렇게 그림을 그리다 보면 시간이 후딱 지나가고 친구들이 그림으로 만든 음악도 즐겁게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그림은 바흐의 미뉴에트를 들으며 내가 그린 그림이다. 어른인 나도 정말 재미있었다. 아이들과 함께 해보자.



2. 음악 듣고 신체 표현하기


우리가 음악을 감상할 때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인다던지, 어깨를 흔든다던지, 발로 박자를 맞춘다. 이러한 음악에 대한 반응이 자연스러운 신체표현이다. 교사들이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감상 표현법이다.


음악 수업에서는 자유롭게 느낀 점을 신체 표현하게 하기도 하지만, 의도를 가지고 표현하게 하기도 한다. 의도를 가지고 표현하는 장면을 살펴보자.


가. 음악의 빠르기 변화, 셈여림 등을 신체로 표현하기


다음 영상은 동물의 사육제의 곡 중에서 빠르기 차이를 감각적으로 구별할 수 있는 곡, '당나귀'와 '거북이'를 듣고 빠르기를 신체로 표현하는 수업 장면이다. 신체 표현하며 감상하면 음악적 개념을 감각적으로 익히는데 큰 도움이 되기에 감상 수업 중에 자주 다루어지는 활동이다. 


나. 악기 소리 신체로 표현하기

아이들은 악기의 느낌을 신체로 표현했다.

지금 아이들은 어떤 악기 소리를 듣고 있을까?



3. 음악 듣고 악기 소리로 표현하기

가. 즉흥연주로 표현하기

아이들이 고장 난 시계 소리를 표현하고 있다. 대충 하는 것 같아 보이지만 아이들의 표정은 꽤 진지하다. 


나. 주제 리듬, 주선율을 악기로 연주하며 표현하기 



4. 곡의 주제 선율을 노래로 배우기 


아래의 곡은 오페라 '마술피리' 중 '나는 새잡이 꾼'노래이다. 이렇게 노래를 부르며 오페라를 감상하게 되면 어려운 오페라가 가깝게 느껴질 수 있기 때문에 교과서에도 오페라의 부분을 직접 배워보는 부분이 있다. 



5. 이미지 프리즘 , 감정카드를 활용하여 음악 표현하기



이미지 프리즘 카드는 음악에서 뿐만 아니라 다른 교과에서도 아이들의 생각을 쉽게 꺼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좋은 수업도구이다. 이 카드를 음악감상에 활용해 보았다. 

아이들에게 위 그림을 제시하고 곡을 듣고 이미지 카드 중 하나를 고르고, 그 이유를 적어보라고 하였다.

아이들이 감상한 곡은 '엘리제를 위하여' 이다. 


감정카드를 활용하여 비슷한 방법으로 수업할 수 있다.

이번에는 좀 어두운 느낌의 곡을 들려주었다.

아이들은 비슷한 카드를 고를까?


아이들은 어떤 곡을 듣고 이 감정 카드를 골랐을까? 바로 슈베르트의 <마왕>이다. 

곡을 듣게만 했는데도 아이들이 곡을 무서워해서 괜히 들려줬나?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가사 내용을 보여주거나 영상을 보여주지도 않았고 6학년이었는데도 말이다. 

어쨌든, 감정카드를 활용하여 수업하는 것도 느낌을 편하게 이끌어 내는데에는 좋다. 



6. 음악 듣고 글로 표현하기

가. 음악에 어울리는 노랫말 써보기


아이들은 가르치는 교사의 음악적 취향에 영향을 받게 된다. 나는 지브리 스튜디오가 만든 영화음악들을 좋아한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도 모둠별 활동시간에 흐르듯이 지브리 음악을 많이 들었다.

이번에는 아이들에게 의도를 가지고 감상하게 했다. 음악에 어울리는 노랫말이나 이야기를 적어보게 하는 것이다. 이러한 활동은 학생들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사실 노랫말이 아니라 아주 그냥 이야기로 길게 풀어쓴 친구도 있다. 아이들이 머리속에 장면을 떠올려가며 글을 적었는데 노랫말을 읽으며 뭉클함까지 느껴졌다.

아이들은 어떤 곡을 들었기에 이런 노랫말을 적었을까? 


내가 아이들에게 들려준 곡은 바로 마녀 배달부 키키 ost인 <바다가 보이는 마을>이다. 



나. 이 음악을 추천해 주고 싶은 사람에게 편지 쓰기


재미있는 영화나 책을 읽으면 다른 사람에게 소개하고, 추천하고 싶은 마음이 들듯이, 좋은 음악을 만나면 함께 듣고 싶다고 소개하고 싶다. 이번에 아이들이 소개한 음악은 가야금 연주로 감상한, 아리랑 변주곡이다.

제재곡에 대해 다 배우고 익힌 후, 정리단계에서 가볍해 해 볼 수 있는 활동이다.



다. 오늘의 마음이 담긴 음악을 찾아 일기 쓰기 


음악일기는 음악을 듣고 떠오르는 느낌이나 생각을 그림이나 단어, 문장으로 써 내려가는 것이다.

아래는 내가 어제 써 본 음악 일기이다. 오늘 내 마음에는 슬픈 보이스톡이 울렸다. 

https://youtu.be/E149kRnl9AA

라. 평론가가 되어 글쓰기


고학년이라면 한번 해볼 수 있는 좋은 활동이다. 멋진 평론이 나오지 않더라도, 아이들이 베토벤에게 이 한마디를 해주기 위해 사고하는 시간은 음악적 발전을 줄 것이다. 



7. 부분 듣고 곡 이름 맞추기 퀴즈 


이러한 활동은 곡을 다 익힌 후, 정리단계에서 하거나, 도입 단계에서 전 차시 곡을 상기하기 위한 방법으로 활용할 수 있다. 아이들은 귀로 듣고 음악을 구별하게 된다. 오늘 함께 감상했던 곡들 중에서 몇 곡을 듣고 맞추기를 함께 해보자.




Ⅲ. 다른 사람의 감상 수업 엿보기


공개수업을 한다는 것은 무척이나 부담스러운 일이다. 평소보다 수업을 하며 더 많이 웃기도 하고 발표도 적극적으로 시키게 된다. 그래도 타인의 수업을 엿보는 것은 도움이 많이 된다. 왜냐하면, 그 선생님은 그 수업을 준비하기 위해 다른 사람보다 훨씬 더 준비를 많이 하고 고민을 했기 때문이다. 

이 수업은 코로나 이전 2019년, 발표자가 학교 동료 선생님들을 모시고 했던 <동물의 사육제> 공개수업이다. 수업에서 중점을 둔 부분은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하는 것이고 표현하면서 여러 번 감상하게 하는 것이다.

3학년, 3월의 수업이라 아이들은 음악이라는 교과를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기에 하는 첫 감상 수업이라 즐기며 수업하도록 준비했다.

이 수업이 마친 후 학생들이 곡의 제목을 기억하게 하겠다는 목표도 있었기에 마지막에 실음으로 곡의 제목을 구별하는 활동으로 마무리했다.


https://youtu.be/ef_x1RgWET8


 Ⅳ. 마무리하며


얼마 전, 스트릿 맨 파이터 4화를 보느라 새벽 1시에 잤다. 댄서들을 보면서 "저 사람들은 지금 춤을 추고 있지만 아마 음악성도 뛰어날 거야!"라는 생각을 했다. 음악은 음악 수업에서 뿐만 아니라 많은 분야와 융합되어 있으며 생활 속에 깊이 스며들어있다. 그렇기에 다른 교과와 융합이 필요한 교과로 손꼽히는 교과이다. 음악이 아닌 많은 교과에서도 도입단계, 또는 수업 분위기 조성 활동으로 차분한 음악을 듣거나, 분위기를 끌어올리고 싶은 경우 밝은 음악을 듣기도 한다. 학교에서 뿐만 아니라 생활 속에서도 음악 감상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있다. 학생들이 음악을 들었을 때 그냥 듣는 것이 아닌, 표현을 하며 듣기가 몸에 배도록 하고 싶다. 그래서 사춘기 시절 위로가 되도록, 스트레스도 가볍게 날리도록 지도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오천이 속한 그룹, 엠비셔스의 '나이스' 신체표현을 감상해보자. 강의를 준비하느라 애를 쓴 나에게 그리고 이 시간을 함께 해주신 고마운 분들께 드리는 해드리고 싶은 말이다. 좋은 음악 수업을 위한 열정이 가득한 우리들을 위해 손에 불날 때까지 '박수'치며 '아주 나이스'한 이 시간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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